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해 “메르스 걸렸다” 신고

부산의 한 50대 남성이 술에 취해 자신이 메르스에 걸렸다며 112에 허위 신고를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비록 해프닝으로 끝나긴 했지만, 감염병에 대해 선제적 대응을 강조한 시의 안일한 대처가 논란이 되고 있다.

12일 0시 56분 부산 연제구 거제동의 한 아파트 인근에 있다고 밝힌 한 50대 남성 A 씨가 본인이 메르스에 걸린 것 같다며 112 신고를 했다. A 씨는 “외국을 많이 다니고 외국인들과 술도 자주 먹었는데 열이 나고 설사를 한다. 메르스인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A 씨는 술에 취한 상태였고, 112 최초 신고 직후 휴대폰 전원을 꺼 버렸다.

경찰은 보호장비를 착용한 지구대 경찰관들을 현장으로 즉시 보냈으나 A 씨는 발견할 수 없었다. 경찰은 부산시 재난상황실에 이 같은 사실을 알리고 메르스 관리 대책본부 담당 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처음 전화를 받은 메르스 대책본부 팀장은 “나는 현재 집에 있으니 다른 팀장에게 전화를 걸어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두번째로 전화를 받은 팀장은 “신고자가 직접 1339(질병관리본부 콜센터)로 전화를 하도록 하라”고 답했다.

하지만 A 씨가 최초 신고 직후 휴대폰 전원을 꺼버린 상태라 경찰은 속수무책이었다. 결국 경찰관이 직접 질병관리본부와 연제보건소에 이 사실을 통보해야만 했다.

경찰은 휴대폰 가입자 주소지 추적을 통해 A 씨를 찾아보려 했으나 해당 주소는 빈집이었다. 경찰은 주변인 등을 무려 5시간 동안 수소문한 끝에 이날 오전 6시가 다 돼서야 3번째로 찾아간 곳에서 A 씨를 찾아냈다.

경찰은 연제보건소 직원과 합동 대면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A 씨가 메르스 설문에 부합하는 내용이 전혀 없어 오인신고로 결론을 내렸다.

결과적으로는 해프닝으로 마무리됐지만 대책본부까지 마련하며 메르스 대처를 강조한 시의 안일한 인식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항상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야 하는 감염병 대처이니만큼 시가 직접 질병관리본부에 연락을 취하거나 A 씨 추적에 힘을 보태는 등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나왔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메르스라는 질병은 2주 내 중동에 다녀온 경험이 있거나 낙타와 접촉한 사실이 있는 등 여러 조건을 갖춰야 발병한다. A 씨의 주장처럼 단순히 외국인들과 술을 많이 마셨다고 해서 생기는 질병이 아니다”며 “또 메르스 야간 대응은 질병관리본부로 일원화 돼 있다. 부산시가 직접 처리를 하는 경우는 주간에 의사들이 메르스 의심 진단을 내렸을 때 등 상당히 한정돼 있다”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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