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비 줄줄 새는데… ‘관리’ 안 되는 아파트 관리사무소

견제와 감시의 사각지대 속에서 아파트 관리비가 쌈짓돈처럼 유용되고 있지만 이를 감시할 수단이 없다는 지적이다. 입주민들이 관리비와 관련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경로가 극히 제한적인 데다, 관리사무소를 견제할 수단도 딱히 없기 때문이다.

5일 부산 동래경찰서에 따르면 2년간 2억 3500만 원의 아파트 관리비를 횡령한 혐의(업무상횡령)로 관리사무소 경리직원 A(39·여) 씨가 구속됐다. A 씨는 10만 원인 자물쇠 가격을 610만 원으로 부풀리고 아파트 장기수선충당금 등을 뒤로 빼돌렸다. 경찰에 덜미를 붙잡힌 건 대담해진 A 씨가 공공요금에까지 손을 대면서다. 지난달에는 전기요금 등 관리비를 빼돌린 오피스텔 관리소장 B(53) 씨가 구속되기도 했다. B 씨가 7년간 관리소장을 하며 가로챈 돈은 10억 원이 넘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2억 3500만 원 횡령한 경리
10억 원 가로챈 관리소장…
공동주택 회계 부정 잇따라

“입주민 마땅한 견제책 없어
법개정 통해 관리 강화해야”

비단 부산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해 국무조정실이 비리가 의심되는 전국의 816개 아파트 단지를 선정해 감사를 벌인 결과 87%인 713곳에서 3435건의 비리가 적발되기도 했다. 회계장부의 숫자를 바꾸거나 잡수익을 장부에 기록하지도 않고 떼먹는 등 횡령 방법도 가지각색이었다.

전문가들은 관리비 횡령이 의심돼도 입주민들이 이를 확인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에 접속하면 관리비 세부내역, 회계감사 보고서 등을 확인할 수 있으나 300가구 미만의 공동주택, 150세대 미만의 주상복합아파트 등은 관리비 공개 의무가 없다. 전체의 30%안팎인 소규모 아파트가 관리사각지대로 방치된 셈이다.

아파트 운영이나 자체 감사에 대한 민원이 접수될 경우 지자체가 나서서 ‘공동주택 관리분야 특별감사’를 실시하는데, 이 또한 비리를 근절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입주민 30% 이상의 동의로 특별감사 요청이 접수되면 1차적으로 구청이 나서서 감사에 나서는데 인력 등의 한계로 각 구·군청은 1년에 대개 3~4차례 정도만 실시하는 형편이다. 시청은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거나 비리가 의심되는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감사를 실시하는데 이 역시 올해 실시횟수는 4차례에 불과하다.

근본적인 문제는 집값 하락 등의 우려로 특별감사 결과가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영산대 서정렬(부동산학과) 교수는 “시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특별 감사 결과는 공개돼야 하고, 그래야만 비리 예방 효과도 있을 것”이라며 “지역별, 규모별, 준공시점별로 특별 감사 대상을 점차 확대하고 문제가 계속해서 드러난다면 전수조사도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리사무소 등 ‘아파트 권력’을 견제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파트비리척결운동본부 송주열 대표는 “지금은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승인이 있어야만 입주민들이 엘리베이터 등에 공지를 붙일 수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 관리사무소에 대한 문제를 공론화할 수 있겠느냐”며 “일정 수의 주민이 합의하면 공지를 붙일 수 있게 현행 시행령을 개정해 견제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명예훼손 등의 문제는 당사자들 사이에서 해결하면 된다”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