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몰라라’식 항공사 피해보상 언제까지…

지난달 27일 오전 베트남 다낭으로 출발하기 직전 부산발 제주항공 기내. 한 승무원이 문득 A(40) 씨에게 다가와 ‘수하물 티켓’을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많은 승객 중 자신을 꼬집어 온 이유를 묻자 승무원은 외부 직원과 무전기로 교신한 뒤, 이상 없는 듯 자리를 떴다. 찜찜한 마음으로 다낭공항에 도착한 A 씨는 자신의 수하물이 호찌민 지역으로 잘못 전달됐다는 소식을 항공사로부터 전해 들었다. 결국 도착하고 11시간가량 지난 뒤에야 수하물을 받을 수 있었다.

A 씨는 “출발 직전 수하물 수송에 오류가 생겼다는 것을 알면서도, 항공기가 지연될까 봐 은폐한 것 아니냐”면서 “패키지 여행 첫날 일정이 연기되고 다른 일행에게 항의를 받는 등 가족 휴가가 엉망이 됐다”고 말했다.

제주항공·대한항공 등
비현실적 승객 보상 규정에
피해 급증 개선 필요 목소리
5년 전보다 건수 배 늘어

B 씨는 최근 에어프랑스·대한항공 공동운항편으로 파리행 티켓을 예매했다. 그러나 에어프랑스 파업으로 인해 결항 위기에 놓인 상황. B 씨는 파업 예고 날짜를 피해 티켓을 변경하려 했으나 위약금을 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항공사의 말에 분통을 터뜨렸다. 아직 결항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B 씨는 “파업이 예고된 상태인데도 티켓 예매 때 결항 가능성에 대해 제대로 고지를 받지 못했다”면서 “결항이 확정될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 없는 노릇 아닌가”라고 말했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수익만 추구하는 항공사의 ‘꼼수 대처’를 사전에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항공사 고객들이 선의의 피해를 입지 않도록 승객에 대한 비현실적 보상 규정 등을 대폭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항공여객 운송 서비스 피해구제 상담 건수’가 배 이상 급증했다. 2013년 528건에서 지난해 1252건으로 늘었다. 특히 단순 항공기 지연이나 결항이 아닌 ‘사후 대처’에 대한 승객 불만이 높아지는 추세다. 특정 기준에만 국한돼 지급되는 비현실적 승객 보상에 분통을 터뜨리는 경우도 잦다.

실제 A 씨 사례의 경우 항공사가 수하물 수송 오류 사실을 사전에 공지하지 않았고, 여행지 도착 이후 한국말을 하지 못하는 현지 직원이 대응해 고초를 겪었다. 또 패키지 여행 동행자들의 항의를 받아 추가로 음식을 대접하는 등 금전적 손해도 입었다는 게 A 씨의 호소다. 그러나 항공사가 보상비로 제안한 돈은 수하물 지연 규정에 따른 5만 원에 불과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다른 항공사가 실수로 수하물을 잘못 실어, 승객에게 사과한 뒤 최대한 빨리 짐을 되찾아 당일 숙소로 전달했다”면서 “사전 고지를 안 한 부분은 확인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항공소비자 대리 소송을 다루는 법무법인 예율 김지혜 변호사는 “보상 등 분쟁 해결 기준이 여전히 항공소비자에게 불리한 상태며, 이 또한 ‘보상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지키지 않는 항공사가 다반사”라며 “연착이 되면 그에 따른 통신비, 음료비 등에 대해 보상을 해 주는 외국 항공사처럼 국내 항공소비자에 대한 보상 정책도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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