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방지 공사 5개월만에 사하구 아파트 암벽 ‘와르르’


암벽 붕괴방지 공사가 끝난 지 5개월 만에 돌무더기가 떨어져 2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붕괴위험 지역에서 해제된 지 한 달도 채 안 돼 인명피해가 발생하자 암벽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지난 9일 오후 3시께. 부산 사하구 당리동의 한 아파트는 전날 발생한 낙석 사고 수습이 한창이었다. 경비실과 아파트 출입문의 깨진 유리창과 찢어진 낙석방지 펜스는 전날 사고의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아파트와 불과 25m가량 떨어진 100m 높이의 암벽에는 가로 6m, 세로 10m, 깊이 4m가량 움푹 팬 흔적이 드러나 있었다.

구청 26억 들여 2년간 정비
10월 18일 위험지역서 해제

사하구 아파트 8일 암벽 붕괴
낙석 방지 옹벽·펜스 무용지물
6년간 세차례 사고 주민 불안

지난 8일 오후 3시께 이 암벽에서 돌무더기가 우르르 떨어져 낙석방지망을 찢고 튕겨 나가면서 아파트 관리자 2명이 다치고 차량 3대가 파손 된(본보 지난 9일 자 12면 보도) 것이다.

구청은 집중호우로 인해 암벽 틈으로 물이 새어들어가 균열이 생기면서 파편이 떨어져 나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암벽과 10m가량 떨어진 곳에는 낙석 피해 방지 옹벽이 있었지만, 높이가 낮아 튕겨 오른 돌들을 막을 수 없었다. 낙석방지 펜스도 강도가 약해 사고 당시 돌 파편에 찢어져 무용지물이었다.

사하구청에 따르면 이 암벽은 지난 2012년부터 세 차례 낙석 사고가 발생해 2015년에 급경사지 붕괴위험 지역으로 지정됐다. 구청은 2016년부터 올해 6월까지 국·시비 26억 원의 예산을 들여 2만 1000여㎡ 면적의 암벽에 깊이 1.5m의 로크 볼트(암반 붕괴 방지 장치)를 심고, 낙석방지망을 설치했다. 구청은 2년에 걸친 정비공사를 마무리한 뒤 지난달 18일 이곳을 붕괴위험 지역에서 해제했다.

낙석 사고로 돌 무더기가 떨어져 있는 모습.

하지만 붕괴위험 지역에서 해제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날벼락’을 맞자 주민들의 불안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입주민 A(47) 씨는 “수십억 원을 들인 공사인데 겨우 이 정도 비에 무너져 내리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하면서 “부실공사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구청 관계자는 전문가 의견에 따라 안전등급 C등급이 나와 붕괴위험 지역 지정을 해제했다고 밝혔다. 구청 관계자는 “지난여름 집중호우와 초가을 태풍도 견뎌 이상이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해제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전검사는 정밀 장비를 동원하지 않고 육안 검토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직각에 가까운 암반의 경사를 낮추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지만, 암반을 깎는 작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옹벽과 낙석방지펜스를 더 높이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조언한다. 부산대 토목공학과 임종철 교수는 “현재 2~3m가량에 불과한 옹벽이 3배만 더 높았어도 지상 주차장으로 파편이 튀는 것은 막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구청은 아파트 주민들이 사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책임을 넘겼다. 구청 관계자는 “원래대로 복구하는 작업은 구청이 할 수 있지만, 이 지역은 사유지이기 때문에 옹벽을 높이거나 그 이후의 대책은 아파트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마련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글·사진 서유리 기자 yo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