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시티 방파제 대신 ‘벽’ 세우자는 정부

정부가 예산 부족을 이유로 방파제 대신 5m 높이의 ‘차수벽’을 설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사진은 지난달 6일 부산을 강타한 태풍 콩레이의 영향으로 파도가 마린시티 방파제를 넘어 도로를 덮치는 모습. 연합뉴스

2016년 태풍 ‘차바’ 피해 이후 재해 방지를 위해 추진된 해운대 마린시티 앞 방파제 설치가 무산될 위기에 몰렸다. 정부가 예산 부족을 이유로 방파제 대신 5m 높이의 ‘차수벽’을 설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다. 높은 차수벽을 설치할 경우 마린시티 일대의 해안 경관이 차단돼 주민과 상인들은 물론 관관객들까지 크게 반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7일 부산시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윤준호 의원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최근 수영만 정비사업 관련 부산시와의 협의에서 ‘방파제 사업 국비지원 불가’ 입장을 밝혔다. 부산시 관계자는 “방파제 건설에 약 500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행안부가 재정 부담을 이유로 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면서 “방파제 건설과 함께 추진되고 있는 호안 정비 사업에만 국비를 지원하고 해일 방재를 위해서는 차수벽을 설치하는 방안을 행안부가 제안했다”고 말했다.

행안부 ‘예산 부족’ 이유
5m 높이 차수벽 설치 제안
부산시 ‘바다조망 차단’ 반발

2016년 ‘차바’ 피해 당시
전폭적 지원 ‘한목소리’
일관성 없는 재해정책 비판

해운대 마린시티 일원의 재해 방지를 위한 수영만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정비사업은 2016년 태풍 ‘차바’ 피해 이후 본격화됐다. 당시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국민안전처 등 정부 주요관계자들과 함께 부산을 방문해 “마린시티 앞 방파제 공사가 700억 원 정도 드는데, 관계 당국과 이 문제를 놓고 잘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국비와 시비가 투입돼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에 착수(오는 12월 완료 예정)했지만 막상 대규모 국비 투입을 앞두고 정부가 재정 지원 불가 입장을 밝히면서 방파제 건설 사업이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행안부는 전체 3500억 원 규모인 재난대책비 가운데 특정 지역에 수백억 원을 지원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신 5m 높이의 차수벽을 설치해 해일을 막겠다는 게 행안부의 생각이다. 그러나 부산시는 이처럼 높은 차수벽을 설치하면 마린시티 주변의 바다 조망을 차단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관광특구라는 지역의 특성상 차수벽에 대해서는 극심한 반대 민원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 같은 사실을 행안부에 설명했으나 행안부는 ‘정부가 특정 지역 자영업자들의 영업권까지 챙겨야할 의무는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부산시는 또 마린시티 재해예방을 위한 매립기본계획을 만들 때 매립 폭을 줄인 배경에 방파제 설치가 조건으로 있었다며 행안부가 참여해 승인한 재해방지대책을 실행하기 위해서라도 방파제를 설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마린시티 방파제 건설이 좌초될 경우 정부가 재해 방지 정책에 일관성을 잃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2016년 태풍 피해 당시 여야 정치인은 물론 정부 관계자들까지 대거 몰려와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지만 결국 용두사미식의 결론이 날 수 있어서다. 이와 관련 윤준호 의원은 “수영만 해일 방파제 건설은 단순한 지역사업이 아닌 자연재해위험 개선사업”이라며 “이미 정부와 지자체가 합의하고 계획에 반영된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행안부가 이를 뒤집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로, 반드시 사업이 성사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