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합헌] 진통·논란 끝에 4년 만에 시행

 

[김영란법 합헌] 진통·논란 끝에 4년 만에 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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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김영란법’의 정식 이름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약칭 ‘청탁금지법’이다.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2011년 6월 국무회의에서 공정사회를 구현하고 청렴을 확산하기 위한 방안으로 가칭 ‘공직자의 청탁 수수 및 사익추구 금지법’ 제정을 추진한 것이 첫발이다. 김 위원장은 공직자가 청탁이나 금품을 받으면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없더라도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권익위는 토론회와 여론 수렴을 거쳐 2012년 8월 ‘부정청탁 및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안을 내놓았다. 박근혜 정부는 2014년 2월 이 법 제정을 국정 과제로 선정했다. 그해 7월 국무회의를 거쳐 8월에 정부 최종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국회 논의가 본격화됐다. 2015년 1월 정무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이때 사립학교와 언론사 임직원이 적용 대상에 새롭게 포함됐다.

김영란 전 권익위원장 제안
세월호 참사로 논의 본격화

2015년 3월 국회 본회의에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의결됐고, 같은 달 제정·공포됐다. 그러나 사립학교와 언론사 임직원을 적용 대상에 포함시킨 것을 두고 위헌 논란이 나왔다. 국민권익위는 올해 5월 시행령을 발표했다. 시행령은 공직자 등이 받을 수 있는 금품 상한선을 식사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비 10만 원으로 정했다. 농축수산업계, 외식업계는 소비 위축이 우려된다며 반발했다. 그러나 권익위는 이달 초 시행령을 원안대로 확정해 규제개혁위원회에 넘겼다.

헌법재판소는 4건의 헌법소원을 병합해 지난해 12월 공개변론을 열며 검토한 끝에 28일 4대 쟁점 모두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이 법은 제정안이 발표된 지 4년여 만인 9월 28일 시행된다. 국민권익위는 법제처 법제 심사와 국무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이르면 9월 초 시행령 제정 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최혜규 기자 iwill@




[김영란법 합헌] 상급자 격려금·공식행사 때 숙박 제공 ‘예외’

‘김영란법’ 시행으로 일상생활이나 가족 관계, 대인 관계에 지나치게 제약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법의 예외 조항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영란법에서는 부정청탁과 금품 수수 금지 등 분야에서 현실에 맞게 적용될 수 있도록 여지를 둔 규정이 있다.

금품 수수 금지의 예외 조항은 모두 8가지로 먼저 공공기관이나 상급 공직자가 제공하는 위로, 격려, 포상금은 금지 대상이 아니다.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 의례, 부조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 경조사비, 선물 등도 시행령 가액 범위 내에서 허용된다.

공익 목적 3자 민원도 가능
김영란법 ‘예외 조항’ 관심

또 증여를 제외한 사적 거래로 인한 채무의 이행, 공직자 친족이 제공하는 금품, 직원상조회, 동호인회, 동창회, 향우회, 친목회, 종교단체, 사회단체 등이 제공하는 금품도 수수 금지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들 단체의 구성원이 공직자와 특별히 장기적, 지속적인 친분관계를 맺고 있었다면 질병, 재난 등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공직자에게 금품을 제공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와 함께 불특정 다수에게 배포하는 기념품 또는 홍보용품이나 경연, 추첨을 통해 받는 보상 또는 상품도 처벌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된 공식적인 행사에서 주최자가 참석자에게 통상적인 범위에서 일률적으로 제공하는 교통, 숙박, 음식물 등의 금품 수수도 예외 사유다. 이뿐만 아니라 법안은 다른 법령 또는 사회 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 등은 수수 금지 대상에서 제외토록 규정,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는 해석이 가능하도록 여지를 뒀다.

부정청탁 금지의 경우 행정절차법 등 다른 법령에서 정하는 절차에 따라 권리침해의 구제, 해결을 요구하거나 그와 관련된 법령, 기준의 제정, 개정, 폐지를 제안, 건의하는 것 등은 예외다. 또 공개적으로 공직자 등에게 특정한 행위를 요구하는 행위나 직무 또는 법률관계에 관한 확인, 증명 등을 신청, 요구하는 행위도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나 정당, 시민단체가 공익 목적으로 제3자의 민원을 전달하는 것도 예외로 인정된다. 공공기관에 직무를 법정기한 안에 처리하여 줄 것을 신청, 요구하거나 그 진행 상황, 조치 결과 등에 대해 확인, 문의하는 행위도 예외 적용을 받는다. 질의나 상담 형식을 통해 직무에 관한 법령, 제도, 절차 등에 대해 설명이나 해석을 요구할 수도 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




[김영란법 합헌] 언론인·사립교원도 ‘3만(식사대접)·5만(선물)·10만 원(경조사비)’ 넘으면 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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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론 언론인이나 사립학교 교사도 청탁을 받거나 일정 금액 이상의 식사 접대, 선물을 받을 경우 처벌을 받게 된다. 또 공직자 등이 배우자의 금품 수수 사실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으면 최고 3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헌법재판소가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림에 따라 이 법이 시행되는 오는 9월 말부터 국민생활 전반에 걸쳐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2016년 2월 기준으로 김영란법이 적용되는 헌법기관, 중앙 부처, 공직 유관단체, 각급 학교, 언론사 등은 모두 3만 9965개이다.

부정청탁·금품수수 금지법
총 3만 9965개 기관에 적용

공직자 배우자 금품수수
미신고 때 최고 3년 징역

수수 허용 금품·외부 강의료
대통령령으로 위임해 결정
학부모 촌지·선물 허용 안 돼

헌재는 언론인과 사립학교 관계자를 법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규정을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교육과 언론의 영향력을 감안할 때 이들 분야의 부패 파급 효과가 커서 피해가 광범위하고 장기적이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사학은 국가로부터 막대한 공적자금을 지원받고 있어 공립학교에 버금가는 강한 공공성과 도덕성, 청렴성이 요구된다는 것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권익위는 언론사의 경우 보도·논평·취재 외에 행정·단순 노무 등의 업무를 하는 경우도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에 해당된다고 밝힌 바 있다.

법 적용 대상에 언론인이 포함되면서 사보를 발행하는 회사들에도 불똥이 튀었다. 김영란법에서 규정하는 언론 범주에 기업이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발행하는 사보와 웹진도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사보를 발행, 언론활동을 부수적으로 하면서 김영란법상 언론사에 해당되게 된 기업의 경우에는 사보 업무에 종사하는 직원만 법이 적용된다.

