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뭐 했나… 가해·피해 학생 계속 ‘같은 반’

부산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 간 폭행 사건으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가 열려 가해 학생 전학 조치가 내려졌지만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은 여전히 같은 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피해 학생이 위협을 느끼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매년 수백 건의 학교 폭력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피해 학생 보호에 대한 법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7일 부산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지난달 5일 해운대구 A고등학교에서 같은 반에 있는 B(15) 군 등 4명의 학생이 C(15) 군 등 5명의 학생을 약 2달간 폭행, 협박했다는 내용과 관련해 학폭위가 열렸다. C 군 등은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B 군 등이 상습적으로 폭행했고, 기숙사 화장실에 가두는 등의 행위를 했다고 학교 측에 신고했다. 학폭위는 4명의 학생에게 전학 징계를 내렸다. 이후 가해 학생들이 시교육청에 징계조정을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그러나 가해 학생 중 한 학생이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하면서 징계 조치는 50여 일째 확정되지 않고 있다.

“4명이 같은 반 5명 폭행·협박”
학폭위서 ‘전학 징계’ 내렸지만
가해자, 행정심판 청구하며 불복

지난 6월 학교 측에 신고 이후
반 이동·기숙사 퇴사 조치 없어
“피해자 보호 안 돼” 학부모 분통

취재 시작되자 학급 교체 결정

이 때문에 지난 6월 폭행 신고가 들어온 뒤부터 지난 24일까지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들은 여전히 한 교실에서 생활하고 있다. 학교 측은 학폭위에 해당 사건이 접수됨과 동시에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생들의 숙소 건물을 바꾸는 등 격리 조치했지만 학급 교체는 하지 않았다. 방학 동안의 방과 후 수업을 포함해 폭행 신고가 들어온 이후 2개월 여가량 피해자 보호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피해 학생 학부모들은 피해 학생들이 가해 학생들과 같은 반 생활에 위협을 느껴 학교 측에 ‘학급 교체’ ‘가해 학생 기숙사 퇴사 조치’ 등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지난 8일에는 가해 학생 중 한 명이 피해 학생 기숙사 방에 들어와 피해 학생 학부모가 경찰에 신고하는 일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피해 학생의 학부모 김 모(46) 씨는 “가해 학생이 방으로 들어와 아들이 벌벌 떨면서 연락이 왔다”며 “전학 처분이 난 뒤 전학을 가지 않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고, 학교에서 가해 학생에 대해 기숙사 퇴사 조치를 하지 않는 것도 피해 학생을 보호하겠다는 생각이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현행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서는 징계가 진행되는 동안에 피해자를 보호하는 조치는 명확히 정해져 있지 않다. 학교장이 학폭위 신고 사안이 접수되면 재량으로 ‘접근 금지’ ‘학급 교체’ 등을 하는 수준이다. 같은 반에서 폭력 사건이 일어날 경우 대부분의 피해 학부모들이 ‘학급 교체’를 요청하지만 이는 학폭위 징계 사항이라 상당수 교장들이 이중처벌에 대한 우려로 초기 격리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부산시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A고등학교처럼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교는 학교장이 피해자 보호를 위해 ‘기숙사 퇴사조치’ 등으로 확실히 피해자 보호를 해야 한다”며 “현행법상 국립고등학교 경우는 학교장에게 재량권이 있지만 교육감이 직권으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본보 취재가 시작되자 28일부터 한달간 학생들을 다른 반에서 수업하기로 부랴부랴 결정했다. 당초 가해 학생의 ‘학습권’ 탓에 기숙사 퇴사, 학급 교체 조치가 어렵다는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A고등학교 교장은 “가해 학생을 기숙사에서 격리조치 했고, 수차례 주의 교육을 시켜 지금까지 큰 문제는 없었다”며 “행정심판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법의 판단을 기다려보겠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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