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그 슬쩍”설거지옥’… 카페 신풍속도

부산의 한 스타벅스 카페는 지난달부터 머그잔에 ‘매장용 머그입니다’는 라벨(사진)을 일일이 붙였다.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이 금지된 이후 머그잔에 커피를 받아간 고객 중 일부가 머그잔을 몰래 들고 나가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기 때문이다.

스타벅스 등 유명 브랜드 로고가 박힌 머그잔은 물론이고 감수성을 자극하는 디자인의 머그잔 등이 집중 타깃이 되고 있다. 부산진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 모(45) 씨는 “머그잔이 하루에 한 개, 많으면 3개 이상씩도 없어진다”며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들지만, 경찰에 일일이 신고할 수도 없고 난감한 노릇”이라고 말했다.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 금지
한 달 지나 부작용 천태만상


유명 브랜드 머그 들고 가고
텀블러 놓고 장시간 머물기
알바생 설거지 부담 늘기도

정부가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을 금지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현장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대부분의 시민이 일회용품 줄이기에 대한 공감대를 갖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일회용컵 대신 등장한 머그잔을 둘러싸고 웃지 못할 해프닝들이 벌어지고 있다.

부산의 한 대학가에서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 모(23·여) 씨는 일회용컵 규제 이후 새로운 유형의 ‘얌체족’이 생겼다고 한다. 주문을 하지 않은 채 본인이 직접 들고 온 머그잔이나 텀블러를 테이블에 올려 놓고 몇 시간씩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이 씨는 “영수증을 요구하거나 결제 여부 등을 캐물으면 잡아낼 수는 있겠지만, 고객과 마찰이 생길까 봐 대부분 모른 체 넘어간다”며 “이런 얌체족 때문에 실제 음료를 구매한 고객들이 카페를 이용하지 못할 때 안타깝다”고 말했다.

전에 비해 머그잔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카페업계에서는 ‘설거지옥’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설거지와 지옥의 합성어인데, 그만큼 직원들의 설거지 부담이 늘었다는 이야기다. 직원을 고용하기 어려운 소규모 카페일수록 설거지에 대한 부담은 더욱 크다.

업계 종사자들은 설거지에 대한 부담도 크지만 다짜고짜 일회용컵을 내놓으라고 윽박지르는 고객에 대한 응대가 가장 힘들다고 털어놨다.

기장군에서 홀로 카페를 운영하는 김 모(30·여) 씨는 “설거지를 얼마나 깨끗이 했는지 믿을 수 없다거나 5분만 앉아 있다 나갈 거라면서 일회용컵에 커피를 달라고 하시는 고객이 생각보다 꽤 있다”며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에 대한 과태료는 오롯이 업주 몫이기 때문에 제도가 실효성을 나타내려면 일부 책임을 고객에게도 묻는 형태로 제도상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현재 매장 내 사용이 금지된 일회용 플라스틱 컵 이외에 플라스틱 빨대와 종이컵 등도 2027년까지 단계적으로 퇴출하겠다고 밝혔다.

안준영 기자 j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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