배우자가 법이 금지한 금품을 수수한 경우 법 적용 대상자가 이를 신고하도록 한 조항도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결정 났다. 이에 따라 배우자가 금품이나 접대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도 신고 또는 반환하지 않은 공직자 등은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헌재는 또 수수가 허용되는 금품과 외부 강의 사례금의 가액을 대통령령으로 위임해 정하도록 한 것도 합헌으로 판정했다. 김영란법에서는 직무수행, 사교, 부조 목적 등의 경우 시행령이 정한 한도(식사대접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비 10만 원)를 통해 허용하도록 했다.

이를 시행령이 아닌 법률로 규정해야 한다는 것이 쟁점이었지만 헌재는 사회 통념을 반영하고 현실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행정입법(시행령)에 위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 범위 안이라도 교사 등이 성적이나 수행평가 등과 관련해 학부모로부터 촌지나 선물을 받은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또 인허가 신청 민원인이나 조사 대상자 등으로부터 기준 이하 금액의 선물을 받는 것도 김영란법에 예외로 인정되지 않는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김영란법 합헌] 시행 후 달라지는 것 Q&A
직무관련성 없어도 연 300만 원 초과하면 처벌

 

헌법재판소가 합헌 판결을 한 김영란법이 적용될 대상은 약 40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중앙·지방의 모든 공직자, 공기업 직원, 국공립학교 교직원, 언론사와 사립학교 임직원, 그리고 이들의 배우자까지 포함되기 때문이다. 각종 사례를 통해 김영란법 위반 여부를 알아본다.

-시청 취득세 담당 공무원 A는 친분이 있는 세무사 B로부터 3월부터 12월까지 합계 350만 원 상당의 금품 등을 받았다. B는 A가 근무하는 시청에서 관련 업무를 한 적도 없고, 앞으로 할 계획도 없다. 또 그동안 어떤 청탁도 없었는데도 처벌 대상인가?

1회 100만 원 넘어도 해당
국립대병원 입원 청탁 금지

“A는 B로부터 회계연도 합계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았다. 이는 직무 관련 여부와 관계없이 형사 처벌 대상이고, 세무사 B도 형사 처벌 대상이다.”

-초등학교 동창회 회칙에 자녀 결혼 시 100만 원의 경조사비를 줄 수 있게 돼 있다. 해당 동창회 회원인 중앙부처 공무원 A의 자녀 결혼 때 회장 B가 250만 원의 경조사비를 제공했다면?

“A는 1회 1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수수했으므로 형사 처벌 대상이다. 단 동창회 회칙으로 정해지면 100만 원까지의 경조사비 제공은 가능하다. 문제는 이를 초과한 150만 원이다. 1회 1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제공한 B도 형사 처벌 대상이다.”

-제약업체 직원 A, 초등학교 교사 B, 전기 관련 공기업 직원 C는 고향 친구 사이다. 연말에 만나 저녁 식사를 한 뒤 A가 식사비 60만 원을 모두 계산했다면?

“B와 C는 모두 청탁금지법상 금품 등 수수 금지 규정의 적용 대상자이다. 하지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A와의 직무 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려워 제재 대상에서 제외된다.”

-환자 A는 모 국립대학병원의 입원 접수 순서가 밀려 있어, 친구 B를 통해 병원 원무과장 C에게 먼저 입원할 수 있도록 부탁했다. B의 지인인 C가 접수 순서를 변경해 A가 먼저 입원할 수 있도록 했다면?

“국립대학교병원 직원은 청탁금지법상 부정청탁 대상 직무에 해당된다. 입원 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접수 순서대로 하는 것이 정상적인 거래 관행이다. 따라서 A는 부정청탁을 해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되고, C는 형사 처벌 대상이 된다.”

 

김백상 기자 k103@

집 없는 부산 청춘들…

①9평 임대주택에 갇힌 여대생의 꿈

 

스물넷 여대생 박은하(가명) 씨는 9평 남짓한 임대주택에 혼자 산다. 대졸 공채를 준비하는 은하 씨의 꿈은 여러 개다. 장애 아동 돌보기, 배낭 메고 세계 여행, 내 집 마련 등 평범하지만 하나하나가 보석처럼 빛나는 꿈들이다.

스물넷 여대생 박은하(가명) 씨는 9평 남짓한 임대주택에서 알바와 취업 공부를 병행하며 미래를 준비 중이다. 은하 씨는 임대주택 재계약을 위해 최근 정규직 일자리를 포기했다. 정종회 기자 jjh@
스물넷 여대생 박은하(가명) 씨는 9평 남짓한 임대주택에서 알바와 취업 공부를 병행하며 미래를 준비 중이다. 은하 씨는 임대주택 재계약을 위해 최근 정규직 일자리를 포기했다. 정종회 기자 jjh@

 

이 꿈들을 이루기 위해선 번듯한 회사에 취직부터 해야 한다고 은하 씨는 생각한다. 지난 4월 부산의 한 중견업체 최종 면접까지 올라가며 은하 씨의 첫 소원인 취직이 손에 잡힐 듯했다. 그때 은하 씨의 발목을 잡은 건 다름 아닌 9평 남짓한 임대주택이었다.

임대주택 재계약 놓칠까 봐 정규직 취업도 포기

기초생활수급자로 임대주택 거주
월수 240만 원 넘으면 3순위 돼
중견업체 최종 면접장 아예 안 가
알바하며 전세보증금 모으기 선택

수천만 원 보증금 ‘하늘의 별 따기’
행복주택 사업도 먼 나라 이야기
주거에 발목 잡힌 청년 대책 필요

은하 씨는 현재 기초생활수급대상자다. 어렸을 적 말 못 할 사정으로 부모님과 헤어져 고등학생 때부터 혼자 살았다. 대학교에서는 기숙사 생활을 했다. 카페 서빙, 근로장학생, 기숙사 청소 등 아르바이트를 3~4개씩 뛰며 기숙사비와 생활비를 홀로 감당했다. 그럼에도 매 학기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학점이 우수했다.

그러나 세상은 생각만큼 녹록지 않았다. 마지막 학기 취업에 성공하지 못한 은하 씨는 지난해 7월부터 대학 기숙사에서 나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제공하는 임대주택에서 살았다. LH가 다가구 주택을 매입해 저렴하게 임대하는 ‘기존주택 매입 임대’ 사업에 신청한 것이다. 기초생활수급자인 은하 씨는 입주자격 1순위로 인정받아 어렵지 않게 들어갈 수 있었다.

