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5개 혐의 모두 유죄인데 징역 5년 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측에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1심에서 받은 징역 5년은 공소사실의 혐의 전체를 유죄로 볼 경우 받을 수 있는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이날 이 부회장에게 뇌물과 특경법상 횡령·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 은닉 규제 및 처벌법 위반, 국회 위증 혐의 모두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앞서 박영수 특검이 이 부회장에게 구형한 징역 12년의 절반에 못 미치고, 유죄로 판단된 각 혐의의 법정형 가운데 가장 낮은 형량에 해당한다.

뇌물의 경우에는 특검이 기소한 433억 2800만 원 가운데 삼성이 주기로 약속한 135억 원을 제외하고 실제로 최 씨 측에 건너간 298억 2535만 원 중 승마 관련 지원금 72억 원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출연한 16억 2800만 원이 유죄로 인정됐다. 뇌물공여는 뇌물수수와 달리 유죄가 인정되더라도 법정형이 5년 이하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아주 무거운 편은 아니다.

이 부회장이 받은 혐의 중 법정형이 가장 무거운 것은 재산국외도피로, 도피액이 50억 원 이상이면 가중처벌돼 10년 이상 징역이나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다. 재판부가 유죄로 인정한 도피액은 기소한 77억 9800만 원 중 72억 원으로 가중처벌 대상에 해당한다. 단, 재판부가 여러 사정을 참작해 최저 형량의 2분의 1까지 줄여주는 작량감경을 하면 징역 5년이 하한선이다.

횡령 혐의도 액수가 50억 원 이상이면 징역 5년 또는 무기 징역이 가능하다. 이 부회장은 64억 원 부분에 대해 특경법상 횡령 혐의가 인정됐다. 범죄수익 은닉죄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 국회 위증죄는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이 법정형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본질은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부도덕한 밀착”이라며 “대한민국의 최고 정치권력자인 대통령과 대규모 기업집단이 관련된 정경유착 병폐가 과거사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로 국민들이 겪게 될 신뢰감의 상실이 회복되기 어려워 보인다”고 질타했다.

단, 재판부는 이 부회장 등이 박 전 대통령의 적극적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했을 뿐이라는 점을 양형에 참작했다.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의 요구에 응해 승계작업과 관련해 묵시적인 청탁을 한 점은 인정되지만, 그로 인해 삼성그룹이 부정한 이익을 받았다거나 승계작업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오로지 이 부회장의 이익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점도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양형 요소로 작용됐다.

특검은 이와 같은 선고 결과에 대해 “재판 결과를 담담하게 받아들인다”면서 “항소심에서 중형이 선고되고 일부 무죄 부분이 유죄로 바로 잡힐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삼성 측은 즉각 항소 입장을 밝혔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인 법무법인 태평양의 송우철 변호사는 이날 선고 판결 직후 “1심은 법리판단, 사실인정 모두에 대해 법률가로서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며 “항소심에서는 반드시 공소사실 전부에 대해 무죄가 선고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최혜규 기자 iw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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