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빨리 가려고 안전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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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먼저 가려다 50년 먼저 간다.”

사고 위험이 높은 도로에 붙어있는 이 구호는 동남권 신공항 입지가 밀양으로 결정 날 경우 그대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대구·경북(TK)지역은 공항 입지의 가장 중요한 안전성과 직결된 ‘고정장애물’을 무시한 채 오로지 영남지역 등거리 접근성만 주장하고 있다. 과연 접근성은 밀양이 가덕도보다 그토록 뛰어난 것일까.

수요중심지까지 거리 분석
‘밀양 접근성’ 설득력 떨어져

■항공수요 배제한 등거리 접근성?

공항에 대한 접근성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적용하고 있는 ‘수요중심지와 이용객 개념’을 도입해 산정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다. 수요도 없는 내륙에 공항을 지었다가 이용객이 없어 국고를 낭비하는 시행착오를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부산발전연구원은 ICAO 기준에 따라 인구밀도와 공항이용 분포비율, 통행수단별 평균 통행시간 분석 등을 통해 영남권 5개 지역의 수요중심지를 산출했다. 그 결과 부산지역 14개 구와 대구 6개 구, 울산 3개 구, 경남 창원시 1개 구 등 모두 24곳의 항공수요 중심지가 도출됐다. 이 24곳에서 가덕도 후보지와 밀양 후보지까지의 평균직선거리를 계산하자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가덕도 후보지까지의 거리가 49.77㎞, 밀양 후보지까지의 거리가 44.17㎞로 나타났다. 두 후보지의 거리 차이는 불과 5.6㎞에 불과했다.

현재 추진 중이거나 공항 조성과 함께 추가로 건설될 도로와 철도 등을 고려하면 가덕도 접근성은 현저히 향상되지만 이를 제외하고 현 상태를 놓고만 분석한 접근성이 이렇다. 밀양의 등거리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주장은 결국 설득력이 떨어지는 주장인 셈이다.

 

■국내 이용객 사망 대부분 산악충돌

 

5분 먼저 가기 위해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은 밀양을 공항 입지로 선택할 경우 참담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내 이용객의 피해가 컸던 항공기 사고의 대부분이 산악충돌 사고였기 때문이다.

국내 이용객 피해가 가장 컸던 항공기 사고는 1997년 괌에서 발생한 대한항공 항공기 추락사고다. 당시 항공기는 괌의 니미치힐이라는 산악에 랜딩기어가 충돌하면서 추락해 한국인 193명이 사망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다음으로는 2002년 발생한 중국민항기 김해 돗대산 추락사고. 111명의 한국인 승객이 목숨을 잃었다. 1993년에는 아시아나항공 국내선 항공기가 목포공항 인근 운거산에 충돌해 68명의 승객이 희생됐다.

가덕도신공항추진범시민운동본부 김희로 공동대표는 “고정장애물 평가항목을 제외하고 평면적인 등거리 접근성을 더 중시하는 입지 선정이 이뤄진다면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라며 “접근성 5분이 인생 50년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이상윤·이자영 기자 nurumi@







[가덕 신공항이 답이다] 신공항, 밀양에 가면 안전·수익 다 놓친다

 

항공 전문가들과 항공업계는 밀양에 신공항이 유치될 경우 안전성과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는 공항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기존의 한계를 보완하고 대체하기 위해 짓는 공항이 ‘애물단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아 정부 용역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밀양되면 김해공항 폐쇄 불가피

 

만약 신공항 입지로 밀양이 결정될 경우 향후 동남권 공항 운영 시나리오는 세 가지다. △김해공항 폐쇄 △국내선(김해)·국제선(밀양) 분리 △김해·밀양공항 ‘각자 도생안’ 등이다.

 

‘밀양 유치’ 시나리오에
전문가·항공업계 우려감

산악지형·소음 ‘한계’ 많아
김해 ‘쌍둥이 공항’ 짓는 꼴
항공사 “같은 조건이면 김해”

밀양, 죽은 공항 전락할 수도

 

우선 밀양에 신공항이 지어질 경우 김해공항 폐쇄를 전제조건으로 할 가능성이 높다. 당장은 김해공항을 존치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밀양으로 흡수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한국항공정책연구소 허종 고문은 “밀양에 공항이 들어서는 논리 자체가 하나의 통합된 공항이 필요하다는 주장인데 김해공항이 살아남기는 힘들 것”이라며 “밀양공항을 잘 되게 하기 위해서라도 김해공항을 없애려고 하는 것이 밀양공항 건설 확정 후 이어지는 정책 결정의 흐름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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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 제기되는 밀양공항이 건설됐을 때 김해공항과 공존할 수 있다는 가설은 항공의 운영 논리를 전혀 모르는 억측이라고 전문가들은 꼬집었다. 두 개의 내륙공항을 인접 지역에서 같이 운영하는 해외 사례를 찾을 수 없을 뿐더러 수익을 최우선하는 항공사들이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도 이어졌다.

B 항공사 고위 관계자는 “한 지역에서 두 개의 공항이 공존하기 위해서는 보완재 성격의 공항이 되어야 한다”며 “김포, 인천과 같이 최소한 공항 운영의 기능에서라도 분리가 돼야 하는데 밀양, 김해는 모두 산악 지형에 장거리 노선이 안 될 텐데 무슨 기준으로 분리를 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가 김해공항 폐쇄를 밀어붙일 수 있느냐는 점이다. 당장 부산시민들의 격렬한 저항이 예상되는데다 국내선 노선의 수익성이 김해보다 훨씬 떨어져 공항 안착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밀양 신공항 수요 창출은 오산

 

부산시민의 저항, 김해공항의 기존 수요 등을 고려해 김해공항과 밀양공항을 각각 국내, 국제선으로 나눠 운영하는 대안도 있지만 이는 동남권 항공 시장의 동반 몰락을 초래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밀양에 공항을 짓게 되면 산악지형으로 인해 대형기 이륙의 어려움, 중·장거리 노선 이착륙 안전성 문제 등이 발생해 노선 확보가 어렵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 사이에서는 김해공항의 한계를 그대로 떠안은 ‘쌍둥이 공항’을  하나 더 짓는 꼴이라는 조소도 나왔다.

 

부산의 한 대학 항공공학과 교수는 “김해공항의 한계를 넘고자 신공항을 짓는 건데 24시간 운항도 안 되고, 대형기 이착륙도 안 되는 밀양공항에 국제선을 맡기는 투 트랙 방안은 어불성설”이라며 “김해공항의 한계를 그대로 가진 밀양공항을 짓는다는 발상 자체가 정치 논리 아니면 나올 수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하나의 시나리오로 언급되는 김해, 밀양공항 모두 국내, 국제선을 운영한다는 ‘각자 도생안’에 대해 항공업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방안”이라고 잘라 말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만약 그렇게 한다면 그것은 국토교통부의 갑질”이고 “그야말로 밀양공항은 죽은 공항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A 항공사의 고위직 임원은 “항공사 입장에서 똑같은 조건을 가진 산악지형 공항에서 김해와 밀양 중 선택하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많이 착륙해보고 확실한 수요가 있는 김해를 선택할 것”이라며 “비행기 수급, 고객 수요 분포 등으로 볼 때 밀양공항은 1년 안에 빈 비행기가 뜰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종 고문은 “광주공항의 증가하는 수요를 보완하기 위해 10여 년 전 무안공항을 지었는데 아무도 이용하지 않는다”며 “밀양 신공항이 생길 경우의 3가지 시나리오에서 고려해야 할 것은 항공 수요가 단순히 공항을 짓는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고 강조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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