문제는 은하 씨가 직장을 가지게 되면 1순위 자격이 박탈될 수 있다는 것이다. 소득이 생기더라도 월급이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 평균소득(3인 이하 481만 6660원)의 50%인 240만 8330원 이하면 2순위 자격을 유지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이 되면 3순위로 밀려나게 된다. 기존주택 매입 임대 사업은 2년마다 재계약을 하는데 1·2순위면 재계약이 가능하나 3순위면 재계약을 할 수 없다. LH에 따르면 현재 부산에는 기존주택 매입 임대 사업으로 3550가구가 공급된 상황. LH 관계자는 “대부분 1순위 입주자 몫으로 3순위가 되면 재계약은 물론 신규 입주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은하 씨는 지난 4월 지원한 중견업체의 월급이 보너스 등을 합치면 250만 원 언저리라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최종 면접장에 아예 가질 않았다. 당장 내년 이맘때쯤 주택 재계약 기간이 다가온다는 생각이 은하 씨의 발목을 붙잡았다.

혹시 은하 씨가 ‘배가 불렀다’고 생각하는가. 부산발전연구원이 지난해 부산에 거주하는 청년(20~39세)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이 생각하는 적정 소득은 월 평균 291만 원이었다. 응답자의 70.6%가 최소 250만 원 이상은 받아야 부산에서 생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부산청년포럼 박진명 위원장은 “청년들이 미래를 준비할 여력을 갖기 위해서는 최소 290만 원 이상의 돈이 필요하다”며 “정부나 지자체가 청년들의 수입을 늘려줄 수 없다면 살아가는 데 사용되는 비용이라도 줄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은하 씨는 취업 공부와 알바를 병행하며 전세 보증금을 모으고 있다. 아침부터 오후 4시까지 대학 도서관에서 공부를 한 뒤 오후 5~10시 카페 알바를 하는 일상이 반복된다. 빠듯하게 생활하면 알바비 85만 원과 기초생활수급비 50만 원 중 매달 80여만 원가량이 통장에 모인다.

은하 씨가 최근에 확인해 본 결과 현재 임대주택과 비슷한 조건의 집은 전세 보증금이 최소 5000만 원부터 시작했다. 수천만 원의 보증금을 당장 구할 방도가 없기에 월세로 가야 하는데 보증금 500만 원에 매달 50만 원(관리비 별도) 정도가 눈에 띄었다.

정부는 은하 씨처럼 대학생, 취업준비생, 사회초년생 등을 위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행복주택’ 사업을 전국적으로 시행한다. 행복주택의 경우 대학생이나 취업준비생은 도시근로자 평균 소득의 100% 이하(본인·부모 합계), 취업 5년 이내 사회초년생은 평균 소득의 80% 이하만 돼도 입주 자격이 된다.

하지만 은하 씨처럼 부산 청년들에게 행복주택은 아직까지 먼 나라 이야기다. LH와 국토교통부는 올해 전국에 1만 1268세대의 행복주택 입주자를 모집하는데 부산에는 남구 용호동에 공급되는 14세대가 전부다. 부산시는 연제구 연산동과 기장군 일광지구에 행복주택을 지어 3000세대 가까이 입주시킬 예정이지만 입주는 일러야 2020년 말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특별취재팀 jyoung@busan.com

 

②박은하 씨 ‘주거 가상 가계부’ 써 보니

 

박은하 씨는 임대주택에서 나와 취업하는 것 대신 공부와 알바를 병행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무엇이 은하 씨의 생각을 확신으로 만든 걸까. 인터뷰를 토대로 2개의 가상 가계부를 만들어봤다.

부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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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 씨는 임대주택 월 임대료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매달 10만 원씩 내고 있다. 시세의 20% 수준이다. 관리비는 따로 없다. 전기료, 수도료 등 공과금의 경우 월 2만~3만 원의 기초생활수급자 혜택을 받는다.

정규직 잡아 원룸에 들어가면
아르바이트 때보다 더 안 남아

직장인이 돼 임대주택을 떠나게 되면 상황은 크게 변한다. 지금과 비슷한 수준인 9~10평 크기의 투룸 혹은 원룸을 구하려면 전세 보증금으로 5000만 원 이상이 필요하다. 목돈이 없는 은하 씨의 경우 월세로 가야 하는데 보증금을 500만 원 수준으로 낮출 경우 월세는 50만 원 선이다. TV·인터넷 이용료 등을 포함한 관리비 6만~7만 원은 월세와 별도다. 기초생활수급자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공과금 할인 혜택도 사라진다.

식비도 자연스레 늘어난다. 은하 씨는 인터넷 소셜커머스를 통해 20㎏짜리 쌀을 최저가 수준인 3만 원에 산다. 반찬은 직접 만들거나 인근 반찬 가게에서 조금씩 구매한다. 저녁은 대개 알바하는 카페에서 해결한다. 적당량의 빵과 우유를 무료로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직장인이 되면 집밥 먹기란 하늘에 별 따기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지난해 6월 직장인 2319명을 상대로 평균 점심값을 조사한 결과 한 끼 밥값은 6566원이었다. 주말을 포함해 하루에 2.5끼가량 사 먹는다고 하면 한 달 식비로 39만 3960원이 든다. 커피나 기타 간식에 하루 3000원만 쓴다 해도 한 달에 9만 원이 나간다. 교통 및 통신비, 의류 및 화장품 구매비도 지출 폭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직장인 한 달 평균 11만 9000원(잡코리아 조사)인 각종 경조사비와 회식, 모임비도 간과할 수 없는 요소다.

은하 씨는 “임대주택을 나오게 되면 주거비로만 매달 60만~70만 원을 쓰게 된다”며 “이런저런 지출이 추가적으로 늘어나 저축할 수 있는 금액은 사실상 비슷하다”고 말했다. 또 “기준 소득을 넘어서면 당연히 다른 이들을 위해 임대주택에서 나와야겠지만, 그러려면 사회초년생들이 연착륙할 수 있게 배려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별취재팀 jyoung@

 

③급증하는 청년 가구 주거비에 신음

 

부산의 청년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주거 문제가 청년의 발목을 잡는 질곡이 되고 있다.

부산시에 따르면 2010년 29만 902가구(전체의 23.39%)였던 1인 가구 수는 2016년 48만 2644가구(전체의 33.39%)로 증가했다. 독거노인들의 증가 등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전문가들은 청년들이 혼자 사는 경우가 늘어난 것을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통계청 장래가구추계에 따르면 2020년 부산 청년(20~39세)은 10명당 4명꼴로 1인 가구일 것으로 추정된다. 동서대 임혁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청년들의 구직 기간이 길어지고 집값이 오르다 보니 청년 혼자 사는 기간이 길어져 이런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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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뒤 10명 중 넷 1인 가구
집값 오르는데 구직 장기화
주거불안 심화, 대책은 걸음마

청년들은 편의시설, 학원 등이 몰려 있는 번화가나 대학교 인근에 주로 거주하는데 서면 학원가와 가까운 전포1동(1, 3동 통합 반영)은 2014년에서 2016년 사이 전체 가구는 171가구가 줄었지만 1인 가구는 259가구나 늘었다.

