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때마다 마을 초토화…수상레포츠 공간도 없어져


2016년 태풍 ‘차바’ 내습 당시 부산 기장군 장안읍 임랑해수욕장과 주변 마을은 폭격을 맞은 듯했다. 비바람을 동반한 폭우와 함께 높은 파도가 직접 마을을 덮치면서 월내리·임랑리·길천리 일대는 아수라장으로 돌변했다. 주민들로부터 수백여 건의 피해 신고가 접수됐고, 각종 어항 시설물이 파괴되거나 바닷물에 떠내려가 수십억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임랑해수욕장 백사장 역시 높은 파도에 모래가 대거 쓸려나가면서 백사장이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가 됐다. 주민들은 백사장이 없으니 고스란히 태풍으로 인한 월파를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태풍 ‘차바’가 휩쓸고 지나간 지 2년. 장안읍 일대 바닷가 마을들은 아직도 자연재해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태풍·해일 피해 방지를 위한 임랑해수욕장 내 잠재형 방파제 설치는 국비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월내~고리 지구 매립 및 방파제 설치 사업도 예산 확보가 쉽지 않다. 기장군은 2009년 한국수력원자력㈜이 고리1호기 연장 가동에 따른 지원금 200억 원을 우선 집행해 1단계 준공을 앞두고 있다. 2단계 사업이 필요하지만, 해수부의 협조가 절실하다.

침식 가속화 임랑해수욕장
30여 년 만에 폭 절반 줄어

1400억 들인 연안 정비에도
주요 해수욕장 침식 진행 중
바닷가 마을 ‘월파 무방비’

‘자연 방파제’ 역할을 해야 할 백사장이 흔적만 남을 정도가 된 임랑해수욕장은 해안 침식이 가속하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1980년대에만 해도 평균 20m에 이르던 백사장 폭은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10일 오전 찾은 임랑해수욕장 백사장 중앙부는 성인 남성 걸음으로 10걸음밖에 남지 않은 상태였다. 임랑해수욕장 인근에서 40년 넘게 살아온 변삼선(76·여) 씨는 “40년 전만 해도 백사장 폭이 지금보다 3배는 넓었다”며 “이대로 가다간 임랑해수욕장이 사라질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송정해수욕장

임랑해수욕장보다 사정이 나은 해운대·송정·광안리 등 다른 부산 지역 해수욕장들도 심각한 백사장 침식을 겪고 있다. 정부와 부산시는 2000년 이후 백사장을 지키기 위해 1400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다. 물량 공세 끝에 겉으로는 백사장이 늘어난 모양새지만 주요 해수욕장의 백사장은 지금도 침식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해양수산부의 부산 지역 주요 해수욕장과 해안 등 10곳 중 침식 상태가 심각한 C등급(우려)을 받은 곳은 6곳에 이른다. 기장군 임랑해수욕장은 2014~2016년 3년 연속으로 C등급을 받았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심재설 책임연구원은 “해수욕장이 파괴되면 우리의 일상생활도 위협받을 수 있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연안 침식 방지를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경고했다.

특별취재팀 hang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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