왁싱이 부른 세대갈등 ‘깨끗해 vs 민망해’

비키니 모델로 활동하는 A(25) 씨는 최근 동네 목욕탕을 갔다가 봉변을 당했다. 수영복을 자주 입는 직업 특성과 위생에 좋다는 이야기에 ‘브라질리언 왁싱'(음모 제거)을 했지만 목욕탕에 들어가자 뜨거운 눈초리가 쏟아졌다. 한 할머니는 “원래 몸에 털이 없었어요?”라고 질문을 하며 혀를 차기도 했다. A 씨는 “모두들 쳐다보는 것도 괴로운데 어떤 아주머니는 다 들리게 욕을 하시더라”며 얼굴을 붉혔다.

20~30대 사이에서 남녀를 불문하고 미용과 위생 등을 목적으로 털을 제거하는 ‘왁싱족’이 늘고 있다. 하지만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이유로 왁싱한 젊은 세대를 혐오하는 50~60대 기성세대도 많아 왁싱을 둘러싼 세대차이까지 나타나고 있다.

20대 비키니 모델 A 씨
음모 왁싱 후 목욕탕서 곤혹
“빤히 쳐다보고 욕도 먹어”

미용 등 이유 왁싱족 늘어
올해 부산 ‘숍’ 157곳 개업

“부자연스럽다, 이해 안 가”
기성세대·왁싱족 갈등 커져

부산지역 15개 구에 따르면 16일 현재 왁싱이 가능한 업체로 신고된 피부숍은 1393개다. 올해에만 157개가 새로 문을 열었다. 특히 부산진구, 남구, 해운대구 등 젊은 층이 많은 지역은 다른 지역보다 피부숍이 훨씬 많다. 피부숍은 피부관리 관련 자격증이 있으면 누구나 구청에 신고를 한 뒤 가게를 열 수 있다. 피부숍에서는 대부분 왁싱을 하고 있으며 전신 제모의 경우 4만~7만 원의 다양한 가격대가 형성돼 있다. 한 구청 관계자는 “아무래도 최근 왁싱문화가 일상화하면서 미용 관련 신규 개설 신고가 미용실 위주에서 피부 관리실로 대부분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젊은 층이 왁싱을 선호하는 데는 털이 없는 피부가 깔끔하다는 인식이 큰 역할을 한다. 민소매, 비키니 등 노출이 많은 옷차림이 늘면서 남성, 여성 모두 털이 패션을 돋보이게 하는 데 단점이 된다는 인식도 있다. 은밀함의 영역이었던 성기 부분 왁싱도 최근에는 커플끼리 같이 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부산 화명동의 뷰티숍 원장 이수정(25·여) 씨는 “과거에는 여름철 왁싱 수요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생리할 때 털에 분비물이 묻는 게 싫다거나 위생상 이유로 왁싱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성세대의 생각은 다르다. 최근 브라질리언 왁싱을 한 딸과 크게 다툰 적이 있다는 이 모(54·여) 씨는 “과학적으로 청결 유무를 떠나서 민망하고 내 딸이 멀쩡한 털을 왜 미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비전문적인 기관에서 신체에 민감한 털을 관리하는 것도 못미덥다”고 말했다.

피부과, 비뇨기과 전문의들은 피부관리실에서 이뤄지는 왁싱과 전문의를 통한 제모는 엄격하게 구분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왁싱의 경우 일시적으로 보이는 털만 제거하는 것이어서 모낭염, 피부염증 등 2차질환 감염 가능성을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산의 한 피부과 의원 최규원 원장은 “털이 체온 유지, 외부충격 보호, 신체적인 작용 등 생리적으로 필요한 기능을 하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김나연 대학생인턴

jundrag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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