청년들의 수요는 늘고 살 곳은 정해져 있다 보니 청년들이 살 집의 가격도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 특히 교통이 좋거나 공무원 학원이 밀집한 지역 일대일수록 가격 상승률이 더 크다.

주거비가 상승하다 보니 다양한 일이 발생한다. 임대주택에 계속 거주하기 위해 정규직을 포기하기도 하고, 대학교 과방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경우도 있다. 취미생활이나 다른 일은 꿈도 못 꾼다. 결국 주거비가 여러 기회비용을 상쇄시켜 청년들의 꿈을 갉아먹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취업난에 주거난까지 겪고 있는 부산 청년들을 위해 주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부산시는 지난해 청년을 위해 인력양성지원 30개 사업, 취업지원 11개 사업, 창업지원 7개 사업, 근로환경개선 1개 사업을 진행했다. 주거에 대한 대책은 올해 부산시청 앞과 기장군 일광에 행복주택 건립을 시작하는 것으로 이제 막 걸음마를 뗐다.

청년단체 ‘꿈꾸는 슈퍼맨’ 김상수 대표는 “청년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추세인데 주거비가 청년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청년들이 최소한의 부담으로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joyful@busan.com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핵폐기물 시설’ 신고리 5·6호기 내 추진?!

①사용후핵연료 60년 저장 시설 신고리 5·6호기 내 추진 논란

 

정부가 고리원전의 사용후 핵연료 저장시설(건식)을 확충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최근 건설 허가가 난 신고리 5, 6호기에 국내 최장 보관 기간을 갖춘 사용후 핵연료 저장조(습식) 건축이 추진돼 논란이 되고 있다.

부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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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정부가 전력 수급 여유에도 불구하고 신고리 5, 6호기 건설을 추진하는 목적이 사용후 핵연료 저장조 공간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배덕광 의원은 27일 “신고리 5, 6호기에 건설 계획을 검토한 결과 5, 6호기에 건설될 사용후 핵연료 저장조는 2개의 풀(pool)로 이루어져 최대 60년 동안 핵연료를 보관할 수 있는 구조”라고 밝혔다.

배 의원은 “기존 신고리 3, 4호기에는 1개의 풀이 있으며 사용후 핵연료를 최대 20년 동안 보관할 수 있어 이와 비교하면 신고리 5, 6호기 사용후 핵연료 저장조는 과잉설비”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신고리 5, 6호기에 건설될 60년 보관 규모의 저장조에 고리 1, 2호기 등에서 생긴 사용후 핵연료를 이동시켜 처리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사용후 핵연료 자체가 고준위핵폐기물로 반감기도 수만∼수십만 년이 걸리는 방사성 물질을 포함하고 있어 위험성 논란이 제기된다.

부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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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배 의원은 “사용후 핵연료 저장조 건설 규모는 정부의 인허가 사항이 아니고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임의로 정할 수 있다”며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한수원이 저장조 시설을 사실상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리시설로 활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

 

②[사용후 핵연료의 위험성] 방사능 독성 50% 줄이는 데 30만 년

 

신고리 5,6호기 원전에 2개의 사용후 핵연료 저장조 건설이 추진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용후 핵연료의 위험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용후 핵연료는 원전에서 연료로 사용한 뒤 남은 방사성 물질을 말한다. 핵분열 반응 중 생긴 생성물 때문에 높은 방사능을 띄며 천연 우라늄 원광 수준으로 방사능 독성이 반감되는데 30만 년 정도가 걸리는 위험 물질이다. 사용후 핵연료는 발전에 사용된 이후 열을 식히기 위해 습식저장고에 보관한 뒤 건식저장고로 옮긴다. 이후에는 지하속 300m 이상의 깊은 곳의 최종처분장에 저장하는 ‘직접처분’ 방식과, 화학적인 공정을 이용해 연료의 일부를 추출한 후, 나머지를 최종 처분장에 저장하는 ‘재처리’ 방식으로 처분될 수 있다. 재처리 방식의 경우 핵무기의 원료인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도 있다.

부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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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서 남은 방사성 물질
핵무기 원료 플루토늄 추출
월성 2019년 저장 포화 예상

사용후 핵연료의 위험성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 확인됐다. 후쿠시마 원자로 4호기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는, 이 건물 상층부의 수조에 보관중이던 사용후 핵연료에서 발생한 열과 연관된 것으로 분석됐다. 당시 일본 측 관계자들은 “보관돼 있던 사용후 핵연료가 열을 갖고 있어 수소가 발생하면서 1호기와 3호기에서 일어난 것과 같은 수소폭발이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고리 5,6호기에 대규모로 건설되는 사용후 핵연료 저장조는 열을 식히고 방사능을 낮추기 위한 단기저장 시설이다. 그러나 영구처리장이 없는 상황에서 한 원전의 단기저장 용량이 포화상태에 이르면 다른 원전의 저장조로 사용후 핵연료를 옮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수력원자력 측은 해외에서도 사용후 핵연료를 다른 원전으로 옮겨 저장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사용후 핵연료를 옮기는 과정 자체가 위험성을 안고 있다.월성원전에서는 2009년에도 폐연료봉이 떨어진 사실이 5년만에 알려지기도 했다. 이와 관련, 2014년 당시 정의당 김제남 의원은 “2개의 연료봉이 연료방출실 바닥과 수조에 각각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 연료봉에서 계측한도를 넘어서는 방사능이 유출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사용후 핵연료는 건식보관도 포화상태를 향해 나가고 있다. 정부는 최근 발표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안전관리 로드맵’에서 중수로형 월성원전이 2019년부터 사용후 핵연료 저장 포화가 예상되고, 경수로형 원전은 한빛(2024년), 고리(2024년), 한울(2037년), 신월성(2038년) 순으로 포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폭염 특보에 첫 열대야까지..부산이 녹아내린다

1.부울경 올 첫 열대야… 8월 초까지 푹푹 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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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통더위로 인한 ‘잠 못 드는 밤’이 시작됐다. 25일 부·울·경 지역에서는 올 들어 첫 열대야가 나타나고, 전날 내린 폭염 주의보가 경보로 대체되는 등 무더위가 본격화되고 있다.

