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빡침이 몰려 올때..’ 스트레스 해소방에서 즐기는 일탈 체험기

 

“딱딱딱…”

겨울이 되니 턱관절 통증이 더 심하다. 쌀쌀해진 날씨 탓에 근육이 긴장 돼 턱에 무리를 주기 때문이다. 얼마 전 “턱관절 장애는 20대 여성에게서 특히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기사를 접했다. 이럴수가! 내 이야기다.

갑자기 웬 턱관절 이야기냐 싶을 수 있다. 이 모든 원흉을 ‘스트레스’로 돌리려고 꺼낸 서두다. 턱관절 장애의 원인은 스트레스나 우울감, 잘못된 생활 습관 등이란다. 그래, 이게 다 그놈의 ‘스트레스’ 때문이다.

 

■ “서약서까지 쓰니 마음의 비장함이 생긴다”

쌓여가는 스트레스를 풀 길이 없어 고심하던 차 지난주, SBS ‘미운 우리 새끼’ 예고편에서 이상민이 ‘스트레스 해소방’을 찾는 장면을 우연히 보게 됐다. “저기다!”

접시를 벽에 던져 깨고, 가전제품을 마음대로 부술 수 있다는 부산 서면에 위치한 스트레스 해소방 ‘오함마’를 찾았다.

이곳은 레벨 선택에 따라 접시의 수와 가전제품의 크기가 달라진다. 레벨은 1부터 시작하는데 가장 높은 레벨4는 접시 10개와 큰사이즈의 가전제품으로 즐길 수 있다. 커플요금제를 선택하면 음료수까지 제공되면서 조금 더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는 점은 꿀팁. 시간은 정해진 방에서 20분 정도로 제한된다.

방으로 입장 하기 전, 스태프에게 유의사항과 서약서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체험기간에는 장비를 벗지 않을 것’ ‘장비로 사람에게 장난치지 않을 것’ 등의 유의사항을 듣고, 부주의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책임이 본인에게 있다는 서약서를 작성했다. 서약서까지 쓰니 제법 마음의 비장함 마저 생겼다.

서약서를 다 쓰자 스태프가 지정된 방으로 안내했다. 안전을 위해 준비된 상하의와 장화, 목장갑을 꼈다. 얼굴 앞쪽이 투명판으로 가려진 안전모까지 쓰면 즐길 준비 끝.

■ “어서와? 이런 방은 처음이지?”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바닥에 쌓인 각종 가전제품의 잔해였다. 머뭇 거림도 잠시, 접시를 들어 과녁에 던졌다. 생각보다 시원하게 과녁에 맞진 않았지만 접시가 바닥에 떨어지면서 사방으로 파편이 튀었다. 입은 ‘무서워’를 외치고 있었으나 묘한 쾌감이 밀려왔다.

이번에는 맥주병을 집어 들었다. 시구를 하는 것 처럼 와인드 업 자세를 한 번 취해본 뒤 과녁으로 맥주병을 던졌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악~” 내안에 숨겨둔 괴성이 나왔다. 맥주병 역시 쉽게 깨지지 않아 몇 번을 과녁으로 던지다가 쇠파이프를 집어 들었다. 바닥으로 나뒹군 맥주병을 솨피이프로 내리 쳤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맥주병은 산산조각 났다.

그렇게 몇 번, 접시를 던지고 맥주병 깨기를 반복하자 한겨울인데도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잠시 숨을 고를 겸, 세워져 있는 마네킹에 ‘쨉’을 날렸다. 이미 성한 구석이 없다. 벽에는 두 개의 타이어가 부착 돼 있는데 역시 마네킹처럼 ‘쨉’을 날리거나 야구방망으로 내리치면 됐다.

■ “내 속에 내가 너무도 많아”

아끼고 아껴 두었던 전기밥솥을 파괴할 시간이다. 전기밥솥을 향해 망치를 휘두르자 서서히 밥솥이 형체를 잃어 갔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숫자를 세며 스피드를 높여 쿵쾅쿵쾅 사정없이 전기밥솥을 내리쳤다. 속이 다 후련하다. 흠뻑 땀을 빼고 나니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듯 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각종 잔해물이 정신없이 흩어져 있었다. 파괴왕이 된 것 같아 왠지 모를 뿌듯함도 밀려 왔다. 내 속에 숨겨둔 나를 발견한 느낌이랄까? 얼굴에서 땀이 비오듯 쏟아졌다. 더 이상 쓸 힘이 없어 덜썩 자리에 주저 앉았다. 다음날 몸살이 날 것 같았지만 기분은 최고였다.

■ “주변 신경 쓰지 말고 신나게 즐기세요”

서면 ‘오함마’ 최낙준 대표는 기억에 남는 손님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20분이 지났는데 손님이 나오지 않아서 방에 가봤더니 자기 분에 못 이겨 펑펑 울고 계셨다. 편하게 우시다 가시라고 시간을 드렸다”며 에피소드를 전했다.

또 “같이 오시는 분들끼리 주변 신경쓰지 않고 즐기시면 재미있는 체험이 될 수 있다”며 “저희는 물건을 제공해 드릴 뿐, 재미있게 해드릴 수가 없기 때문에 여기를 찾으 시는 분들이 자발적으로 신나게 즐기셔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아이디어를 제공 받았다는 최 대표는 “일본은 방 자체를 가정집처럼 테마를 꾸며 놓는다. 대신 가격이 비싸서 서면에 젊은 친구들이 많이 오는 것을 감안해 저렴하게 가격을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9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스트레스 적응장애’ 환자는 지난해 12만 1753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2013년 11만 694명에서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 적당한 스트레스는 긴장감을 높여 활력을 불어넣는 긍정적인 기능이 있지만 정도가 지나치면 질병을 부르게 된다. 현실에서 벗어나 하루 쯤은 마음 놓고 일탈을 즐겨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다음날 몸살이 날 것 같았지만 기분은 최고였다.

김은지 부산닷컴 기자 sksdmswl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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