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지암 ‘열풍’.. 공포체험객에 몸살 앓는 옛 해사고(영도구)

▲ 최근 개봉한 공포영화 ‘곤지암’의 촬영지인 부산 영도구 청학동 옛 해사고에 공포 체험을 하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17일 오후 옛 해사고 건물이 밀려든 해무에 휩싸여 스산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지난 3월 개봉해 극장가를 공포 열풍으로 몰아넣었던 영화 ‘곤지암’의 흥행으로 부산 영도구 청학동 옛 해사고가 몸살을 앓고 있다. 영화 속 공포체험 장소로 등장하는 옛 해사고 건물로 몰려드는 공포 체험객들 때문이다. 건물을 관리하는 해경은 예상치 못한 체험객들의 출입을 막기 위해 무단출입 금지 경고문을 곳곳에 붙이는 등 경비 강화에 부심하고 있다.

무단출입 금지 경고문 불구
밤마다 체험객 발길 이어져
듬성듬성 창문 열린 3층 건물
폐교 후 공포영화 배경 단골

9월 철거 후 해경시설 신축

지난 15일 오후 10시. 영도구 청학동 와치로 한 주택가 골목. 봉래산 반대 방향으로 40m 정도 오르막을 오르다 보면 녹색 펜스에 둘러싸인 학교 건물이 등장한다. 듬성듬성 창문이 열려 있는 3층 건물. 당장이라도 귀신이 나올 것 같은 이 건물은 2007년 폐교한 뒤 11년째 사람 손이 닿지 않은 옛 해사고다. 배경으로 등장한 공포영화만 수여 편. 운동장만이 오후 8시까지 개방되고 일반인의 출입은 금지된 폐교이자 미지의 공간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250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영화 곤지암이 흥행하고 영화 속 공포체험 장소로 옛 해사고가 등장한 뒤 ‘나도 공포체험 해보겠다’는 관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취재진이 찾은 이날도 삼삼오오 무리 지은 젊은이들이 문이 닫힌 해사고 정문 앞을 서성거리고 학교를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기도 했다.

영화 곤지암은 CNN이 ‘세계 7대 소름 끼치는 장소’에 선정한 곤지암 정신병원을 7명의 젊은이가 공포 체험하는 이야기를 주제로 한 영화다. 영화는 2016년 11월부터 12월까지 2개월간 옛 해사고에서 촬영됐다. 옛 해사고는 영화계에서는 유명한 공포영화 촬영 장소다. 과거 ‘기담’, ‘여고괴담’의 촬영지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곤지암만큼 영화에 오래 나온 것은 처음이었기에 공포 체험객들의 발길이 영화 개봉 한 달이 넘었지만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에는 인터넷 개인방송을 하는 누리꾼이 ‘곤지암 실제 체험’이라는 제목으로 옛 해사고 건물에 몰래 들어가 내부를 촬영한 장면이 인터넷에 퍼져 남해해양경찰청 측에서 삭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당시 영상은 조회 수가 단 이틀 만에 1만 회를 넘겼다.

인근 주민들은 영화 흥행으로 밤이면 찾아오는 공포 체험객들이 반갑지는 않은 상황이다. 청학동 주민 김 모(55) 씨는 “곤지암 개봉 뒤에 마을에 랜턴 하나 들고 찾아오는 젊은 사람이 밤이면 수십 명은 되는 것 같다”며 “젊은이들의 관심은 이해하지만, 상권이 살아나는 것도 아니고 마을이 공포마을이 된 기분이어서 마을 분위기가 좋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공포영화 인기 촬영지인 옛 해사고는 영화 곤지암이 마지막 출연작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오는 9월 건물이 철거되고 이 자리에 남해해경 특공대 훈련시설이 들어설 계획이기 때문. 남해해경 관계자는 “국가시설인 만큼 공포 체험을 오는 것은 삼가 달라”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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