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절 끝에 부산 오페라하우스 공사 재개 결정..

▲ 부산 북항 오페라하우스 건립사업에 8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한 부산항만공사(BPA)의 결단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항재개발 조감도와 오페라하우스 조감도(오른쪽 위). 부산일보DB

공사 중단, 공론화 추진, 그리고 역사·문화벨트 거점 시설로 재추진. 곡절 끝에 부산시가 지난 25일 북항 오페라하우스 공사 재개 결정을 내렸다. 극적인 ‘심폐소생’의 주역은 부산항만공사(BPA)가 내놓기로 약속한 사업비 800억 원이었다. BPA는 이 800억 원을 왜, 어떻게 조달하려는 것일까?

피란부두 존치로 매립면적↓
사업비 줄어 1500억 여윳돈
북항재개발과 연관성 논란
사업·실시계획 변경 관건

숙의 없이 급조된 결정 비판도

■1부두 보존 안 했으면 어쩔 뻔?

오거돈 부산시장이 이날 기자회견 서두에서도 밝혔듯 공사 중단 결정의 가장 큰 이유는 2500억 원이나 되는 사업비 부담이었다. 부산시민공원 내 부산국제아트센터에 이미 국비가 투입돼 유사한 공연장인 오페라하우스에는 롯데그룹 기부금 1000억 원 외에 사업비 조달 방법이 막막했다. 이때 공기업인 BPA가 800억 원을 선뜻 내놓겠다며 ‘흑기사’처럼 나타난 것이다.

부산항 관리·운영 주체이자 북항재개발 시행자인 BPA는 과거 산정했던 북항재개발 1단계 총사업비 1조 8000억 원이 최근 추계 결과 1조 6500억 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1부두 피란수도 유산 보존 결정으로 1단계 매립 면적이 감소한 게 이유다. 이 줄어드는 사업비 1500억 원 중 800억 원을 오페라하우스 사업에 투입한다는 계산이다.

오페라하우스 사업은 국비가 투입되지 않아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남은 절차는 해양수산부와 협의해 사업·실시계획 변경을 승인받는 것이다. 오페라하우스 건립 사업을 전체 북항재개발사업에 포함시켜 총사업비로 인정받으면 계획 변경은 가능할 것으로 BPA는 전망한다.

그러나 기반시설 투입 예산만 사업비로 분류한 재개발사업에서 상부시설인 오페라하우스까지 재개발사업으로 볼 수 있느냐, 공연장과 BPA 사이에 연관성이 있느냐 하는 논란 소지가 있다.

■억지춘향? 설익은 결정?

BPA 관계자와 부산시의회 말을 종합하면 이번 결정이 숙의 끝에 나온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는 지난 8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까지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시민 공론화, 사회적 합의, 시장 결단 등의 방안 중 어느 것도 결정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논란이 계속 불거지자 시가 BPA에 사업비 지원을 요청했고, 최근 2~3주 사이 급격히 협의가 이뤄진 정황이 포착된다. 지원 액수도 BPA가 고심 끝에 제안한 500억 원과 부산시가 요청한 1000억 원 중간 선에서 결정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BPA는 지난 26일 800억 원을 총사업비에 포함하는 방식 외에 다른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항만 재개발 수익을 항만공사가 취하도록 의원 입법을 통해 항만공사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법이 개정된다면 BPA는 재개발 수익을 인접 지역과 항만에 재투자할 든든한 재원을 확보하게 된다. 하지만 오페라하우스 사업비 분담 발표가 나온 직후여서 부산시에 먼저 지원 약속을 하고 뒤늦게 재원 확보에 나선 모양새가 됐다.

BPA가 이렇게 나서게 된 배경에는 8월 취임한 남기찬 BPA 사장이 경영 방침으로 사회적 가치 실현을 내세워 지역사회와의 소통·협력을 강조하는 데다, 한국해양대 교수로 재직한 남 사장이, 해수부 장관과 한국해양대 총장을 지낸 오 시장과 막역한 관계라는 점이 작용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부산시의회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시의회 운영위 노기섭(북구2·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5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부산시 정책기획관이 행정사무감사에서 분명히 ‘결정된 것 없다’고 밝혔는데, 벌써부터 일요일 기자회견은 준비되고 있었고, 정책결정은 감사 이전에 이뤄졌다고 봐야 한다”며 “왜 뜬금없이 정무적 판단으로 급선회하고, 감사에서 위증을 했는지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