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사람] 부산국제영화제 김동호 조직위원장 “영화제 정상적 개최 위해 영화계 설득”

부산국제영화제 김동호 조직위원장
부산국제영화제 김동호 조직위원장

24일 부산국제영화제(BIFF) 조직위 임시총회에서 첫 민간인 조직위원장으로 합의 추대된 김동호(79) 위원장은 이날 저녁 공식 무대에 ‘데뷔’했다.

포럼 신사고가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연 ‘BIFF의 과제와 전망’ 포럼에 발제자로 나선 것이다.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그는 포럼에서 무엇보다 고령과 건강을 걱정하는 사람들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나이가 무색할 만큼 또렷한 목소리로, 구체적인 연도와 수치를 빠뜨리지 않고 언급하며 자신의 논지를 펼쳤다.

독립·자율성 무시하면 필패
예산의 투명성·공정성 강조
국비 비중 확대에도 공감해

김 위원장은 “BIFF의 성공 요인은 아시아 신진 작가들을 발굴해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충실히 했다는 점, 정치인과 고위 공무원의 관여를 배제하고 독립성을 지켰다는 점, 이 두 가지”라며 “어떤 영화도 상영하고 볼 수 있어야 진정한 세계적 영화제가 될 수 있고, 검열이 있다면 필패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1977년 시작된 홍콩영화제가 1997년 중국 정부의 지침에 반하는 독립영화를 초청한 프로그래머를 해촉한 사건을 예로 들었다. 지난해 이스탄불영화제는 정부 요구에 따라 초청작 4편을 상영 취소하자 심사위원들이 이에 반발해 동반 사퇴했고, 올해 유럽영화진흥기구(EFP)의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BIFF는 제5회 영화제 때부터 세계 8대 영화제 집행위원장 회의에 참여해왔다”고 말했다. 역사와 예산으로 설명되지 않는 독립성을 BIFF가 입증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24일 부산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2016년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 임시총회'에서 선출된 김동호 신임 조직위원장(가운데)과 김규옥 부조직위원장(부시장), 강수연 집행위원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경현 기자 view@

24일 부산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2016년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 임시총회’에서 선출된 김동호 신임 조직위원장(가운데)과 김규옥 부조직위원장(부시장), 강수연 집행위원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경현 기자 view@

 

김 위원장은 독립성을 높일 실질적 조치도 제시했다. ‘프로그래머와 집행위의 영화 선정·초청에는 조직위원장을 비롯한 누구도 관여하지 못한다’는 조항을 조직위 정관에 명시하는 방안이다. 이는 영화계가 요구하는 ‘영화제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반영하는 정관 개정’과 맥을 같이한다.

올해 영화제 정상 개최를 위해 필요한 영화계 설득에도 전력을 쏟겠다고 했다. 범영화인 비상대책위는 BIFF 보이콧 선언을 풀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은 “곧 영화계 대표들을 만나 보이콧 해제를 설득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24일 서병수 시장에게 조속한 정관 개정을 요청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독립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정관을 개정하는 데 부산시가 동의해야 영화계가 보이콧을 풀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더불어 그는 전문성을 강조했다. “좋은 작품과 작가를 초청하려면 네트워크와 역량을 겸비한 프로그래머와 집행위원장이 필요하고, 자주 바뀌면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다”며 “집행위원장만 봐도 베를린은 3명이 64년, 칸은 5명이 69년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BIFF의 조직 사업 예산 회계 등 운영 전반에 대한 혁신 필요성 강조도 빼놓지 않았다. 투명성과 공정성을 제고하겠다는 의지는 분명했다. 그는 “BIFF에 예산을 지원하는 부산시와 정부가 정기 감사를 해왔고, 업무 처리에 대한 행정지도도 매년 받았지만 특별한 문제는 없었다”며 “미처 살펴보지 못했던 부분에 대한 특별감사와 검찰 고발은 무리한 측면이 있으나 그런 의혹이 없도록 투명하게 처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BIFF 예산 중 국비 비중 확대를 위한 특별법 제정이 시급하다는 박재율 BIFF발전시민대책위 공동대표의 지적에 대해 김 위원장은 “세계적 영화제 사례를 봤을 때 전체 예산의 절반 정도는 국가가 부담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공감을 나타냈다.

토론에 참석한 이준승 부산시 시정혁신본부장은 “시의 입장은 앞만 보고 내달린 BIFF가 뒤를 점검해 더 나아갈 수 있는 쇄신을 해보자는 취지였다”며 “올해 영화제 성공 개최를 위해 시와 BIFF가 합의를 했기 때문에 정관 개정에 대해서도 이른 시일 내에 협의한다면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사진=강선배 기자 k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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