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중 ‘미세먼지’의 주범은? 고등어구이 vs 경유차

[밀물썰물] 왜 고등어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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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뿌연 하늘을 보면 고등어구이를 떠올려야 하나. 난데없이 고등어구이가 미세먼지의 주범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가 최근 고등어를 구울 때 미세먼지가 2천290ug/m3로 ‘나쁨(51~100ug/m3)’ 수준의 23~45배에 이른다는 상세한(?) 발표를 한 덕분이다. 삼겹살을 굽거나 달걀 프라이를 할 때도 고등어 구울 때의 대략 절반 수준에 이르는 많은 미세먼지가 발생한단다.
환경부의 이런 친절한 발표는 국민들에게 경각심을 심어 주기 위한 것이라고 믿고 싶다. 그런데 뭔가 석연찮다. 지난해 하반기 미세먼지 주의보 발령 최고 농도는 179ug/m3로 주방 조리 때 발생하는 미세먼지에 비해 매우 낮다고 환경부가 애써 강조한 것이다. 미세먼지 범벅인 대기가 아무리 나빠도 요리할 때보다는 훨씬 낫다는 말이다. 이것이 환경부의 물타기, 아니 미세먼지 털기의 속셈이다.
그런데 이 미세먼지 털기가 고등어잡이 어민들에게 큰 타격을 줄 것은 뻔한 이치다. 고등어구이에서 엄청난 미세먼지가 나온다는데 누가 쉬 고등어를 구워 먹겠는가.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환경부의 고등어구이 지목도, 고등어잡이 배들이 휴어기를 끝내고 출항하던 때에 딱 맞춰 나왔다. 결국 어민들의 생존권에 대한 일체의 고려도 없이 자기 면피용 발표를 한 것이다. 하기야 요즘 정부가 미세먼지의 주범을 지목하는 일은 거의 럭비공 튀는 식이다. 최근 경유차도 지목하면서 경윳값 인상이라는 꼼수까지 부리고 있지 않은가.
얼마 전 발표된 미국 예일대와 콜롬비아대 공동 연구진의 ‘2016 환경성과지수’에 따르면 한국의 공기 질은 전 세계 180개국 중 최하권인 173위로 조사됐다. 국민들이 콜록거리면서, 길거리를 걷거나 산책을 할 때 복면 수준의 마스크를 하고 다니는 이유를 여실히 보여 주는 조사다. 미세먼지를 놓고 볼 때 중국에서 날아오는 것이 절반, 우리 안에서 발생하는 것이 절반 정도라고도 한다. 그런데 중국 요인과 우리 안의 다양한 미세먼지 유발자를 제쳐 놓고 왜 느닷없이 고등어구이인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다. 국민들은 “숨 좀 제대로 쉬고 살자”고 하소연을 하는데 정부는 아무 데나 대놓고 돌을 던져 대고 있는 꼴이다.

최학림 논설위원 theos@

 


 

[편집국에서] 미세먼지 논란에 담뱃값 인상이 떠오른 이유는

/이정희 서울본부장

부산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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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는 미세먼지 오염이 이제는 방치할 수 없는 수준에 달했다. 급기야 박근혜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국가적 차원에서 특단의 대책을 세우라”고 최근 국무회의에서 주문했을 정도다.

문제는 정부가 미세먼지 대책에 대해 뜬금없이 경유차를 미세먼지의 진원지로 낙인 찍은 뒤 곧바로 경윳값 인상이라는 ‘꼼수’를 끄집어냈다는 것이다. 환경부가 주도하고 있고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의 정부 부처는 여론 흐름을 읽으며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옥시사태’의 책임론을 뒤로 하고 미세먼지 이슈를 선점하며 경윳값 인상이란 대책까지 일사천리로 주도권을 쥐고 나가고 있는 양상이다. ‘경윳값을 올리면 경유차를 덜 타니 미세먼지가 줄어든다’는 논리는 솔로몬도 울고 갈 대책이라 할 수 있다. 단세포적으로 생각하면 맞는 얘기다.