기상청은 이번 더위가 8월 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다음 달부터 오는 10월까지 ‘3개월 전망’에서도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돼 한동안 더위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북태평양 고기압 영향
9월 기온도 평년보다 높아
25일 아침 최저기온은 부산 26도, 울산 25.7도, 경남 밀양이 26.9도로 부산·울산·경남 대부분 지역에 열대야가 관측됐다. 열대야는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날을 말한다. 부산기상청 관계자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으로 남서쪽으로부터 덥고 습한 공기가 유입돼 아침 기온이 높게 나타났다”며 “당분간 부·울·경은 열대야와 함께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겠다”고 밝혔다.

폭염 주의보는 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 폭염 경보는 일 최고기온이 35도 이상인 상태가 이틀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발효된다. 25일 낮 최고기온은 부산 금정구 33.9도, 경남 창원 34도, 합천군 대병면이 34.9도까지 올랐다.

 

부산기상청은 다음 달에도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으로 무덥고 습한 날이 많을 것으로 전망했다. 대기 불안정에 의해 국지적으로 많은 비가 내릴 때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오는 9월 기온도 평년보다 높겠고, 강수량도 많을 것으로 예상됐다. 10월은 맑고 건조한 가운데 일교차가 큰 날이 많을 전망이다. 기온은 평년보다 높겠다.

 

이자영 기자 2young@
배동진 기자

 

2. 전력수요(8022만 ㎾) 여름 최고치 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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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찜통더위가 이어지면서 전력 수요가 여름철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25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최고전력수요가 8022만㎾로 뛰어 여름철 역대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이로써 올해 들어 여름철 기준 최대전력수요가 두 차례(이하 날짜 기준) 경신됐다. 여름철 최대전력수요가 8000만㎾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름철 최대 전력 수요는 지난 11일 7820만㎾를 기록해 종전 기록을 넘어섰다. 25일에는 정오에 최고전력수요 7905만㎾를 찍은 뒤 오후 3시에 다시 기록을 갈아치웠다. 11일에는 최근 2년만에 처음으로 예비율이 한 자릿수인 9.3%(예비력 728만㎾)로 떨어지기도 했다. 25일 정오 예비율은 12.5%(예비력 987만㎾)이었으며 오후 3시 예비율은 10.9%(예비력 877만㎾)였다.

겨울을 포함한 역대 최대전력수요는 지난 1월 21일 8297만㎾다. 전력 수요는 대체로 여름보다 겨울에 높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폭염 등 이상기온으로 냉방수요가 급증하면 올해 여름철 최대전력이 8370만㎾까지도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피크 시에도 예비율 12.7%선을 지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신규 발전소 4기 등이 준공되면서 전력 공급이 지난해보다 250만㎾ 증가해 최대전력공급이 9210만㎾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7월에 이미 최대전력수요가 8000만㎾를 넘어섬에 따라 8월에는 전력 수요가 정부 예상을 뛰어넘을 가능성도 높은 실정이다.

 

이주환 기자 jhwan@

[복지사각 ‘제로맵’] “도와주세요” 우리 동네의 절박한 외침

①”도와주세요” 우리 동네의 절박한 외침

 

여기, 우리가 몰랐던 ‘또 다른 부산’이 존재한다. 붉은 반점부터 푸른 얼룩까지 206개 동(洞)에서 보내온 형형색색의 신호들. 이 신호는 무엇을 의미하며, 우리는 어떻게 응답해야 할까.

부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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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 고령화, 심화, 악화… 갈수록 살기 팍팍해지는 부산을 나타내는 말들. 부산이 문제인 건 알겠는데, 구체적으로 어느 동네에 무슨 문제가 벌어지고 있는지는 물음표다. 문제 해결을 위한 부산시 복지 예산 2조 원이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쓰이는지도 의문이다. 이런 물음과 의문을 풀기 위해 부산일보 특별취재팀은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206개 동(2015년 기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본보, 부산시 206개 동 대상
4년 간 복지 지표 변화 분석
“사각지대 지원 본격 나서야”

자문단의 도움을 받아 △인구 △빈곤 △건강 △교육 △주거 등 삶의 척도가 되는 5대 분야에서 세부 지표 10여 개를 모았다. 2011년과 2015년, 그리고 4년간의 변화 추이를 분석했고, 그 결과는 하나같이 암울했다. 마치 “도와 달라” “살려 달라”는 ‘구조 신호’를 보내는 것 같았다. 취재팀은 이 신호에 응답하기 위해 분석 결과를 점수화한 뒤 ‘부산 SOS 지수’란 이름을 붙였다. SOS 지수(순위)가 높을수록 삶의 여건이 나빠진, 따라서 ‘우선 지원’이 필요한 동네란 의미다. 지도 위에 붉은 색에 가까운 동네일수록 이에 해당한다.

SOS 지수를 통해 드러난 지난 4년간 부산의 추락세는 뚜렷했다. 16개 구·군 모두 지수가 올랐고, 그중 서구의 오름폭이 가장 컸다. 하지만 동별로 보면 사상구 덕포2동과 덕포1동이 1·2위(읍·면 제외)를 기록했다. 중위권인 동구도 속을 들여다보면 13개 동 중 무려 7개 동이 상위 20%에 속했다. SOS 지수를 동네별로 세밀하게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다.

이번 시도는 동네별 순위를 가려 부촌(富村)-빈촌(貧村) ‘낙인’을 찍으려는 게 아니다. 취재팀이 분석 결과에 ‘SOS 지수’란 이름을 붙이고, ‘현재 점수’가 아닌 ‘변화 추이’에 주목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예로 2011년과 2015년 SOS 지수는 ‘모라동’이 가장 높지만, 4년간 변화를 살피면 ‘덕포동’의 순위가 압도적으로 위에 있다. 덕포동은 ‘못 사는 동네’가 아니라, 삶의 여건이 상대적으로 많이 나빠진 ‘억울한 동네’인 셈이다.

취재팀은 지난 4년간 SOS 지수가 상대적으로 많이 오른 11곳을 선정해, 현장으로 향했다. 도로 하나 사이로 극명하게 갈리는 ‘생활 격차’, 운명이 돼버린 ‘푸세식 화장실’, 부촌에 둘러싸인 ‘사각지대’ 등 동네별로 도움이 필요한 구체적인 현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SOS 지수가 높은 곳, 즉 ‘구조 신호’가 강한 동네부터 먼저 공공·민간 자원이 투입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사회복지연대 박민성 사무처장은 “정확한 지표를 통해 동네별 수준을 진단한 뒤 이를 근거로 적절한 정책을 마련해, 하루빨리 동네 격차와 복지사각을 ‘제로화’하는 데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djrhee@busan.com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 사업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② 넘보고 싶은, 넘을 수 없는

 

부산 해운대구 재송2동 주민센터에서 내리막길을 따라 몇 발짝만 걸으면 대여섯 평 남짓한 ‘은지미용실’이 있다. 인근이 언덕배기인지라 미용실 앞에 서면 재송1동은 물론 센텀시티 일대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미용실을 오픈한 지 벌써 20여 년이 흘렀다고 하니, 재송1·2동의 분동에서부터 센텀시티 조성까지 이 일대 변화상을 쭉 지켜본 셈이다.

