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 대리’ 꼼수 음주운전 ‘기승’

음주운전 처벌 강화를 내용으로 하는 ‘윤창호법’ 발의 이후 경찰의 음주단속이 강화되고 있으나 반쪽 대리운전 등 꼼수 음주운전은 여전하다. 부산일보DB

 

“백양터널 요금소 지나면 갓길에 세워주세요.”

올 8월 초부터 대리운전을 시작한 기사 A(50·여) 씨는 최근 부쩍 ‘수상한 콜’을 많이 받는다. 가락·대동 IC, 백양터널 등 시외로 이어지는 주요 고속도로 앞까지만 대리 운전을 부탁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이다. 차들이 쌩쌩 달리는 고속도로 입구 갓길에 차를 세우면, 취객은 운전대를 건네받고 태연하게 고속도로 위를 질주했다. A 씨는 “나도 남편과 딸이 있어, 운전을 말려봤지만 ‘정신은 멀쩡하다’며 막무가내였다”면서 “만취 손님이 고속도로에 진입하면서 ‘곡예 운전’을 하는 것을 보면 아찔하다”고 말했다.

단속 않는 고속도로 앞까지만 대리
음주상태로 고속도로 직접 달린 뒤
요금소 통과 후 다시 콜 불러 귀가
경찰 ‘단속 사각지대’ 해소 고심

음주운전자 처벌 강화를 골자로 한 ‘윤창호 법’이 발의됐지만, 도로에선 여전히 ‘꼼수 음주운전’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단속 사각지대’를 이용해 만취 상태로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등 음주운전 수법도 갈수록 대담해지고 있다.

8일 부산지역 대리운전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리운전 비용을 아끼려는 ‘반쪽 대리운전’ 콜이 늘고 있다. 경남 창원시, 거제시, 양산시 등을 오갈 경우 적게는 4만 원, 많게는 8만 원까지 드는 대리운전 비용을 아끼려고 취객들이 음주 단속을 하지 않는 고속도로 앞까지만 대리 운전을 부탁하는 식이다. 이들은 고속도로 위를 직접 달린 뒤, 도착지 입구 요금소를 통과하면 다시 그 지역 ‘대리운전 콜’을 불러 귀가하기도 한다. 대리운전 기사 B(48) 씨는 “거가대교를 직접 운전해 넘어 온 취객들이, 집에 가기 위해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 인근에 차를 줄지어 대고 콜을 부르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면서 “두 번 콜을 불러도 많게는 3만 원 이상 아낄 수 있으니 이를 교묘히 악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수영교차로, 대연동 주변 등 ‘원룸촌’ 일대에서는 20~30대 젊은 운전자의 꼼수 음주운전도 자주 목격된다. 좁은 골목길을 이용하면 서면 등 주변 번화가를 오갈 수 있어, 굳이 대리운전을 부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운전자 박지수(31·여·남구 대연동) 씨는 “골목이 좁고 어두운 데다 행인이 많은데도 단속에 걸리지 않는다며 핸들을 잡는 지인이 많다”고 말했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하이패스가 생긴 뒤로부터 고속도로에서 달리는 차를 멈춰 세워 단속을 벌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면서 “순찰을 늘려 의심 차량에 대한 불심검문을 강화하고, 휴게소 등에서도 단속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