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콘서트는 되고 퀴어축제(성소수자축제)는 안 돼?

부산일보

부산 해운대 구남로광장에서 계획된 부산퀴어문화축제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 관할 해운대구청에서 광장 사용허가를 두 차례나 반려했기 때문이다. 구남로광장이 법적으로 도로라서 발생하는 현상인데, 사실상 구청 입맛대로 행사 개최를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부산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14일 오전 11시 부산 해운대구청 앞에서 ‘해운대 바다 위에 무지개 깃발을 펼치자’는 제목으로 퀴어문화축제의 개최 허가를 해운대구청에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구남로 부산퀴어문화축제
해운대구 2차례 반려 ‘논란’

겉으론 “다른 행사와 겹쳐”
속으론 “기독교 반발” 눈치
‘구청 입맛대로 허가’ 지적

조직위는 “성소수자도 시민이다”며 “부산지역 성소수자들이 매년 서울과 대구에서 열리는 퀴어문화축제에 가고 있는 만큼 이제는 부산에서 모일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수자위원회 정명화 변호사도 “부산에서 최초로 펼쳐질 자긍심과 기쁨, 정의와 평등의 행진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14일 오전 11시 부산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가 부산 해운대구청 앞에서 부산성소수자인권모임 QIP 등 20여 개 단체와 함께 퀴어문화축제를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부산지역 성소수자 인권모임인 QIP의 도치(가명) 씨도 “광장에서 집회를 하는 것은 민주주의 시민으로서 권리이다”며 “해운대구청은 광장을 사용하는 시민들을 관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인허가 대상으로 보지 말고 이를 안전하게 열리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QIP는 ‘Queer In Pusan’의 약자이다.

이들이 이처럼 나선 것은 해운대구청이 축제에 대해 이달 들어 두 차례나 ‘도로 사용’을 반려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해운대구청 도시디자인과 관계는 “23일 아트마켓이 열리기로 예정돼 있어 조직위원회 측의 도로 점용 허가를 반려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퀴어문화축제에 대해 반대하는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며 “기독교 단체에서 반대 집회를 예고했고 양측이 충돌할 경우 이들의 안전을 담보할 자신이 없다”고 밝혔다.

구남로 일대는 광장이 아니라 도로다. 구청의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 대상이라 자칫하면 구청의 입맛대로 악용될 우려마저 제기된다. 지난달 27일 해운대구 구남로 일대에서는 아트마켓이 열리는 와중에도 서병수 부산시장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끝장토론이 열린 바 있다.

부산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측은 “23일 축제가 원래대로 진행되도록 해운대구청과 꾸준히 협의를 해 나가고 있다”며 “경찰 측과 긴밀히 협조하고 자원봉사자들과 함께해 축제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축제가 열리는 동안 시민들의 안전을 지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해운대구청은 “구남로 일대가 광장으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관련 조례를 정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조소희 기자 ss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