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 불법 소각장 불씨 품은 금정산

금정산의 한 암자에서 소각 때 쓰는 가마.

 

지난 7일 오전 11시 부산 금정구 금정산 중턱의 한 암자. 암자 입구에 있는 너럭바위는 오랜 기간 이곳에서 수시로 뭔가를 태운 듯 까맣게 그을린 흔적이 겹겹으로 층을 이루고 있었다. 주변에는 천도재를 치르는 데 쓴 것으로 보이는 음식와 옷가지 등을 태운 재들이 곳곳에 뿌려져 있었다. 물건을 소각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듯 바닥에는 여전히 온기가 남아 있었다.

취재진은 이곳에서 800m가량 떨어진 또 다른 암자를 찾았다. 이 암자는 아예 산속에 콘크리트 블록을 쌓아 간이 소각장을 만들어 놓았다. 소각장 뒤편 등산로에는 타고 남은 연탄재가 무더기로 버러져 있었다. 연탄재에 작은 불씨라도 남아 마른 낙엽에 번진다면 큰불로 번질 소지가 다분해 보였다. 암자 측에서 돌과 새시를 덧대어 만든 기도함에는 촛불 10여 개가 켜져 있었다. 취재진이 한참 동안 살펴봤지만 기도함의 촛불이 제대로 타고 있는지 관리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암자·굿당서 수시로 불피워
주변에 타다 만 음식·옷가지
열기 남은 연탄재까지…

산불로 번질 위험 큰데도
관리감독 손길은 못 미쳐

‘부산의 진산’ 금정산이 종교나 무속 행사 과정에서 벌어지는 무분별한 소각 행위로 대형 산불 발생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2011년 이후 부산지역 최악의 산불로 기록된 지난 1일의 기장 삼각산 화재도 무속인들이 산 정상 인근에서 기도를 하는 과정에서 불이 났을 가능성에 점차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하지만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관할 구청은 민간신앙이라는 이유로 사실상 이를 용인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날 오후 3시 금정구 금성동 일대 굿당 주변에서는 굿에 쓰인 도구들을 태운 흔적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이 일대에는 무속인들이 운영하는 굿당 10여 곳이 있다. 이들은 소규모 가마부터 전문 소각장까지 금정산 자락에 버젓이 소각시설을 갖춰 놓고 수시로 굿 용품과 쓰레기 등을 태우고 있다.

나뒹구는 연탄재. 산림 내에서 불을 피우는 행위는 금지돼 있지만 단속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범시민금정산보존회 제공

산림보호법 제34조에 따르면 산림이나 산림 인접 지역에서 불을 피우는 것은 모두 불법으로, 이를 어기면 30만 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이들 암자나 굿당에 설치한 아궁이와 소각장 역시 환경법을 위반한 불법 시설물에 해당한다.

㈔범시민금정산보존회 유진철 생태국장은 “요즘 같은 겨울철에는 건조하고 강풍이 부는 날씨가 이어져 화재에 매우 취약하다”며 “이렇게 무분별하게 벌어지는 소각행위를 방치할 경우 자칫 삼각산 화재처럼 큰불로 번져 금정산의 자연생태계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낼까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관할 금정구청은 “단속할 인력도 모자랄뿐더러 49재 등을 치른 뒤에 유품을 태우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 오랜 관습이라 현실적으로 단속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조소희 기자 s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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