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 누르면 일 더 커질까 봐…” 벨 못 누르는 야간 1인 알바


1인 근무 방식으로 운영되는 부산지역 편의점 5곳 중 4곳에 설치된 비상벨은 명확한 사용 기준이 없어 일선 현장에서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 아르바이트생이 손님에게 무참히 살해당한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이후 아르바이트생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지만 위기상황에 필요한 비상벨 작동 관련 대책은 겉돌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12일 오전 3시께 중구 남포동의 한 편의점. 손님 김 모(61) 씨는 편의점을 문을 박차고 들어와 아르바이트생 배 모(27) 씨에게 다짜고짜 “물건을 가져오라”고 요구했다. 배 씨는 “직접 가져오셔야 결제가 된다”며 김 씨를 타일렀다. 하지만 김 씨는 배 씨와 실랑이를 벌이다 배 씨의 목을 손으로 찔렀다. 위협을 느낀 배 씨는 다급히 112에 신고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들을 위한 비상벨(경찰 호출기)이 설치돼 있었지만, 배 씨는 결국 사용을 하지 못했다. 배 씨는 “처음엔 비상벨을 누르려고도 했지만, 이 정도 상황에서 눌러도 되는 것인지 애매해 누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남포동 편의점서 60대 손님
손으로 목 찌르는 행패에도
알바생 비상벨 사용 못 해
사용 기준·교육 부족 영향

부산 편의점 5곳 중 4곳
비상벨 있지만 제구실 못해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부산 시내 편의점 2434곳 중 1824곳(88.2%)에 근무자를 위한 비상벨이 설치돼 있다. 비상벨은 편의점 직원이 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 계산대 밑 벨을 누르면 인근 지구대 경찰이 출동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편의점 직원들은 위급한 상황에서 벨을 누르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입을 모은다. 비상벨 사용 매뉴얼이나 정기적인 교육이 없어 일부 아르바이트생들의 경우 점주에게 “위급한 상황일 때 눌러라”식의 구두 교육만 받고 어렴풋이 아는 정도에 그친다. 교육을 받는다고 해도 어떤 상황에서 비상벨을 눌러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아예 없는 실정이다.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는 박 모(23) 씨는 “실랑이가 벌어지거나 취객이 올 때마다 벨을 누를 수도 없고 자칫 일이 커질까봐 대부분 벨 사용을 꺼린다”며 “단순 실랑이로 신고를 하게 되면 경찰들에게 미안한 경우도 생긴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금도 편의점 비상벨을 누르는 경우가 드문 상황에서, 매뉴얼이나 기준 등을 정할 경우 자칫 비상벨 사용을 더 꺼리게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들이 자주 바뀌곤 해 바뀔 때마다 직접 교육은 못 하고 있다”며 “언제든 위협을 느낄 때 벨을 누르면 출동한다는 점에 대해 교육을 더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청년유니온 하정은 위원장은 “야간에 혼자 근무하는 방식으로는 아르바이트생의 안전이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며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도 피해자가 혼자 근무했기 때문에 변을 당했다. 야간에 근무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을 위해 안전망을 구축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