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 두 달 전에도 폭행… 경찰 부실대응이 화 키웠다

부산 여중생 2명이 철골 자재 등으로 후배를 피투성이로 만든 사건(본보 4일 자 9면 등 보도)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두 달 전에도 가해 학생들이 피해 학생을 폭행한 사실이 드러났고, 피해 학생의 부상 정도가 경찰이 밝힌 것보다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경찰의 안이한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피해자 부모는 “이번 폭행이 두 달 전 폭행 피해 고소에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당시 경찰이 철저하게 대응했더라면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6월 말 첫 폭행 고소하자
두 달 뒤 피투성이 앙갚음
피해자 측 “보호 조치 없어”
경찰은 “피해자가 진술 꺼려”

“청소년 범죄 처벌 너무 약해”
소년법 폐지 청원 줄이어

4일 부산 사상경찰서에 따르면 피해 여중생 A(14) 양의 부모는 올 6월 30일 경찰에 여중생 5명을 고소했다. A 양은 고소 하루 전인 올 6월 29일 오후 2시께 부산 사하구의 한 공원에서 여중생 5명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에는 지난 1일 발생한 폭행사건의 가해자 B(15) 양과 C(15) 양도 포함돼 있었다.

당시 부모가 제출한 고소장에 따르면 A 양은 가해자 남자친구가 건 전화를 자신이 대신 받았다는 이유로 주먹 등으로 폭행을 당했다. 피해자 측은 지난 1일 발생한 폭행 사건이 고소장을 접수시킨 것에 대한 보복성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만약 고소장이 접수된 시점에 경찰과 학교가 적절한 보호조치를 취했더라면 A 양이 2차 폭행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특히 피해자 어머니가 페이스북을 통해 둔기에 맞은 A 양의 머리가 심하게 찢어진 사진을 공개하면서 시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사건 초기 ‘중상은 아니다’는 경찰의 설명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경찰 측은 A 양이 조사를 거부해 추가 수사가 어려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고소장이 접수된 이후 출석요구서를 3차례 발송하고, 3~4차례 직접 찾아가기도 했으나 피해자가 진술을 꺼려했다”고 말했다.

결국 A 양은 지난 1일 오후 9시께 사상구 엄궁동의 한 공장 앞 골목에서 1년 선배인 B, C 양으로부터 1시간 30분가량 폭행을 당하고 피투성이가 된 채 행인에게 발견됐다. 경찰은 폭행 도구로 철골 자재, 소주병, 벽돌 등이 사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피투성이가 된 A 양을 무릎을 꿇린 채 사진까지 찍었다.

경찰은 B 양과 C 양이 성인이었다면 구속 수사 가능성이 큰 사안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청소년인 B, C 양은 부모의 신원 보증을 받고 자술서만 제출한 뒤 귀가했다.

이 때문에 청소년에게만 유독 관대한 현행법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솜방망이 처벌’을 조장하는 소년법을 폐지하자는 목소리도 크다.

사건이 알려진 지난 3일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청소년 보호법 폐지를 주장하는 청원글이 게재됐다.

글쓴이는 “청소년들이 자신이 미성년자인 점을 악용해 일반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성인보다 더 잔인무도한 행동을 일삼고 있다”며 이번 사건을 비롯해 김해 여고생 살인사건 등의 사례를 언급했다.

정확히는 청소년 보호법이 아니라 소년법의 문제를 지적하는 글이다. 소년법은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의 장래를 고려해 성인과 다른 기준으로 다루도록 한다.

한편 부산시교육청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4일 오후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6~15일까지 ‘학교폭력 예방교육 특별주간’으로 정했다. 학교별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자체 점검 팀을 구성해 학교 부적응 및 장기결석 학생들을 점검하기로 했다.

안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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