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짝 못 하는 장애인 옆에 두고 ’30분 휴게시간’?

뇌병변 장애 1급을 갖고 있어 거동이 불편한 이성심(57) 씨는 최근 병원에서 ‘낙동강 오리알’처럼 내팽개쳐진 경험 탓에 외출하는 일에 두려움을 갖게 됐다. 활동지원사가 4시간 일하면 반드시 30분 휴식시간을 가지도록 근로기준법이 개정되면서 빚어진 일이다. 이 씨는 “활동지원사가 옆에서 움직이지 않도록 잡아줘야 받을 수 있는 병원 치료가 있었는데, 휴식시간과 겹치는 바람에 치료를 받지 못했다”며 “활동지원사가 쉬어선 안 된다는 게 아니고, 휴식시간을 쪼개거나 협의할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올 7월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활동지원사의 휴게시간이 의무화되면서 장애인은 물론 활동지원사까지 개정안에 대해 ‘탁상행정’이란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근로 및 휴게시간 특례업종에 포함돼 있던 활동지원사가 특례업종에서 제외되면서 생긴 변화인데, 전문가와 업계 종사자들은 휴게시간의 유연한 적용과 근본적인 처우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근무환경 개선 취지 제정
활동지원사 휴식 의무화
현실 외면 탁상행정 논란

“임금보전이 현실적 해법”
복지 전문가들 보완 촉구

당초 보건복지부가 장애인 활동지원사의 휴게시간(4시간 근무 중 30분, 8시간 근무 중 1시간)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한 건 열악한 근무환경에 대한 개선 요구가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업계 종사자들마저 개정안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행동 하나하나까지 보살펴 주지 않으면 위험한 상태에 빠질 수 있는 장애인을 옆에 두고 어떤 활동지원사가 휴게시간을 지키며 쉴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부산뇌병변복지관 이주은 관장은 “특히 장애인 집에서 재가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분리된 휴식 공간이 없기 때문에 활동지원사들이 법을 지킬 수도, 어길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이라며 “활동지원사들이 정부에 요구하는 건 임금인상과 같은 실질적인 처우개선이다. 차라리 휴게시간 부분을 임금으로 보전해 주는 게 현실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복지 전문가들 역시 현실을 외면한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신라대 초의수(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장애인에 대한 서비스와 노동자의 권리문제를 휴게시간 의무화 하나로 해결하려다 보니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며 “정부가 활동지원사 임금체계 개선이라는 해법을 알면서도 재정적 부담 때문에 변죽만 울리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탁상행정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보건복지부는 올 연말까지는 휴게시간 미준수에 대한 처벌을 하지 않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활동지원사노조는 휴게시간을 매일 부여하지 않고 일정 기간 모아서 유급휴가를 주는 ‘휴게시간 저축제도’ 등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안준영 기자 j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