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전문 여행사 ‘새늘투어’ 청년 3인방

여기 전통시장과 여행에 ‘미친’ 청년들이 있다. 시장과 여행을 좋아하다 못해 여행사까지 차렸다. ‘새늘투어’ 3인방의 이야기다. 현대화 사업으로 깨끗해졌지만, 전통시장이 획일화되는 것이 안타깝다는 이들에게서 진정으로 시장을 사랑하는 마음이 전해져왔다. 왜 하필 전통시장 여행사를 창업했는지, 청년들의 속마음을 들여다봤다.

 

■3인 3색 전통시장 사랑

‘새늘투어’ 이영훈(24) 대표는 3년 동안 전국의 문화관광형 시장은 전부 다 가봤다고 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의 이름난 시장은 다 둘러봤다.

개성·인간미 넘치는 시장이 좋아
시장 관련 견문·경험 바탕 ‘창업’

전국 전통시장 10곳 여행코스 개발
시장 체험 ‘청춘시장원정대’도 운영

현대화 따른 ‘시장 획일화’ 아쉬워
“시장 미래, 청년으로부터 찾아야”

그는 “시장마다 역사가 다르고 문화가 달라 자세히 살펴보면 시장이 가진 고유의 색깔이 있다”면서 “그래서 전통시장에 매력을 느꼈고 창업까지 하게 됐다”고 웃었다

구부성(26) 홍보팀장은 부산 금정구 서동미로시장 사업단에서 직원으로 일한 경험이 있다. 그는 “사람 냄새 나는 시장이 마냥 좋아서 계속 시장 관련 일을 한다”고 말했다. 다만 서동미로시장에서 일할 때 사업단에 속해 있다 보니 행정업무가 많은 점이 부담으로 다가왔다고 했다. 그래서 SNS를 통해 알고 지내던 이 대표와 의기투합했다. 전통시장을 좋아하는 사람끼리 마음이 통한 것이다.

진형주(26) 기획팀장은 오랫동안 여행사 가이드로 일했다. 대학에선 국제관광경영학을 전공했다. 지금도 주말마다 국내 여행 가이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진 팀장은 “둘과 달리 처음부터 전통시장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전국 여행 가이드로 일하다 보니 여행 기획 자체에 관심이 많다”고 설명했다. ‘새늘투어’에 합류하면서 오히려 전통시장의 가치에 눈을 뜨게 된 경우다.

입맛과 성격, 취향 등 셋 다 다른 것 투성이지만, 전통시장을 여행 코스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은 모두 같았다. 현재 여행 상품 개발뿐만 아니라 청년들이 전통시장을 체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청춘시장원정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사회적기업가육성사업의 지원을 받는다.

 

 

■전통시장을 여행하는 방법

전통시장에 그냥 가면 되지, 꼭 여행사를 통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셋은 전통시장 여행 상품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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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태국 치앙마이의 선데이 마켓에 갔을 때 전통시장의 힘을 느꼈다”면서 “일요일만 되면 하루 1만 명 이상이 찾는 대표적인 관광지인데, 그곳에서만 살 수 있는 물건을 파는 점이 매력적이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시장은 기본적으로 물건을 파는 곳이지만 ‘경험’도 살 수 있다고 이들은 생각한다.

그래서 기획한 것이 전국에 있는 시장의 특성에 맞게 만든 3시간 투어, 1박 2일 투어 등의 상품이다.

예를 들어 경북 안동구시장에서는 비누를 만드는 등 짧은 체험을 할 수 있고, 부산에서는 국제시장과 깡통시장 2개를 묶어서 근대문화골목거리, 보수동 책방골목, 동아대 석당박물관(옛 부산임시수도정부청사)을 모두 둘러보는 긴 시간의 투어가 가능하다. ‘새늘투어’는 현재 대구, 삼척, 동해, 울산, 광주, 전주 등 약 10개 전통시장의 여행 코스를 만들었다. 벌써 공공기관이나 교육 관련 기관에서 단체 여행 문의가 들어올 정도다.

구 팀장은 “포항 죽도시장에서 ‘청춘시장원정대’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이 시장에서 가장 오래된 간판과 가장 젊은 상인 찾기 등을 하면서 자연스레 여행이 가능했다”며 “시장을 여행하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12~14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 ‘대한민국청소년박람회’에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창업팀으로 참가한 ‘새늘투어’. 새늘투어 제공

‘여행용 키트’ 제작도 ‘새늘투어’의 비장의 무기 중 하나다. 여행갈 때 챙기는 여행용 샴푸, 칫솔 세트에 시장 지도, 시장 안내책자를 넣자는 거다. 관점을 바꿔 보면 시장도 훌륭한 여행지가 된다는 게 이들의 철학이다.

 

■청년이 시장의 미래다

전통시장은 전국에 1천300여 개 이상이 있다. 그중 부산은 147개로 인구 대비 가장 많은 숫자를 자랑한다. 한국전쟁 때 피란민이 몰리면서 자연스레 시장의 숫자도 많아졌다. 하지만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으로 전국 시장 어디를 가나 아케이드가 설치돼 있고, 웬만한 시장은 다 시장 내 라디오 방송국이 있다고 할 정도로 획일화가 진행 중이다. 또 전통시장의 빈 점포에 청년을 유치하는 사업도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전통시장과 섞이지 못한다고 ‘새늘투어’는 보고 있다. ☞ 허니문 최대 150만 할인

전주 남부시장의 ‘청년몰’은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막상 가보면 시장과 청년 상인이 판매하는 품목의 차이가 크고, 관광객이 청년몰만 둘러보고 시장을 떠나는 현상이 계속된다.

이 대표는 “정부에서 많은 돈을 들여 전통시장에 들어가는 청년 상인을 지원하지만 아직 이질감이 크다”며 “그런데도 청년에게 시장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전통시장 역시 세대교체가 이뤄져야 청년들이 전통시장을 찾고 역사가 계속될 거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진 팀장은 “오랫동안 살았던 동네 시장인 동래수안시장을 둘러보니 어릴 적 추억이 떠올랐다. 이 좋은 전통시장이 오래도록 계속되려면 무엇보다 청년이 많이 찾아야 한다”며 “우리가 전통시장 활성화에 일조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글·사진=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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