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금’ 보여 주고, 학생 다치고 도 넘은 부산 ‘중학교 수련회’

부산의 한 중학교 수련회에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영화가 포함된 영상물을 상영한 뒤, 어두운 길을 걷게 하는 ‘담력훈련’을 진행해 학생이 중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목적과 정도를 벗어나 사고로까지 이어진 수련회 교육을 두고 교육청 차원의 수련회 교육 점검과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영도중 3학년 거제 수련회
잔혹 영화 상영 후 담력훈련
학생 중상 입고 수술까지
현장엔 교사 한 명도 없어

학교 “영화 내용 인지 못 해”
수련원 “옆 학생 뛰다 사고”
부모 “이런 교육 이해 안 돼”

부산 영도구 영도중, 교육청 등에 따르면 올 4월 4일 영도중 3학년 학생 95명은 경남 거제시의 한 수련원으로 2박 3일 수련회를 갔다. 수련회에서는 수련원 자체 프로그램으로 이틀째인 5일 오후 9시부터 담력훈련이 진행됐다. 공포스러운 내용이 담긴 영상물을 보고 200m가량의 길을 2인 1조로 걸어가는 내용이었다. 길 도중에는 수련원 측에서 소리로 학생들을 놀라게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수련원은 심의등급이 청소년관람불가인 영화 ‘허스크’의 내용이 포함된 영상물을 15분간 상영했다. 영상물에는 각종 공포 소리와 잔혹한 장면이 담겼다. 이날 영상물을 본 뒤 이 모(14) 양은 200m 길이의 산 중 공포 체험로를 가던 도중 넘어져 얼굴을 다쳤다. 이 양은 현장에서 병원으로 이송돼 12바늘을 꿰매고 응급 성형수술을 받았다. 다소 비상식적인 영상물 상영과 공포체험이 이어졌지만 영도중 교사는 학생들의 교육 현장에 함께 있지는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양의 부모는 “아이들이 보면 안 되는 영화를 틀어 주고 아이들을 어두운 데서 놀라게 하는 것이 어떤 교육 의미를 가지는지도 모르겠고, 선생님들은 왜 현장에 없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사전에 영상물 내용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영도중 관계자는 “사전에 청소년관람불가 내용을 담은 영상물이 상영될지는 수련원 측이 설명을 해 주지 않아 인지하지 못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수련원 측은 “희망자에 한해 담력훈련을 진행했고 상영물은 편집본이라 문제가 없다”며 “훈련 코스에서 뛰지 말라고 교육을 했는데 크게 다친 학생 옆 학생이 뛰다가 이 같은 사고가 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사고가 발생한 수련원은 매년 부산 지역 중·고교에서 수련회를 위해 많이 찾는 인기 시설이다. 대부분의 수련원이 담력훈련, 극기훈련이라는 이름의 ‘공포체험’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련원 교육 프로그램 전반에 대한 안전점검,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자연스레 나온다.

부산학부모연대 이정은 대표는 “학생들에게 교육적인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일선 학교에서 진행하고, 구시대적인 수련회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반드시 재점검하고 위험하다면 폐지까지 검토해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 busan.com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