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이냐 강서냐’ 부산구치소 이전 두고 지역간 대립양상

‘부산구치소 이전’ 문제가 21대 총선 서부산 판도를 흔들 뇌관으로 부상했다. 총선을 1년 5개월 앞두고 벌써부터 현 소재지인 부산 사상구에 두느냐, 아니면 인근 강서구로 옮기느냐를 놓고 치열한 기싸움이 전개되고 있다. 총선 성패와 직결되는 만큼 정파와 개인적인 친분은 온데간데 없고 오직 ‘소(小)지역주의’만 활개치고 있다.

2007년 이래 해묵은 논쟁
국정감사 때 장제원 재점화
2020년 총선 PK 최대 쟁점

與 배재정-野 장제원 ‘사상파’
與 노기태-野 김도읍 ‘강서파’
여야 없이 지역간 대립 양상

■’되돌이표’ 이전 논란

부산구치소 이전 공방은 2007년 통합 이전이 추진되면서부터 본격화 됐다. 1973년 현재의 부산 사상구로 주례동으로 이전한 부산구치소는 1990년대부터 주변에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건설되면서 이전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고, 2000년대 중반부터 이전 논의가 진행됐다. 2007년에는 부산시와 LH공사가 부산구치소(사상구)와 부산교도소(강서구)를 강서 화전체육공원으로 통합 이전하기로 합의했었다.

그 뒤에도 별다른 성과없이 해묵은 과제로 넘어오다가 문재인 대통령이 19대 국회의원(사상구) 시절인 2012년 서부지원과 서부지청, 부산구치소를 한데 묶어 강서구 이전을 추진했지만 정작 지원·지청만 강서로 이전하고 구치소는 그대로 남게 됐다. 그러다가 사상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장제원 의원이 이번 국정감사 기간 중에 집중 이슈화 하면서 재점화하기 시작했다.

■”정파는 없다. 오직 소지역주의뿐.”

부산 구치소 이전은 21대 부산·울산·경남(PK) 총선의 최대 ‘화약고’다. 단순히 부산 사상과 강서의 문제를 넘어 서부산과 동부경남 등 ‘낙동강 벨트’ 전체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구치소 이전 문제는 개인적인 친분관계나 소속 정당에 관계없이 완전히 ‘소지역주의’에 함몰돼 있다. 부산 사상과 강서에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보면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부산구치소 이전 문제에 관한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란 당적 개념은 무의미하다. 철저하게 ‘사상파’와 ‘강서파’로 나뉘어져 있다.

민주당 배재정 전 총리 비서실장과 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1년 5개월 앞으로 다가온 21대 총선에서 정면 대결을 벌여야할 정적이다.

김도읍 의원과 노기태 강서구청장은 한때 한솥밥을 먹다가 지금은 ‘남보다 못한’ 사이다. 반대로 김도읍·장제원 의원은 한국당에, 배 전 실장과 노 구청장은 민주당에 소속돼 있다.

그런데 지금은 ‘장제원-배재정’조(組)와 ‘김도읍-노기태’조로 나뉘어 사생결단의 복식대결을 벌이고 있다.

노기태 구청장은 8일 “사상구에 있는 부산구치소를 다른 지역으로 옮겨야 되겠다는 생각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김 의원의 손을 들어줬다.

이 과정에서 김대근 사상구청장은 ‘장제원-배재정’조를 물밑에서 응원하고 있고, 북강서을 출마를 준비중인 민주당 유정동(현 지역위원장) 정진우(전 지역위원장) 안병해(전 강서구청장) 씨는 ‘김도읍-노기태’ 조가 승리하길 내심 바라고 있다.

만약에 부산구치소가 강서로 이전되면 현역인 김도읍 의원만 피해를 입는게 아니라 민주당 북강서을 출마자도 직격탄을 맞는다.

게다가 조장인 김도읍·장제원 의원도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숙명의 대결’을 벌이고 있다. 김 의원은 구치소 이전 문제를 결정하는 법무부를 소관 기관으로 하는 국회 법제사법위 간사이고, 장 의원은 법무부 예산을 최종 결정하는 국회 예산결산위 간사이다. 막강 파워를 갖고 있는 두 간사 사이에서 법무부가 쉽게 한사람을 편들기 힘든 실정이다.

■”중재자는 말이 없다.”

워낙 양 지역이 강하게 대립하고 있어 중재세력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

김대근 사상구청장은 오거돈 부산시장에게 “아무 것도 필요없다. ‘부산구치소 역외 이전’만 도와 달라”고 요청했지만 만족할만한 답을 얻지 못했다.

법무부·부산시·사상구가 포함된 ‘TF(태스크포스)팀’을 발족한 법무부는 내년 3월까지 부산구치소 문제를 결론낼 예정이지만 쉽지 않은 실정이다. 청와대도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과 한국당 지도부도 사실상 손놓고 있다. 양당 부산시당도 애써 외면하고 있다. 모든 세력들이 중재력을 상실한 사이, 양 지역의 앙금만 깊어지고 있다.

권기택 기자 kt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