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프리미엄 해양리조트, 안전 불감증 도마 위에

한화그룹 계열사인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프리미엄 해양리조트를 표방하며 지난달 문을 연 경남 ‘거제벨버디어’에서 4살 여자아이의 손가락이 화장실 유리문에 끼어 끊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법에서 정한 안전시설을 하지 않은 탓인데, 정작 한화 측은 법 위반 사실조차 몰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사고 이후에도 아무런 보완 조치 없이 숙박객을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일 두 명의 어린 자녀와 함께 거제벨버디어를 찾은 A 부부. 오랜만의 가족 나들이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룸’을 어렵사리 예약했다. 뽀로로 같은 인기 캐릭터를 테마로 실내를 아이들이 놀기 놓은 키즈카페처럼 꾸민 숙소다.

4살 여아, 욕실 유리문 틈에
오른손 검지 절단 봉합수술

업체, 끼임 방지시설 무시
“법적 하자 없다” 우기다
시공사 내세워 잘못 인정
보완 조치 없이 계속 영업

하지만 설렘 가득한 가족여행은 얼마 못 가 떠 올리기조차 싫은 악몽으로 변했다. 이날 오후 11시께 A 씨 부부가 잠자리를 준비하는 사이 욕실에서 자지러지는 비명이 들려왔다. 조금 전까지 오빠(7)를 따라다니며 해맑게 웃던 딸(4)의 손에서 피가 솟구치고 있었다. 욕실은 세면대와 좌변기, 샤워실이 통유리로 구분돼 있는데 여닫는 유리문 틈에 딸의 오른손 검지가 끼어 끝마디가 완전히 떨어져 나간 것. 부산의 한 병원으로 긴급 이송된 딸은 자정을 넘겨 봉합수술을 받았다.

A 씨는 “다행히 수술은 잘 됐지만 후유증은 평생 갈 거라 한다. 무엇보다 끔찍한 사고를 경험한 아이들의 정신적 충격이 심각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A 씨 부부를 더욱 분통 터지게 한 건 리조트 측의 무성의한 대응과 허술한 사후 처리, 안전시설 요건조차 모르는 ‘무지’였다. 현행 건축법은 리조트 같은 다중이용시설의 경우 실내 출입문에 끼임 방지시설을 설치하도록 했다.

특히 ‘유리문 모서리’는 부드러운 재질의 끼임 방지용 완충재를 설치해야 한다. 위반 시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사고가 난 욕실은 유리문 두 짝 좌우 경계면 4곳 중 3곳에만 고무 완충재가 시공됐다. A 씨의 딸은 하필 완충재가 없는 모서리에 손가락이 끼였다. 그런데 리조트 측은 법 위반이 아니라고 우겼다. 심지어 유리문 일부에 시공된 완충재는 끼임 방지가 아닌 ‘물 튀김 방지용’이란 황당한 주장까지 했다. 그러면서 사고 이후에도 시설 보완은커녕, 위험성에 대한 공지나 알림도 없이 숙박객을 계속 받았다. A 씨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만들어 운영하는 최고급 리조트가 법에서 정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갖추지 않았다는 게 너무 화가 난다. 법적 기준이 명확한 데도 리조트 측은 시설의 문제가 아니라며 버티고 있다.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지만 재발 방지를 위한 사후조치도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리조트 측은 본보 취재에도 ‘법률상 하자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관할 기관을 상대로 한 취재가 계속되자 뒤늦게 시공사를 내세워 잘못을 인정했다. 시공사인 한화건설 측은 “내부 검토 결과, 법 기준에 못 미치는 부분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최근에 만들어진 법규라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이른 시일 내 보완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고에 대해선 “욕실 유리문을 법에서 규정한 출입문으로 봐야 하는지는 검토가 더 필요하다”고 해명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