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면허 업체에 불법 재하도급’이 엘시티 참사 불렀다

지난 3월 4명의 현장 노동자가 숨진 해운대 엘시티 공사현장 추락 참사(사진)는 경찰 수사 결과 외부작업대 설치를 맡은 재하도급 업체가 관련 면허도 없이 마구잡이로 시공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던 것으로 결론났다. 얽히고 설킨 불법 다단계 하도급 구조와 경비 절감과 공기 단축만을 앞세운 건설 현장의 총체적 안전불감증이 또 한 번 비극을 초래한 셈이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31일 엘시티 공사현장 외부작업대 추락사고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이번 사고가 당시 인부들이 탑승 중이던 외부작업대를 지지하는 앵커의 클라이밍 콘과 타이로드가 터무니없이 부실하게 체결된 것이 주 원인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외부작업대를 건물에 고정하는 역할을 하는 클라이밍콘과 타이로드의 결합 깊이가 당초 설계대로라면 최소 55㎜ 이상 돼야 하지만, 실제로는 고작 5분의 1 수준인 10.4~12.4㎜ 깊이로 현저히 짧게 시공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는 앵커를 지지하는 역할을 하는 플레이트를 벽 쪽이 아닌 클라이밍 콘에 밀착해 반대로 조립하기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되면 인부들의 생명줄인 안전작업대가 애초 설계대로 하중을 견딜 수 없게 된다.

경찰, 최종 수사 결과 발표
“추락 안전작업대 설치 인부
제대로 된 교육도 못 받고
도면 이해도 못 한 채 작업”

이처럼 어처구니 없는 작업이 이뤄진 것은 외부작업대 설치를 담당한 인부들이 업체 측으로부터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해 설계도면에서 정한 설치 방법을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작업을 했기 때문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또 작업대 인상 작업을 할 때 낙하물에 대한 하부 통제와 출입 금지 등 안전조치도 미비했고, 작업대 인상 작업 과정에 관리감독자가 배치되지 않은 사실도 확인됐다.

시공사인 포스코 건설은 엘시티의 커튼월(유리를 사용해 건물 외벽을 마감하는 공법) 공사 작업을 A사에 하도급했다. A사는 외부작업대 설치를 위해 B사와 재하도급 계약을 맺었다. B 사는 작업에 필요한 인부들을 인력 공급업체로부터 공급받았다. 경찰은 “외부작업대도 비계의 일종이어서 비계구조물해체공사업 면허가 있어야 앵커 설치를 비롯한 외부작업대 운용을 할 수 있는데, B사는 관련 면허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사고 당일 외부작업대를 올리다 희생된 3명을 비롯해 작업대 설치·인상 작업자 6명은 모두 B사와 구두로만 계약을 했을 뿐 정식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은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결국 시공사의 방관 속에 무면허 업체에서 제대로 된 교육도 받지 못한 외부 파견 근로자들이 작업대를 설치하다 희생된 셈이다.

경찰은 엘시티 사고와 관련해 포스코건설 측으로부터 접대와 향응을 받은 노동부 부산동부지청장을 구속하고, 포스코건설 총괄소장 등 13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으로 입건하는 등 모두 14명을 사법처리했다.

최강호 기자 ch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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