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렇게 변한 송도해수욕장…주민들 신고에도 구청·해경은 ‘뒷짐’

지난 9일 부산 송도해수욕장 송도오션파크 앞 바닷물이 흙탕물로 누런색을 띄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지난 9일 내내 부산 서구 송도해수욕장 앞바다가 흙탕물로 누렇게 물들었다. 놀란 인근 주민들이 이를 해경에 신고하는 등 원인을 두고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그러나 관할 구청과 해경은 흙탕물 발생 원인을 제대로 추적하지 않고 뒷짐만 지고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부산 4대 해수욕장 중 하나인 송도해변으로 정체 모를 오염물이 흘러들었는데도 떠넘기기만 하는 ‘탁상 행정’에 급급해서다.

9일 해변 누렇게 변해 ‘소동’
주민들, 공사장 원인 지목에
해당 기관 조사도 안 해 비난

부산 서구 암남동 주민 A(69) 씨는 지난 9일 오전 송도해수욕장 송도오션파크 테트라포드 옆쪽 바닷물이 흙탕물로 뒤덮인 것을 발견했다. A 씨는 깜짝 놀라 “바닷물이 누렇게 물들었다”며 이웃들에게 알렸다. 주민들은 원인을 찾다가 인근 E호텔 공사 현장에서 흙탕물을 빼내는 것을 목격하고 이날 오후 해경에 신고했다.

하지만 공사장에서 빼낸 흙탕물이 원인인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A 씨는 “해수욕장 앞 호텔 공사장에서 빗물에 고인 흙탕물을 빼내 하수관으로 흘려보내고 있었다”고 지목했다. 그러나 서구청 관계자는 “호텔 공사장과 흙탕물이 흘러든 지점과는 상당히 거리가 멀다. 하수관 흐름을 보더라도 공사장이 원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면서 전날 내린 비로 인근에서 흘러든 토사가 원인일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흙탕물이 퍼진 곳은 빗물과 하수가 합류해 배출되는 지점이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비가 오면 흘러넘치는 하수를 모두 하수처리장에서 처리할 수는 없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서구청은 ‘구조적 한계’를 이유로 현장 조사를 하려는 의지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날 출동한 해경도 주민들이 문제 삼은 공사장에 대해 시정조치만 한 채 돌아갔다. 결국 ‘누런 해수욕장’의 정체를 공공기관 어느 한곳도 주민들을 위해 속시원히 밝혀주지 못했다.

부산해경 관계자는 “육지에서 비롯된 해양오염은 지자체 담당이라 해경 수사대상이 아니다”고 했고, 서구청은 “공사장의 흙탕물이 바다로 흘러갔다 해도 바다를 오염시킨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관광객과 주민들은 이런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녀와 함께 송도해수욕장을 찾은 김진경(35·여·사하구 괴정동) 씨는 “아이들이 몸 담그는 해수욕장에 하수가 흘러든다고 하니 께름칙하다”고 말했다. 주민 이 모(60) 씨는 “해수욕장이 오염돼도 구청이 나 몰라라 하는데 누가 송도해수욕장을 찾으려 하겠냐”고 지적했다.

서유리 기자 y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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