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혜원’ 체험] ‘리틀 포레스트’ 촬영지에 가다. (feat. 셔츠와 자전거)

최근 입소문을 타고 흥행 중인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관람했다. 영화는 고단한 도시 생활에 지친 혜원(김태리)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시작된다.

사계절의 변화와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감상하며 많은 관객들은 가성비 좋은 ‘힐링’을 맛봤겠지만, 나는 영화 보는 내내 ‘대체 저곳은 어디일까’ 생각하며 가욋일을 만들어냈다.

엔딩크레딧을 보고 영화 촬영이  ‘경상북도 의성’ 근처에서 진행됐다는 정보를 알게됐다. 다행히 부산에서도 그리 멀지 않은 (왕복 4시간….) 곳이었다.

그렇게 나는 막걸리 대신 수제 탄산수를, 크렘 브륄레 대신 초코빵을  챙겨 혜원의 집으로 향했다. 아 물론, 흰 티를 입고선 무심한 듯 파스텔 톤 셔츠 한 장을 걸쳤다.

‘노인 조심’,  ‘농기계 조심’이라는 낯선 표지판들을 읽다 보니 목적지에 다다랐다. 시동 소리조차 껄끄럽게 느껴지는, 기침소리가 메아리치는 한적한 곳이었다.

 

만나는 어르신들께 물어 도착한 극중 혜원의 집. 동네 사람들은 이곳을 ‘외딴 집’이라고 불렀다.

영화에서 봤던 것과 같이 고요하고 아늑한 공간이었다. 내심 실물을 보고도 실망하지 않게 된 것에 안도했다.

영화는 경상북도 의성과 군위에서 장장 1년 동안 촬영했단다. 원래 있던 집을 영화 촬영을 위해 부분적으로 수리하긴 했지만 기본 틀은 그대로 살려뒀다.

오구 없는 오구네. jpg

‘오늘 오전에만 열댓 명이 다녀갔데이 근데 아가씨들은 부산에서 이-까지 왔나?’ 우연히 만난 주인(노릇을 하시고 계신) 할머니께서 말씀하셨다.  그러고선 내부까지 구경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다. 야호!

 

 

할머니께서 여기서 도시락을 먹어도 된다고 허락해주셔서 수줍게 펼친 캠핑용품들..

한 시간 남짓 머물다보니 하나둘 찾아온 사람들에 의해 교통난(?)이 발생하기도 했다. 참고로, 집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은 없지만 엄연한 ‘사유지’라 무단 침입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허락을 받고 들어가는 것을 추천(?) 한다.

참, 되려 동네 주민들이 ‘군위’까지 찾아오는 사람들을 역구경하는 진귀한 현상도 보게 됐다. 한 어르신은 팔 십 평생에 마을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는 일은 처음이라고 말하셨다.

개인적으로 영화에서 제일 인상 깊었던 장면은 여름밤 냇가에서 친구들과 함께 다슬기를 잡는 씬이었는데,  다슬기는 집 앞개울가에서 잡고 징검다리는 일연공원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실제로 영화 개봉 후, ‘화본역’, 일연 테마로드, 한밤마을 등에도 연일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었다.

집을 나와 영화 속 혜원처럼 자전거를 타며 어르신께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네보았다. 물론 나는 ‘김태리’는 아니었지만, 어르신은 영화에서처럼 반갑게 응답해주셨다.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 #태리야끼..

그 흔한 편의점도 하나 없는 이 낯선 공간을 앞으로 계절이 바뀔때마다 떠올릴 것 같다.  스크린 밖에서 충분히 해소됐다고 생각했던 ‘갈증’이 스크린 속에 들어와보니 ‘완벽히’ 해결 됐다.

역시 인생은 2d보단 4d.

이민경 에디터 look@busan.com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