부산 해운대구 재송2동에 위치한 은지미용실에서 만난 주민들과 사회복지연대 박민성 사무처장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경현 기자 view@
부산 해운대구 재송2동에 위치한 은지미용실에서 만난 주민들과 사회복지연대 박민성 사무처장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경현 기자 view@

은지미용실의 주인 최금숙(53·여) 씨는 전남 나주 출신이다. 30년 전 남편과 함께 재송동에 이사 온 뒤 줄곧 이곳에서 살았다. 딸아이 이름을 따 미용실을 개업했고, 그 딸아이가 결혼한 지금까지 미용실을 운영 중이다. 세련된 손재주와 특유의 싹싹함 덕분에 수십 명의 단골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

재송1동 ‘더샵…’아파트 여파
집값 폭등에 월세까지 들썩
서민들 먹거리 줄여야 할 판

재송2동 ‘센텀’ 포장 불구
재송1동과는 더 커진 격차
학군 등 상대적 박탈감 씁쓸

미용실 소파에 둘러앉은 단골 고객의 주요 관심사는 몇 년 새 부쩍 오른 집값이다. 대부분이 재송동 토박이인 단골손님들은 무슨 아파트가 평당 몇 백만 원씩 올랐는지 손바닥 꿰듯 훤히 알고 있었다. 집값 상승폭에 대해선 사소한 의견차가 있었지만, 상승 원인에 관해선 생각이 하나로 모였다. 수영역 뒤편 재송1동에 ‘더샵센텀스타’와 ‘더샵센텀파크’ 등 초고층 아파트들이 잇달아 들어서면서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둔 재송2동도 동반 상승 효과를 누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주민들에게 집값 상승은 그다지 달가운 소식이 아니었다. 집값이 평당 몇 백만 원씩 오르면서 월세도 덩달아 몇 백만 원씩 올랐기 때문이다. 10년째 이 미용실에서 머리를 다듬는 배금수(68·여) 씨는 “수십 년 된 빌라에 기초연금 받아서 근근이 사는 노인들이 한둘이 아닌데 월세가 올라버리니까 먹는 걸 줄이는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하소연했다.

염색약을 바르고 있던 미용사 최 씨도 말을 보탰다. 최 씨는 “재송1동의 집값 상승률보다는 재송2동의 상승률이 아무래도 덜하다”며 “하지만 주변 물가가 오르는 건 매한가지라 서민들이 살기는 더 팍팍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재송1동에 더샵센텀스타와 더샵센텀파크 등 고층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면서 재송2동의 모습도 그간 많이 변했다고 한다. 재송2동의 아파트와 빌라 이름에 ‘센텀’이라는 단어가 상용구처럼 따라 붙게 된 것도 그 중 하나다.

실제 재송2동의 골목길을 따라 걷다보면 ‘센텀’이라는 단어가 삽입된 아파트와 빌라, 부동산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센텀○○빌라, 센텀△△△아파트 등 스무 곳은 족히 넘었다. 최근선 재송2동 부녀회장은 이 일대 건물 개명 열풍이 불기 시작한 것은 재송1동의 아파트 분양이 ‘대박’을 친 직후인 2009~2010년 사이라고 했다. 최 부녀회장은 “한때 재송1동 일부 주민이 ‘센텀동’ 신설을 요구한 적이 있을 정도로 센텀이라는 단어에 가치를 부여하는 이가 많다”며 “이 과정에서 재송2동 주민은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고, 동시에 상대적인 박탈감도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재송2동에서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들은 보다 극명한 차이를 체감하고 있었다. 재송1동 아파트 단지 인근에는 한 달 수강료가 70만~100만 원 수준인 영어 유치원이 여러 군데 있다. 주민 김 모(40) 씨는 “6살 된 딸아이를 영어 유치원에 보내는데 벌써부터 ‘윗동네(재송2동)’와 ‘아랫동네(재송1동)’라는 표현을 써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부모들의 고민은 깊고 분명해졌다. 학부모들은 재송1동이나 센텀시티 일대 학군과 기존 재송2동 학군 간 차이가 시간이 갈수록 벌어진다고 느꼈다. 재송2동 주민센터 내 마을문고에서 만난 문송희(41) 씨는 “특목고나 센텀고를 가기 위해서는 재송2동에 있는 신재초등이나 반산초등보다는 재송1동에 있는 송수초등이나 센텀초등을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며 “여러 이웃이 아이 초등학교 문제 때문에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사를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재송2동 마을문고 회장 노현정(47) 씨는 “아이를 센텀고에 보내 놓고도 혹여 비교당할까 봐 노심초사하는 어머니들을 많이 봤다”며 “아이가 눈치를 볼까봐 아예 거리가 먼 동래학군의 고등학교 진학을 원하는 학부모도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jyoung@busan.com

 

 

부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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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③신·구도심 경계에 있는 재송2동 ‘해운대의 섬’

 

우리 가족, 우리 집, 우리 동네…. 한국인들은 ‘우리’라는 표현을 참 좋아한다. 우리라는 단어에는 나와 행동양식, 생활수준, 의식 등이 비슷한 사람과 함께하려는 힘이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보통 어디까지를 ‘우리 동네’라고 인식할까. 신라대 사회복지학부 손지현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부산에서 ‘우리 동네는 어디까지인가’를 주제로 한 실증 분석을 실시했다. 조사 대상은 동구와 서구, 영도구, 해운대구로 각 구당 450여 명 모두 1829명의 시민이 설문조사에 참여했다. ‘어느 동까지 우리 동네라고 생각하시나요’라는 질문이 주어지면 응답자가 구내 행정동을 제한 없이 선택하는 방식으로 조사가 이뤄졌다.

신라대 연구팀 설문조사
‘우리 동네’라 생각 안 해

손 교수는 해운대구, 특히 재송2동의 결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사에 따르면 해운대구는 크게 2개 권역으로 나뉜다. 반송동을 중심으로 한 구도심과 우동, 좌동을 중심으로 한 신도심이 그것이다. 하지만 어느 분류에도 속하지 못한 지역이 있었는데 그곳이 바로 재송2동이다. 해운대구 주민들은 전반적으로 재송2동을 우리 동네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으며, 재송2동 사람들 역시 다른 지역을 우리 동네라고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송2동은 해운대구를 신도심(우동, 좌동)과 구도심(반송동)으로 나누는 경계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비교적 오랫동안 한 곳에 살고 있는 재송2동 주민들은 이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해운대 신시가지 주민들을 한 동네 사람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과거 생활수준이 상대적으로 열악했던 구도심에도 어느 정도 거리감을 드러냈다.

