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에 음식점 입점.. “사직은 되고 구덕은 왜 안 돼?”

구덕운동장을 ‘먹고 즐기는 축구장’으로 조성하려던 계획이 부산시의 융통성 없는 행정에 가로막혔다. 구덕운동장이 법상 ‘운동장’이 아니라는 이유로 일반 음식점 입점이 불가능한 상태에 놓였기 때문이다. 사직운동장 등 야구장과 달리 구덕운동장에만 비현실적인 법을 적용한 탓이다. 부산시가 축구 문화 진흥에 무관심한 것 아니냐는 비난이 나온다.

구덕운동장을 홈구장으로 쓰고 있는 부산아이파크 구단은 최근 부산시 구덕운동장 시설관리사업소에 수제 맥주집을 입점 제안했으나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구덕운동장이 도시계획시설상 ‘운동장’이 아니라 ‘집회·문화시설’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집회·문화시설엔 관련법상 편의점과 같은 휴게음식점은 입점이 가능하나, 수제 맥주집 등 일반 음식점은 들어올 수 없다.

‘집회·문화시설’ 구덕운동장
치킨 등 일반 음식점 ‘불가’

팬들 “차별적 대우 불공평”
부산시 시설 변경 ‘부정적’
“절차 까다롭고 복잡” 뒷짐

현재 사직야구장은 맥주, 치킨, 분식점 등을 비롯해 10여개의 일반음식점이 입점해 있다. 사직야구장은 도시계획관리시설상 ‘운동장’으로 돼 있어 음식점 입점이 가능하다고 사업소 측은 설명한다. 겉은 비슷한 운동장이지만 애초 구덕운동장만 다른 구장과 다르게 비현실적으로 집회·문화시설로 지정된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사업소 측의 유권해석에 축구팬들과 동호인들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같은 운동장 시설에도 불구하고 유독 구덕운동장만 차별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것이다. 나아가 구덕운동장을 여태껏 운동장 시설로 변경하지 않은 것을 두고 사실상 축구 진흥에 뒷짐진 것 아니냐는 비난까지 나온다. 시민 최 모(26·여) 씨는 “가족 단위 스포츠 팬들을 붙잡기 위해 타 시도에서는 운동장에 먹고 마시고 즐기는 문화를 장려하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한 축구팬은 “상대적으로 인기가 덜한 축구장을 방치한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부산아이파크 구단 측도 축구문화 활성화와 구덕운동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구단 관계자는 “구덕운동장에서 즐길 수 있는 먹거리라고는 컵라면이 전부인 상황”이라며 “먹고 마시고 즐기는 축구장이 돼야 축구 인기도 살고, 구덕운동장도 사는 것 아니겠느냐”고 사업소 측에 항변했다.

구단 측의 지속적인 요청에도 사업소 측은 시설 변경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사업소 관계자는 “일반음식점을 들이기 위해서는 부산시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구덕운동장을 도시계획시설상 ‘운동장’으로 새로 지정해야 한다”며 “절차가 상당히 까다롭고 복잡하다”며 손사래를 쳤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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