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금연 아파트’, 흡연자 직접 촬영해 신고했지만 구청은…

부산의 한 ‘금연 아파트’에 사는 A 씨는 규정을 아랑곳하지 않고 화단과 복도 등에서 담배를 피워대는 이들 때문에 울화통이 터졌다. 참다못한 A 씨는 자신의 차량 블랙박스로 지하주차장에서 담배를 피운 이들을 촬영해 구청에 신고했다. 하지만 구청은 “금연 단속은 현장 단속을 원칙으로 한다. 블랙박스로는 인적사항을 특정할 수 없다”며 난색만 표할 뿐이었다.

부산 26곳 지정돼 있지만
복도·주차장서 여전히 뻐끔
적발 어렵고 단속인력 적어
‘과태료 5만 원’ 유명무실

아파트 일부 구역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도록 하는 금연 아파트가 부산 곳곳에 생기고 있지만, 주민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금연 아파트는 복도와 계단, 엘리베이터, 지하주차장 등 특정 공간에서 담배를 피우면 5만 원의 과태료를 물릴 수 있게 돼 있다. 그런데도 부산지역 16개 구·군을 통틀어 여태껏 과태료가 부과된 사례는 한 차례도 없다.

지난 21일 오후 1시께 부산진구의 한 금연 아파트에서는 흡연의 흔적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복도와 계단처럼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공간에서도 담배를 비벼 끈 자국과 담뱃재를 쉽게 찾을 수 있을 정도였다.

금연 아파트는 입주민의 절반 이상이 동의할 경우 지자체에 지정을 신청할 수 있다. 현수막과 안내문 등을 통해 금연 아파트 지정을 알리고 3~6개월간의 계도기간을 거치면 여느 금연구역처럼 흡연 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부산에는 부산진구 7곳, 사하구 5곳, 해운대구 4곳, 연제구 2곳, 동래구 2곳 등 모두 26곳의 금연 아파트가 있다.

문제는 실질적인 단속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흡연 단속의 특성상 현장 적발이 아니면 과태료를 부과하기가 어려운 데다 아파트 단지에서 이뤄지는 일이기 때문에 적발하기도 쉽지 않은 것이다. 구청별로 2~3명에 불과한 금연단속요원으로 단속을 하기도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다.

금연 아파트 실효성과 관련한 민원이 쌓이자 정부는 관련법을 개정하기에 이르렀다. 내년 2월부터 입주민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층간 흡연을 신고하면 관리사무소 직원이나 경비원이 실내 흡연이 의심되는 가구에 들어가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금연을 권고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개정된 법에는 입주자가 경비원의 권고에 협조할 의무도 명시했다.

그러나 이 역시 실효성에 의구심이 제기된다. ‘을’의 입장인 경비원이나 관리사무소 직원이 사생활 침해 논란을 딛고 입주민에게 쓴소리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안준영 기자 j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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