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 고교생 64% “막말·욕설 들었다”

부산의 한 특성화고에 재학 중인 A 군은 아르바이트를 하던 편의점에서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진열대에 배치해둔 물건들이 주기적으로 없어지자 업주가 알바생들을 의심하기 시작한건데, 유력 용의자로 지목된 건 A 군이었다. A 군은 “나이가 어리고 특성화고에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범인으로 몰렸다”며 “다른 알바생의 짓이었다는 게 확인됐지만, 그때 받은 상처는 지워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부산지역 특성화고 재학생들이 노동권의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다. 전문 직업인으로 거듭나기 위해 많은 특성화고 재학생들이 일찌감치 ‘알바 전선’에 뛰어들지만, 최저임금·주휴수당 등을 받지 못하거나 막말과 욕설, 심지어는 성희롱에까지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특성화고 학생 1664명 설문
79%가 주휴 수당 못 받고
24%는 최저 임금 못 받아
노동권 사각지대 방치 심각

부산청년유니온은 올해 4~6월 부산지역 특성화고 재학생 166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아르바이트 실태조사 결과를 19일 발표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알바를 한 적이 있거나 하고 있다고 답한 특성화고 재학생은 전체의 45.5%였다. 이 중 절반이 넘는 55.8%의 청소년들이 음식점 알바를 한다고 답했고, 주차장 7.1%, 편의점 4%, 배달 2.3% 등의 답변이 뒤를 이었다.

문제는 이들이 단순히 어리다는 이유로 노동자라면 당연히 누려야할 권리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올해 최저임금인 7530원보다 적은 시급을 받고 일한다는 이들은 전체의 23.7%였다. 뷔페나 음식점 서빙 등 노동강도가 센 업종에서 주로 일하지만, 최저임금을 받지 못할 수도 있는 처지인 것이다.

주휴수당을 받지 못한다고 답한 이들은 79.4%에 달했다. 알바 계약을 맺으면서 근로계약을 제대로 체결하지 않아 계약서를 구경조차 못해본 이들은 51.1%나 됐고, 근로계약서를 작성해 실제로 받아본 청소년 알바생은 전체의 30.6%에 불과했다.

근무지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은 청소년들 가운데 63.9%가 막말이나 욕설로 인한 피해를 호소했다. 어리다는 이유로 반말은 기본이고 화풀이용 욕설까지 참아내야 하는 실정이다. 성희롱이나 성폭행을 당했다고 답변한 청소년들도 8.3%에 달했다. 업주뿐만 아니라 성인인 동료 직원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호소한 학생도 있었다.

부산청년유니온은 “지난해 11월 제주의 한 생수 공장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이민호 군의 사망사고를 잊지 않고, 같은 참사를 되풀이하지 말자는 의미에서 실태조사를 실시했다”며 “청소년 아르바이트 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반영된 정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안준영 기자 j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