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한 여성 성폭행 뒤 “합의된 성관계”라며 되레 고소…

만취해 잠든 여성을 성폭행한 뒤 “합의된 성관계”였다고 주장한 남성에게 법원이 징역 4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이 남성은 피해자를 무고 혐의로 고소하고 민사소송까지 제기했다.

부산지법 형사5부(부장판사 심현욱)는 준강간 혐의로 기소된 A(27) 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고 27일 밝혔다.

A 씨는 2015년 12월 27일 부산으로 여행 온 지인의 친구 B 양 일행을 만나 술을 마셨고, 이후 일행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 뒤 다른 이들이 밖으로 나간 사이에 자고 있던 B 양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A 씨는 “합의하에 성관계를 했지만, 아프다고 해서 중단했다”며 “B 양은 술에 취한 심신상실 상태도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사건 다음 날 B 양이 친구와 함께 여정대로 일본 여행을 가 SNS에 여행사진을 올린 것을 문제 삼았다. 성폭행을 당한 사람의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이 남성은 피해 여성을 무고 혐의로 고소까지 했다.

법원은 B 양과 친구들의 일관된 진술, 친구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관의 증언 등을 종합해 사건 당시 B 양은 합의하에 성관계를 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판단했다. 해외여행을 강행한 것도 함께 떠난 친구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행동이었다고 보았다.

실제로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성폭행 뒤 피해자들은 평정심을 유지한 척 행동을 하려고 노력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겉으로 보인 행동양상만으로 피해자의 실제 상태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을 부인하면서 진지한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며 “피해자가 허위진술을 한다고 주장하면서 피해자를 무고 혐의로 고소하고 손해배상을 구하는 민사소송까지 제기해 피해자가 커다란 정신적 고통을 겪었고, 자살을 시도하는 등 심각한 후유증을 겪었다”고 중형선고 이유를 밝혔다.

김백상 기자 k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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