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파트 입구 길고양이 급식소

부산 남구의 한 대단지 아파트에서 ‘길고양이 급식소’ 운영을 둘러싼 온라인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동물보호를 위해 급식소를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과 ‘주민 동의 없이 함께 이용하는 공간에선 안 된다’는 쪽이 팽팽히 맞서면서 입주민들이 수백 개의 댓글로 격론을 벌이고 온라인 투표까지 진행할 정도로 논란이 뜨겁다.

부산 남구 대단지 아파트 입구
두 달 전 50대 입주민 설치에
길고양이 부쩍 늘어 찬반 논란
입주민 갈등 커져 회의 열기로

사건의 발단은 이랬다. 부산 남구 대연동 롯데캐슬레전드아파트에 사는 A(55) 씨는 올 7월 자신이 사는 동 출입구 인근 화단에 길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했다. 한 동물보호단체로부터 받은 가로·세로 각각 50㎝ 크기의 길고양이 급식소 안에는 먹이 그릇과 물 그릇이 들어 있다. 급식소가 설치된 이후 아파트 입구 주변에는 길고양이 3마리가량이 자주 목격됐다.

급식소를 찾는 길고양이가 점차 늘어나면서 지난 7일 입주민들의 인터넷 카페에는 ‘아파트 동 출입구에 고양이집을 마음대로 설치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아파트 입구에 고양이가 들락거리다 보니 고양이를 무서워하는 아이들이 집에 못 들어가거나, 고양이 밥을 주러 오는 주민들이 음식물을 흘리기도 해 피해가 크다는 내용이었다. 해당 게시물에는 현재까지 500개가 훌쩍 넘는 댓글이 달리면서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치열한 찬반 논란 속에 한 입주민은 주민 인터넷 투표를 진행했고, 그 결과 ‘고양이밥 절대반대. 극혐이다’는 의견이 55.7%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대로 두자’ ‘두 달만 두자’는 존치 의견은 각각 10.7%와 16.8%에 그쳤다.

급식소 운영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공용 공간에 다른 주민들의 동의 없이 급식소를 설치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아파트 한 주민은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면 공용공간인 아파트 입구가 아니라 자신의 집에서 키우면 되는 문제다”며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까지 피해를 봐야 하냐”고 강하게 항의했다.

A 씨는 주민 반발이 확산되자 급식소를 원래 위치에서 화단 안쪽으로 7m가량 떨어진 곳으로 옮겼지만, 철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A 씨는 “길고양이를 보호하기 위한 공공 목적으로 설치한 것”이라며 “입주민대표 회의나 전체 주민 투표를 통해 급식소의 운영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주민 간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어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주민 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달 말에 열리는 입주민대표 회의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글·사진=최강호 기자 ch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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