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로 끌고 가면서 폭행하는데도 아무도 신고해 주지 않았어요”

신고하자면서 옆에 사람들이 수군대는데 아무도 신고를 안 해주는 거예요.”

부산 사상구 여중생 폭행사건과 관련해 피해 여학생이 가해 여학생들에게 강제로 끌려가는 동안 여러 명의 목격자가 있었지만 아무도 경찰에 신고하거나 사건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증언이 나왔다.

6일 본보가 단독 입수한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의 목격자 F(14) 양의 통화 내용에 따르면 피해자인 A(14) 양과 친구 사이인 F 양은 오후 8시 30분께 사상구 엄궁동의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음식을 먹고 있었다. F 양은 “(뭘 먹고 있는데)가해자들이 들어오더니 ‘닥치고 나와’라고 했다”면서 “여기(패스트푸드점)는 CCTV 있으니까 다 나오라고 소리를 질렀다”고 말했다. F 양은 또 “(A 양을)데리고 나가서 아무데서나 막 때렸는데. 살짝만 때려도 너무 심각하게 때리니까…”라며 “신고하자면서 옆에 사람들이 수군대는데 아무도 신고를 안 해주는 거예요”라고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취재 결과 당시 여중생들이 처음 만난 패스트푸드점에서 집단 폭행이 발생한 공장 앞 골목까지는 약 270m 거리로 도보로 5분 정도가 소요된다. 패스트푸드점 바로 옆에는 대형 마트가 있고, 폭행 현장으로 가는 길에는 여러 식당과 편의점, PC방, 학원, 버스정류장 등이 밀집해 있다. 왕복 6차로 도로와 접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할 때 평일 오후 9시에도 이 일대는 엄궁동에서 유동인구가 많은 편에 속한다. F 양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패스트푸드점을 나와서부터 점차 시작된 폭행을 여러 시민이 목격했으나 이를 지켜만 봤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이날 경찰에 폭행 장면을 목격했다는 신고는 한차례도 접수되지 않았다.

지난 6월 이뤄진 1차 폭행 역시 공개된 장소에서 벌어졌으나 사건에 개입한 이는 없었다. 범행 장소였던 사하구의 한 공원은 작은 놀이터 규모로 풀들이 무성히 자라 있고, 운동기구 등이 방치돼 있었다. 동네 주민 최 모(70) 씨는 “밤새도록 남자, 여자 애들이 몰려와서 담배 피우고 술병을 깨고 논다”며 “애들이 무서워 주민들도 뭐라하지 못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안준영·이승훈 기자 j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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