신시가지 주민들은 최근 고층 아파트가 잇달아 들어선 재송1동은 같은 생활권으로 받아들인 반면 재송2동은 배제하는 모양새였다. 구도심 주민들은 지리적으로 재송2동을 신도심의 일부라 인식했다. 손 교수는 “재송2동처럼 ‘사회적 배제’ 현상이 나타나는 지역에 차별화되고 초점화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④거꾸로 가는 시계

 

2010년 ‘김길태 마을’로 낙인찍힌 부산 사상구 덕포동. 김길태 사건 이후 낙후된 마을을 살리기 위해 많은 자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2011년에서 2015년까지 4년 사이 덕포동은 SOS 지수가 가장 높아진 지역이다. 덕포1동과 2동은 각각 부산에서 2등과 1등을 나란히 차지했다.

부산 사상구 덕포동에는 '푸세식'으로 불리는 재래식 화장실이 곳곳에 남아 있다. 각종 삶의 지표가 나빠져 'SOS 지수'가 가장 높은 곳이 덕포동인데 푸세식 화장실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강원태 기자 wkang@
부산 사상구 덕포동에는 ‘푸세식’으로 불리는 재래식 화장실이 곳곳에 남아 있다. 각종 삶의 지표가 나빠져 ‘SOS 지수’가 가장 높은 곳이 덕포동인데 푸세식 화장실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강원태 기자 wkang@

사상구 덕포동의 긴박한 구조신호를 나타내는 상징은 바로 ‘푸세식 화장실’이다. 내부에는 변기도 없이 구멍만 덩그러니 있는 곳도 있다. 변기를 놓거나 수세식으로 변기를 바꿀 만도 하지만 이곳은 바꾸려는 시도도, 바뀔 가능성도 희박하다.

구조신호 최고 강해진 덕포동
재개발 11년째 지지부진
변화할 이유도 여력도 없어  

끔찍했던 ‘김길태 사건’에도
삶의 질 나아지기는커녕
낙후된 생활환경 악화일로

■변화할 이유가 없다

덕포동의 한 다세대주택에는 세 가구가 사용하는 푸세식 화장실이 3칸 있다. 이곳에 세입자들은 모두 식당, 시장 등에서 일을 하고 있다. 수입이 있는 만큼 사용하기 편리한 화장실로 바꿀 만도 하지만 이들은 신문지 1장 크기의 푸세식 화장실을 그대로 사용한다. 최 모(37·여) 씨는 “집주인은 재개발 구역이라 특별히 집을 수리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한다”며 “그렇다고 세입자인 우리가 불편하다고 우리 돈을 들일 수는 없지 않나”고 말했다. 마을 주민들의 60% 정도는 세입자다.

이 지역은 2005년 재개발 정비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수차례 사업이 무산됐다. 11년간 재개발이 진행되지도 재개발 구역 지정이 해제되지도 않은 탓에 주민들은 불편을 고스란히 감수해야 하는 실정이다.

실제로 푸세식 화장실을 사용하는 장 모(56) 씨는 15년 전 고관절을 다쳐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데 쪼그려 앉는 것이 힘들다. 그래서 장 씨는 구멍을 뚫은 나무 의자를 푸세식 변기 위에 두고 앉아 용변을 본다.

다들 처지는 비슷하다. 이 화장실이 있는 골목에만 푸세식 화장실이 6곳이나 있다. 쪼그린 자세로 용변을 봐야 하는 완전 푸세식은 아니더라도 푸세식 화장실에 양변기를 설치해둔 곳도 많다. 슈퍼를 20년째 운영 중인 박 모(60·여) 씨는 “남들은 무릎이나 허리가 아프면 비가 오려나 한다는데 이 동네 사람들은 비가 오기 전 화장실에서 냄새가 올라와 비가 오는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

■변화할 여력도 없다

덕포1동은 기초생활수급자 비율, 차상위 계층 비율 등 빈곤 관련 지표가 부산에서 다섯 번째로 악화된 곳이다. 덕포2동은 세 번째다. 두 지역 모두 수입이 있더라도 이곳 주민들의 수입은 다들 ‘입에 풀칠만 할 상황’이라고 한결같이 이야기한다.

차량용 액세서리를 분리하는 일을 하는 박 모(46·여) 씨는 “10여 년 전부터 이 일을 했는데 그때 액세서리 하나를 칼로 분리하면 2원인데 아직까지도 2원”이라며 “그래도 우리는 이것이라도 할 수 있어 다른 집보다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마을 주민들은 ‘없는 사람’만 남다 보니 공·폐가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개발 논의가 있고 진행되는 사업은 지지부지하다 보니 나갈 여력이 있는 사람은 집을 팔고 나가고 외지인들이 개발 차익을 노리고 투자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대를 걷다보면 10곳에 1곳은 빈집이다. 특히 덕포1동에는 150평에 달하는 거대 저택도 비어 있다. 박 씨는 “김길태 사건 때도 공·폐가가 문제였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다”고 말했다.

■몸이 구해 달라 말한다

낙후된 환경과 가난은 몸으로 드러나고 있다. 덕포1동은 부산에서 건강 관련 지표가 가장 나빠진 지역이고, 덕포2동은 4번째로 나빠진 지역이다.

덕포1동의 고혈압환자 비율이 2011년 13.74%에서 2015년 16.16%, 당뇨환자비율 6.78%에서 8.95%로 증가했다. 덕포2동도 고혈압환자 비율이 13.77%에서 16.01%, 당뇨환자비율 6.48%에서 8.50%로 늘었다.

김 모(70·여) 씨는 “먹고사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운동하는 사람이 이 마을에 어디 있겠느냐”며 “그냥 모여서 커피나 마시고 수다나 떨 수 있으면 그걸로 됐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joyful@busan.com

부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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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덕포1·2동, 최근 4년간 ‘삶의 지표’ 가장 나빠져

4년 사이 가장 구조신호가 강해진 곳은 어딜까?

인구구성, 빈곤, 건강을 중심으로 SOS 신호를 분석한 결과 사상구 덕포2동과 덕포1동(수치상 1위인 일광면은 읍·면의 특수성을 감안해 제외)이 4년간 삶의 지표가 가장 많이 나빠진 것으로 분석됐다. 뒤를 이어 금정구 서1동, 금정구 서2동, 북구 구포3동, 금정구 서3동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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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구 10위권 한 곳도 없어
빈곤·건강 지표 지역차 확연

해운대구에서는 지표 악화 상위 10위권에 들어간 지역이 한 곳도 없었다. 해운대구에서 가장 지표가 나빠진 곳은 해운대구 반여3동(18위), 반여2동(20위)이었다.

