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금정산에 LG그룹의 묘가?!”…’막무가내식 구경’에 훼손 잇따라


부산 금정산에 LG그룹 모태가 있다?

21일 오전 부산 동래구 온천동 금정산 자락에 있는 도솔사. 바로 옆 비포장도로를 굽이굽이 올라가면 숲속에 사람이 직접 관리하는 ‘작은 정원’이 있다. 정원 옆엔 계단이 나 있고, 그 위엔 LG그룹 창업주인 연암 구인회 회장의 묘소가 있다. 깔끔하게 관리된 잔디에 구 회장 부부와 부모의 묘가 위아래로 있다. 묘 왼편엔 ‘서기 1989년 12월 31일, 럭키금성 임직원 일동’이라고 한자로 적힌 대형 비석도 서 있다. 인근 산길을 걷던 등산객 김 모(60) 씨는 “LG그룹 묘가 있다는 것을 말만 들었지 실제로 본 건 처음”이라면서 “지금의 글로벌 기업을 있게 한 인물 아닌가. 영광이다”라고 말했다.

그룹 모태 금성사 등 창립
고 구본무 회장 조부모 묘
부산 온천동 산 속에 위치
“기운 받자” 정치인 찾기도

LG그룹 3세대 총수인 고 구본무 회장이 향년 73세로 지난 20일 별세하면서, 조부인 구인회 회장의 묘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소박’ ‘혁신’ ‘배려’ 등 글로벌 그룹의 경영철학을 만든 창업주의 묘가 부산에 있기 때문이다.

구 회장은 1945년 11월부터 부산에서 무역업 제1호 업체인 ‘조선흥업사’를 비롯해 LG그룹의 모태인 ‘락희화학공업사’ ‘동양전기화학공업사’ ‘금성사’ 등을 창립했다. 부산 범일동, 서대신동, 온천동 등을 기반으로 삼아 ‘럭키크림’ ‘럭키칫솔’ ‘금성라디오’ 등 인기 제품을 출시하는 등 부산과의 인연이 특별하다. 실제 구 회장의 묘도 옛 금성사 부지(현 동래구 럭키아파트)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당시 구 회장의 아들인 구자경 명예회장이 부산 공장에서 현장 근로자들과 같이 먹고 자며 혹독한 경영수업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LG그룹이 세계에서 손꼽는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면서, ‘좋은 기운’을 받는다며 묘소를 찾는 이도 늘어나고 있다. 일반 시민부터, 풍수지리 수련생, 무속인 등 여러 분야의 사람이 이곳을 찾는다. 최근엔 선거를 앞두고 ‘당선 기운’을 받기 위해 시·구의원 등 정치인들도 방문하고 있다.

그러나 ‘막무가내식 구경’에 묘가 훼손되는 일도 빚어지고 있다. 관리인의 허락 없이 몰래 들어가 소주병 등 쓰레기를 마구 버리거나, 애정행각을 하기도 한다. 또 풍수지리를 공부한다며 묘 위에 올라가고, 무속의식을 하는 등 비정상적인 행위를 해 관리인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11년째 이곳을 관리 중인 김 모(55) 씨는 “이곳은 엄연히 개인의 묘소로, 허락 없이는 들어갈 수 없다”면서 “고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승훈·조소희 기자 lee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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