땅 밟자마자 로드킬, 새끼 두꺼비를 살려 주세요


‘조심하세요! 두꺼비입니다.’ 부산 온천천 주변 한 연못에 두꺼비 수백 마리가 산란을 한 뒤 비만 오면 새끼 두꺼비 수천 마리가 쏟아져 나와 시민들이 의도치 않게 두꺼비들을 로드킬(road kill)하는 불편한(!) 경험을 하고 있다.

비가 오는 2일 오전 부산 연제구 온천천 연안교 아래 연못 주변에서는 환경단체 생명그물 회원들이 임시 펜스를 치느라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날 오전 10시께부터 연못에서 화단으로 두꺼비 수천 마리가 흙냄새를 따라 이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연못 옆길을 따라 난 6m가량의 자전거 도로 위에는 벌써 두꺼비 250마리가량이 밟혀 죽어 있었다. 무심코 지나가던 행인들은 어른 엄지손톱만 한 어린 두꺼비들이 자전거 바퀴에, 사람 발에 눌려 압사당한 흔적을 발견하고는 얼굴을 찡그리며 지나갔다.

온천천 연못서 자란 두꺼비들
흙 있는 화단으로 이동하다
밟히고 깔려 수천 마리 떼죽음

서울 강남구 등 타 지자체
생태 통로 만들어 보호도

생명그물 최대현 대외협력국장은 “어린 두꺼비 크기가 작다 보니 무심코 밟고 지나가는 시민이 많고, 어떤 이는 재밌다며 일부러 두꺼비만 골라 밟기도 했다”면서 “양서류 한 마리 한 마리를 소중히 여기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자리 잡기를 바란다”며 관심을 촉구했다.

생명그물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부산 연제구 온천천 연안교 아래 연못에는 두꺼비들이 몰려들고 있다. 보통 겨울잠에서 깬 두꺼비는 산란이 시작되는 2월 중순부터 3월 초 산란지인 연못으로 이동해 산란을 한다. 알에서 깨어난 유생(올챙이)은 연못에서 한 달 정도 자란 뒤, 4월 말에서 5월 말까지 꼬리가 점점 짧아지며 두꺼비의 형태를 갖춘 다음 다시 흙이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

문제는 온천천 연못에서 자란 두꺼비들이 흙이 있는 화단으로 가려면 폭 1.5m가량의 자전거 도로를 지나야 한다는 점이다. 어린 두꺼비들의 크기가 작다 보니 지나가는 시민들이 본의 아니게 로드킬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날 생명그물 회원들은 로드킬 당한 두꺼비의 흔적을 일일이 표시했다. 생명그물 회원들은 “두꺼비는 온천천이 얼마나 깨끗해지고 있는지 보여 주는 지표이자 생명 다양성 측면에서 보호받아야 할 개체”라며 “부산 연제구 온천천관리사업소가 바로 연못 옆에 있지만 이들조차 무심한 태도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다른 지자체들은 두꺼비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서울 강남구는 양재천 자전거길 아래 높이 50㎝, 폭 50㎝의 생태 통로 21곳을 만들어 두꺼비가 이동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고 있다. 울산 중구청도 황방산 새끼 두꺼비들의 로드킬을 막기 위해 매년 예산 100만 원을 투입해 그물망 형태의 통로를 만들고 있다.

글·사진=조소희 기자 sso@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