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동 탐방기 – ‘마음의 양식’ 채운 뒤엔 ‘몸의 양식’

보수동 책방 골목에는 추천도서나 이달의 베스트셀러 코너는 없다. 그저 마음이 가는 책을 고르면 된다. 낡은 책이 좁은 골목 양옆으로 높이 쌓여 있다.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 길에는 책이 모였고, 많은 사람이 오갔다.

이 오래된 골목에서 식당 ‘충무로’와 커피집 ‘카페 달리’가 새 식구가 되었다. 보수동 책방 골목을 찾았다 잠시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가면 좋은 곳이다.

1. 충무로 

 부산의 '충무로'에서는 맛있는 충무김밥을 맛볼 수 있다.
부산의 ‘충무로’에서는 맛있는 충무김밥을 맛볼 수 있다.



“어머니 충무김밥 비법 전수받아”
디자인 전공한 주인 취향 따라
메뉴마다 화려한 색감 인상적

‘충무로’는 부산 중구에도 있었다. 오재민 대표는 충무김밥을 팔고 있어서 ‘충무로’라고 이름 지었다며 웃는다. 오 대표의 어머니는 동구 수정동에서 오랫동안 충무김밥 장사를 하고 있다. 어머니의 비법을 이어받아서 가게를 시작한 지 일 년이 되었다.

그 밖에도 불고기 덮밥, 해초 비빔밥, 크림카레우동 등 여러 메뉴를 개발해 만들어 낸다. 어머니 솜씨만 가져다 장사를 하기보다는 자신의 색깔을 조금 더 입히고 싶단다.
오 대표는 학창시절 자주 왔던 이 골목길이 좋아서 여기에 가게를 열게 되었다. 이 골목과 어울리는 곳이 되고 싶어서 화려한 간판이나 요란한 치장은 뺐다.

점심시간에 찾아간 가게는 의외로 그리 붐비지 않았다. 직장인이 많은 곳이 아니어서 식사시간이라고 몰리는 현상은 없었다. 가지런하게 만 충무김밥과 김치, 네모난 김밥인 하와이안 무스비가 나왔다. 따끈한 충무김밥과 잘 익은 무김치는 금실 좋은 부부처럼 궁합이 맞는다. 함께 나온 오징어무침과 어묵무침은 바다부터의 인연을 육지에서도 이어갔다.

하와이안 무스비는 채소와 재료의 색상을 조화시켜 댄서들의 화려한 의상이 떠올랐다.

디자인을 전공하고 관련 일을 했던 오 대표는 이제 음식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했다. 음식의 색상이 살아 있고 담음새가 깔끔하다고 했더니, 다 이유가 있었다. 개나리색 호박 식혜의 시원하면서 달콤한 맛에 기분이 산뜻해졌다.

충무김밥 5천 원, 하와이안 무스비 2천500원, 해초 비빔밥 5천원, 불고기 덮밥 5천 원, 크림카레우동 6천 원, 호박 식혜 2천 원.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8시. 일요일 휴무. 부산 중구 흑교로 46번길 8-1. 051-242-8069.


2. 카페 달리(cafe Dali)

이 골목을 지나다 커피가 생각나서 우연히 들어간 것이 처음 인연이 되었다. 차분한 색상으로 칠해진 벽과 낮게 울리는 재즈 음악에 편안한 마음이 들었다.

‘카페 달리’는 김상엽 대표가 모든 커피를 직접 내려서 판매한다. 커피의 특성에 따른 맛과 향을 잘 살리기 위해서 그렇게 한다. 손님은 어떤 원두의 커피를 마실 것인지만 정하면 된다. ‘오늘의 추천’을 마셔도 좋겠다.

그림을 감상하며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카페 달리'
그림을 감상하며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카페 달리’

다달이 새 작가 그림 걸리는 카페
주인이 내린 ‘핸드 드립’만 판매
“커피 맛은 마음과 공간이 결정”

천천히 내리는 커피는 느긋함을 선사한다. 김 대표는 “커피 맛은 커피를 내리는 이의 마음과 공간의 느낌이 보태어져 결정된다”고 말한다.

이곳에는 한 달에 한 번씩 새로운 작가의 그림이 걸린다. 그림을 걸기 위해 못을 박고, 다음 전시가 있을 때면 구멍을 메우고 다시 칠하는 정성을 들인다.

이런 일이 번거롭지 않으냐고 물었다. 덕분에 늘 좋은 작품 속에 있을 수 있으니 행복하다고 답한다.

카페 이름인 ‘카페 달리’도 화가 살바도르 달리를 좋아해서 지은 이름이다. 그림을 전시하는 카페라 잘 어울린다.

커피를 내리기 시작하자 고소한 커피 향이 가게 안을 채운다. 예쁜 잔에 나온 오늘의 커피 원두는 ‘케냐’라고 알려준다. 이날 동행은 카페 비엔나를 주문했다. 진한 커피 위에 높게 쌓아 올린 부드러운 크림이 구름처럼 가볍게 보인다.

이달 말까지 전시되는 그림은 숲과 나뭇잎을 그린 작품이다. 덕분에 가게 안이 초록색 숲 같은 느낌이 든다.

카페를 운영한 3년 동안 25번의 전시를 기획했단다. 이곳에서 사진, 주얼리, 드로잉, 서양화, 설치 비디오 아트 등 많은 전시가 열렸다. 혹시 김 대표도 그림을 그리는지 물었다. 그는 “매번 다른 마음을 담아 커피를 그려 낸다”고 말했다. 어떤 그림을 감상하며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 곳이다. 갤러리를 찾아 다니지 않아도 되니 그점도 마음에 든다.

조용한 이 골목과 잘 어울리는 카페가 반갑다.

카푸치노·카페라떼 5천500원, 카페 비엔나 6천 원, 핸드드립 커피 4천500원, 융드립 6천 원. 영업시간 정오~오후 9시. 부산 중구 책방골목길 6. 051-904-0125.

글·사진=박나리 기자 nar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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