미세먼지 진원지 돼 버린 경유차
경윳값 올리면 먼지 준다는 정부
국내 사정 고민한 것인지 의구심

주원인은 사막화와 산업화
한국 지상 물류 대부분은 트럭

담배 이은 또 다른 증세 카드 의심
생계형 서민 두번 죽이지 말아야

부산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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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부 말대로 경유에 붙는 세금을 올리면 정말 미세먼지가 줄어들지는 의문이다. 또 하나는 정말 우리나라 경제체질이나 산업구조 등을 충분히 고민한 후에 나온 대책이냐는 것에도 의구심이 든다.

정부가 경윳값 인상을 위해 전면에 내세운 미세먼지 문제는 경유차의 폐해보다는 중국, 몽골 등의 사막화와 산업화로 인한 대기질 영향이 더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의 조사 결과에서도 2012년 기준 전국 미세먼지(PM10) 배출량의 65%는 제조업 연소가 원인이고, 이 중 차량이 포함된 도로이동오염원은 12%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황사를 포함한 비산먼지(날림먼지)가 원인 물질로 드러나고 있다.

대다수 연구 결과에서 보듯이 수시로 한반도를 회색빛으로 뒤덮는 미세먼지는 대기순환을 통해 중국에서 유입되는 부분과 다른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미세먼지 대책은 이 부분들에 방점이 찍혀야 함에도 졸지에 경유차가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사실 우리나라 산업 경쟁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에서 경유차를 하루아침에 찬밥 신세로 몰아세워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는 지상 물류의 대부분을 경유트럭이 부담하고 있고 자영업자들의 1t 차량, 택배차량, 관광버스, 전세버스, 건설기계, 농기계 등 현실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엔진이 거의 다 경유 엔진이다.

이 때문에 민간에서 경유차의 질소산화물이 미세먼지의 주범이라고 끊임없이 지적했을 때도 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클린디젤’이란 명목으로 경유버스, 경유차 등의 저변 확대를 위해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을 써 왔다.

그러던 정부가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떨어지자마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휘발윳값 대비 경윳값(올 1분기 기준)이 한국보다 비싸다고 주장하고 나서고 있다.
제조업 비중이 낮은 영국은 휘발윳값 대비 경윳값이 101%에 달한다. 반면 이웃나라 일본은 디젤엔진이 질소산화물을 배출함에도 불구하고 휘발윳값 대비 경윳값이 한국과 같은 수준인 85%를 유지하고 있다.

경유 가격 인상 논란을 둘러싸고 불쑥 떠오르는 생각은 우리 정부가 언제부터 그렇게 국민 건강을 보모처럼 챙겨 주는 ‘착한 사마리안’이 되었느냐는 점이다.

2년 전에는 담배가 국민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니 담뱃값을 인상해서라도 흡연율을 줄이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정작 흡연율은 크게 줄어들지 않고 3조 원에 달하는 증세 효과만 보고 있는 중이다. 이번에도 국민 건강을 위해 경윳값 인상에 이어 술에 들어가는 세금, 그러니까 주세 인상 카드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리고 있다.

‘증세 만능주의’는 이미 담뱃값 인상으로 허구성을 여실히 드러낸 바 있다. 담뱃값 인상분은 그저 부족한 세수를 채우는 데 쓰였을 뿐이다. 경유 차량과 서민만 희생양으로 삼는 행정편의주의식 단순 해법을 내놓기 전에 좀 더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고민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기오염 물질 배출을 차단하는 기술을 획기적으로 개발하고 환경감시 시스템을 철저하게 구축하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

국토부 분석 결과 지난 4월 기준 전체 화물차와 특수차의 90% 이상이 경유차로 경윳값 인상 시 서민 자영업자와 제조업체 및 유류세 인상의 직격탄을 맞는 생계형 화물차주들의 부담만 가중될 거란 분석이다.
작금의 상황을 보면 재정적자로 허덕이는 박근혜 정부 정책자들 입장에서는 담배를 피우면서 경유차를 몰고 다니는 ‘유리지갑’ 회사원과 중소 자영업자가 마냥 ‘호구’로 보이는 모양이다. ljn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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