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비 39억원 다른 용도로 쓴 부산대 교수 등 4명 적발

속보=수십억 원에 달하는 국가 연구비를 개인 용도로 유용한 부산대 산학협력단 횡령 사건(본보 지난 7월 10일 자 10면 보도)에 교수들이 관여한 정황이 드러났다. 국립대 교수들이 개인적으로 사용할 돈을 마련하기 위해 회계 담당 직원에게 카드깡과 인건비 부풀리기 등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부산 금정경찰서는 국가 연구비 전용 카드를 허위로 사용해 수십억 원을 횡령한 혐의(업무상배임 등)로 부산대 산학협력단 회계 담당 직원 A(37·여) 씨를 구속했다고 7일 밝혔다.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B(54) 씨와 산학협력단 연구 교수 C(46) 씨, 연구 자재 판매업자 D(51) 씨 등은 불구속 입건됐다.

의전원·산학협력단 교수 둘
카드깡·사비 입금 등 동원
구속된 직원 시켜 34억 횡령
자재업자 포함 셋 경찰 입건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13년 4월부터 올해 4월까지 연구비 전용 카드 허위결제, 연구원 인건비 과다청구 등을 통해 국가 연구비 34억 원을 빼돌려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뒤 돈을 채워놓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주로 B 교수와 C 교수가 허위결제, 문서 조작 등을 A 씨에게 지시했다. 판매업자인 D 씨는 연구 자재를 산 것처럼 서류를 꾸며 주고 연구비 카드로 결제한 금액에서 수수료를 제외한 현금을 이들에게 줬다.

A 씨는 2016년 12월부터 지난 4월까지 카드전표의 날짜와 금액을 조작해 실제로는 발생한 적이 없는 지출을 기록, 연구비 5억 100만 원을 빼돌린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3년 항노화 관련 연구 프로젝트로 120억 원의 연구비를 부산시와 공공기관으로부터 지원받았다. 이들은 해당 연구와 관련 없는 개인적인 일에 연구비를 사용했고, 뒤늦게 이를 채워 넣었다. 연구비를 부득이하게 다른 용도로 사용했을 경우 해당 연구비 카드 계좌에 사용한 금액만큼 채워 넣는 ‘사비 입금’을 악용한 것이다.

이 같은 행위는 횡령죄에 해당할 수 있는 명백한 범죄지만, 학계에서는 사비 입금에 대한 자체적인 처벌 규정이 없다. 수사기관에 의해 적발되지만 않으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이들의 범행은 산업자원부가 단기간에 지나치게 많은 연구비가 집행된 사실을 의심하면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경찰은 포렌식 기법으로 관련자들의 휴대전화를 복원해 범죄 사실을 밝혀냈다.

경찰 관계자는 “사비입금을 허용하는 규정을 삭제하고 범죄 사실이 드러날 경우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될 수 있도록 교육부에 권고했다”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