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성마을 ‘노래방 기계’가 꺼졌다?

‘불판 위에 고기를 구워 먹고, 노래방 반주기에 맞춰 함께 노래를 부른 뒤 족구 한판을 벌이는 곳.’ 단체나 회식 모임으로 부산 시민들이 즐겨 찾는 금정구 금성동 산성마을에 최근 ‘노래방 기계 사용 금지’ 날벼락이 떨어졌다. 때아닌 ‘금가령(禁歌令)’에 노래방 기계를 보유한 산성마을 일대 식당마다 “예약 손님 발걸음이 뚝 끊겼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시민들도 “자연 속에서 음식과 흥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공간인데 아쉽다”는 반응을 보인다.

산성마을 어귀에 ‘노래방 기계 사용 금지’ 현수막이 나붙은 건 지난달 중순께. 한 주민이 지난달 11일 국민권익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노래방을 사용하는 식당들로 인해 시끄럽다”며 민원을 제기한 것이 발단이 됐다. 해당 민원 내용은 며칠 뒤 금정구청으로 이첩됐고, 결국 구청 관계자들이 마을로 출동해 계도와 단속에 나섰다.

한 주민 “시끄럽다”며 민원 제기
금정구청 노래방 기계 단속 나서
현행 법 일반음식점서 사용 불법
예약 반 토막 불경기 겹쳐 이중고

▲ 지난달 부산 금정구 금성동 산성마을 입구 곳곳에 게시된 ‘노래방 기계 사용 금지’ 현수막.

죽전·중리·공해 3개 마을로 이뤄진 금성동엔 50년 가까이 오리와 흑염소, 닭백숙과 파전, 막걸리 등을 파는 식당이 밀집해 성업 중이다. 1970년대부터 부산대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MT 장소였던 이곳은 점차 금정산과 산성마을을 찾는 등산객이 많아지면서 식당 수도 150여 개로 크게 늘었다. 대부분 마을 토박이들이 대를 이어 운영하는 업소들로, 배드민턴장·족구장 등 체육 시설을 비롯해 노래도 함께 부를 수 있도록 반주기 장비도 갖추고 있다.

산성마을에 문을 연 식당은 무허가를 제외하곤 90여 곳 모두 일반음식점으로 허가를 받아 영업 중이다. 현행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은 일반 음식점 영업자가 음향·반주 시설을 갖추고 손님이 노래를 부르는 것을 허용하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연회석을 보유한 일반음식점에서 회갑연, 칠순연, 돌잔치 등 가정의례로서 제한적으로 노래방 기계를 사용할 수는 있다. 사실상 지금까지 산성마을 식당에서의 ‘노래방 음주·가무’는 불법인 셈이다.

산성마을 식당들은 법적으로 노래방 기기를 갖춰 손님들이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하는 단란주점·유흥주점 허가도 불가능하다. 단란주점과 유흥주점은 상업지역에서만 허가를 받을 수 있는데, 산성마을은 주거지역과 자연녹지지역 등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직격탄을 맞은 업소 주인들은 고민에 빠졌다. 노래방 기계를 사용했다가 발생하는 소음으로 자칫 ‘영업정지’ 된서리를 맞을까 업주마다 몸을 잔뜩 사리는 분위기다. 금정산성 먹거리촌 번영회에서도 긴급 대책 회의를 열고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영업난을 토로하는 가게가 늘면서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번영회 관계자는 “노래방 기계를 철거한 이후 예약률이 반 토막 났다. 불경기 등으로 갈수록 손님이 줄어 힘든 상황인데, 악조건이 또 하나 겹친 셈”이라고 하소연했다.

글·사진=민소영 기자 mis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