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 “부전시장 다니기 겁나요..”

20일 부산 부산진구 부전시장 앞 신호등이 작동하지 않는 횡단보도를 시장을 찾은 노인들이 건너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20일 오후 2시 부전역 앞 부전시장 입구 왕복 4차로 도로. 시장에서 산 물건을 양손에 쥔 노인들이 달리는 차량 사이를 아찔하게 스쳐 지나간다. 횡단보도가 있지만 이를 신경쓰는 이는 별로 없는 듯했다.

이때 채소를 나르는 오토바이가 도로를 가로질러 시장 입구로 들어갔다. 깜짝 놀란 백발의 노인이 황급히 오토바이를 피하려다 옆 사람과 부딪쳤다. 유동인구가 많다 보니 재빨리 피하는 것도 쉽지 않은 듯했다.

인도 좁고 가판대 통행 방해
노인 교통사고 전국 1위 오명
상인 반대로 신호등도 못 켜
노인보호구역 지정 시급

부산 최대의 전통시장 상권을 자랑하는 부전동 일대가 노인 보행자 교통사고 전국 1위라는 오명을 썼다. 하지만 관계당국은 관련 법 개정만 기다릴 뿐 교통사고를 줄일 만한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다.

20일 행정안전부가 2015~2017년 전국의 교통사고 다발지역 49곳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부산진구 부전동(부전시장과 부전상가시장 일대)이 전국에서 노인 보행자 교통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했다. 3년간 42건의 노인 보행자 교통사고가 발생해 1명이 사망하고 42명이 다쳤다. 서울 제기동(39건), 청주 석교동(27건), 의정부 의정부동(23건) 등이 뒤를 이었다.

행안부는 부전시장과 부전상가시장, 서면시장, 서면역 등지에 노인 유동인구가 많은데, 도로가 좁아 노인 보행자 교통사고가 많이 일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이 일대는 너비가 3m도 채 안 되는 인도가 많고 그마저도 가게에서 벌여 놓은 가판대가 통행을 방해한다. 제각기 보따리나 핸드카트를 들거나 끄는 노인들은 좁은 인도 대신 차도로 걸어다녔다.

행안부는 교통사고 통계를 바탕으로 지난 8월 경찰청과 함께 부전시장 일대에 실태조사를 벌였다. 행안부는 교통사고 중 61%가 도로 횡단 중에 발생하고 보행자의 행동이 느려지는 겨울철(11~1월)에 사고 비율이 높았다고 분석했다.

부산경찰청은 자구책으로 부전시장 앞 횡단보도에 점멸 상태였던 신호등을 가동했다. 무단횡단을 줄이려는 조치였지만 유동 인구를 막는다는 상인들의 반발에 부딪혀 시행 두 달 만에 신호등의 불을 다시 껐다. 경찰 관계자는 “시장 방문객이 많은 명절에는 집중 관리기관을 둬서 보행 안전을 관리한다”며 “경찰 자체적으로 안전 시설을 설치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행안부는 도로교통법 개정을 통해 부전시장을 비롯한 장소 개념의 공간도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안준영 기자 j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