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 집 나간 소 일가족…3시간 30분 체포(?) 작전

부산일보

“아이고, 우리 집에서 키우는 소가 다 없어졌어요. 우짜면 좋노.”

1일 낮 12시 55분께 부산 기장경찰서 상황실에 70대 농민의 다급한 신고 전화가 걸려왔다. 기장군 일광면의 한 농가에서 키우던 소가 몽땅 사라졌다는 황당한 내용이었다. 이 농가에서는 어미 두 마리와 송아지 두 마리를 키우고 있었고, 이 중 어미 한 마리는 새끼를 배고 있었다.

농장에서 소일삼아 밭일하며 30년 가까이 소를 키우던 노부부는 이날 정오 가까이가 다 되어서야 소 일가족이 한꺼번에 사라진 사실을 알아챘다. 경찰에 신고했을 때는 이미 수 시간 동안 찾아 나섰다가 실패해 망연자실한 상황이었다. 농장은 도심 외곽에서도 한참 떨어져 있는 데다가 주변에는 수풀이 우거진 언덕과 저수지까지 있었다.

신고를 받고 인근 출동한 일광파출소 경찰관들은 현장에 닿자마자 주변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농장에서 500m 떨어진 지점에 남아있는 소 네 마리의 발자국이 실종자들의 유일한 흔적이었다. 그러나 수색 범위가 넓어 난항을 겪자 결국 인근 기장지구대와 파출소 직원들까지 동원돼 대대적인 수색 작전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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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지구대 소속 배은철(46) 경위와 허성찬(31) 순경은 네 마리의 발자국이 마지막으로 찍혀 있는 지점에서부터 산지 안쪽과 저수지 일대까지 살폈다. 인근에 일광신도시 조성 공사현장도 있었지만, 고향에서 소를 다룬 경험이 있는 배 경위는 겁이 많은 소의 특성상 포크레인 등 대형 중장비가 오가는 곳은 가지 않으리라 판단했다.

이들은 농장에서 2㎞가량 떨어진 우거진 수풀 안쪽 대나무밭까지 파고 들어가서야 그늘에 누워 더위를 식히고 있는 소 일가족을 찾아냈다. 소 일가족은 반나절 만에 경찰에 생포(?)돼 농장주에게 인계됐다. 경찰은 나뭇가지를 주워 만든 회초리로 농장주와 함께 직접 소를 몰아 농장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농장주는 “소가 없어진 사건으로 경찰에까지 신고해서 죄송한데,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소를 찾느라 고생해주셔서 정말 고맙다”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허 순경은 “소를 직접 몰고 오는 동안에도 장난기 많은 송아지가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바람에, 농장으로 돌아오던 중 저수지에 빠지면서 물에서 건져내기도 했다”며 웃었다.

민소영 기자 mi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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