반대로 강서구 대저2동, 부산진구 범천1동, 중구 광복동, 영도구 동삼3동, 부산진구 부전2동은 SOS 신호가 약해졌다. 지표가 개선됐다는 뜻이다.

세대당 인구수, 사망률, 노인 비율, 장애인 비율 등 인구 지표 자체는 남구 용호3동이 가장 나빠졌다. 부산진구 당감1동, 금정구 구서2동, 수영구 남천2동, 해운대구 좌2동이 뒤를 이었다.

기초생활수급자비율, 차상위계층 비율 등으로 분석한 빈곤 지표는 서구 초장동, 사상구 덕포2동, 서구 남부민동, 사상구 덕포1동 순으로 지표가 나빠졌다. 서구와 사상구가 빈곤의 진행 속도가 빨랐다.

고혈압 환자비율, 당뇨병 환자비율 등 건강 지표는 사상구 지역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사상구 덕포1동, 감전동, 괘법동, 덕포2동, 모라1동, 삼락동 등이 건강 지표 1~6위를 차지했다.

동의대 홍재봉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역 격차와 삶의 질이 나빠진 원인은 지역별로 다 다르다”며 “이들 지역이 나빠진 원인을 찾아 이에 따른 정책 개발과 예산 투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롯데, 시즌 첫 5연승 좌절

투타 부진 롯데 5연승 실패

 

24일 오후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4회초 2사 만루 한화 이용규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한 롯데 노경은이 강민호와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윤민호 프리랜서 yunmino@nvaer.com
24일 오후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4회초 2사 만루 한화 이용규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한 롯데 노경은이 강민호와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윤민호 프리랜서 yunmino@nvaer.com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투타에서 극심한 부진을 보이며 시즌 첫 5연승 달성에 실패했다.

롯데는 2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6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시즌 12차전 홈경기에서 1-8로 패했다. 43승 45패를 기록한 롯데는 5위를 유지했다.

노경은 3.2이닝 6실점 난조
카스티요에 타선 ‘꽁꽁’
한화에 1-8 대패… 5위 유지

 

 

24일 오후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1-8으로 패한 롯데 선수들이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윤민호 프리랜서 yunmino@nvaer.com
24일 오후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1-8으로 패한 롯데 선수들이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윤민호 프리랜서 yunmino@nvaer.com

롯데 타선은 이날 한화 투수 파비오 카스티요의 구위에 밀려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롯데는 2회말 황재균의 2루타에 이은 상대 실책 등으로 만든 1사 3루에서 김문호의 우익수 앞 적시타로 1점을 얻은 것이 득점의 전부였다.

롯데는 카스티요에 유난히 약한 모습을 보였다. 롯데는 지난달 25일 대전 한화전에서도 카스티요에게 7이닝 동안 1득점을 올리는 데 그쳤다.

마운드도 극도로 부진했다. 이날 선발로 나선 노경은은 3과 3분의 2이닝 동안 6피안타(홈런 1개 포함) 5볼넷 1탈삼진 6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다.

올 시즌 1승 7패를 기록한 노경은은 이달 들어서만 4연패의 부진에 빠졌다. 특히 노경은은 이달 들어 등판한 4경기에서 단 한 차례도 5이닝 이상을 던진 적이 없다. 롯데는 이달 들어 노경은이 선발로 나선 4경기에서 모두 졌다.

따라서 후반기 노경은의 선발 등판 여부를 두고 코칭스태프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김진성 기자 paperk@busan.com

 

부산 아이파크, 경남FC에 2-3 역전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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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부산아이파크 페이스북)

프로축구 K리그 챌린지(2부리그) 부산 아이파크가 경남FC에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다.

부산은 24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챌린지 2016’ 24라운드 경남과의 홈경기에서 2-0으로 앞서다 후반 35분부터 내리 3골을 내줘 2-3으로 졌다.

부산은 후반 18분 페널티지역 전방에서 정석화가 문전으로 연결한 공을 포프가 가슴으로 받아서 오른발로 트래핑한 뒤 왼발 터닝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부산은 후반 29분 수원 삼성에서 임대해 온 장현수가 데뷔전에서 골을 기록하며 점수 차를 2-0으로 벌렸다.

그러나 경남은 0-2로 뒤지던 후반 35분과 44분 터진 송수영의 멀티골로 2-2 동점을 만들었다.

경남은 후반 추가시간 마지막 코너킥 기회에서 송수영이 페널티지역 전방으로 낮게 깔아 차준 공을 장은규가 왼발 슈팅으로 연결해 경기를 뒤집었다.

 

배동진 기자

부산 외제차 전성시대

①부산 새 승용차 2대 중 1대 외제차

부산이 외제차 전성시대의 중심 무대로 부상했다. 올해 상반기 부산에서 새로 등록한 승용차 2대 중 1대가 외제차다. 곧 부산의 외제차 신규 구매 대수가 국산차를 뛰어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부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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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부산차량등록사업소와 국토교통부의 올해 상반기 국내 승용차 신규 등록 현황에 따르면 부산에 등록한 승용차 2만 5308대 중 1만 2010대(47.4%)가 외제차로 집계됐다. 지난해 3월 부산의 신규 등록 승용차 중 외제차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30%를 넘어선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 온 결과다.

2만 5308대 중 1만 2010대
상반기 등록 차량 중 47.4%
수영구 등록 비율 강남 추월

특히 외제차 물량이 대규모로 국내에 들어온 지난 3월의 경우 부산의 신규 등록 승용차 8034대 중 5694대(70.9%)가 외제차로 수입 승용차 통계 작성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산 내 구별로 살펴보면 수영구가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수영구의 올 상반기 등록 승용차 중 외제차 비중은 81.3%로 해운대구(72.3%)는 물론 서울의 부촌으로 불리는 강남3구(62.5%)를 훨씬 웃돌았다.

이에 대해 BMW 공식 딜러인 동성모터스 석상우 사장은 “부산의 신규 등록 승용차에서 외제차와 국산차가 거의 같은 비율이 된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부산이 수입차 브랜드의 격전장이 되면서 판매가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신규 승용차 중 외제차 비중이 급증함에 따라 부산 전체 승용차 중 외제차 비중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전체 등록 승용차 102만 9029대 중 12만 3336대(12.0%)가 외제차다. 한 수입차 딜러는 “전체 승용차 중 외제차 비중은 부산이 서울(14.3%)에 이어 2위지만 신규 등록 외제차 비중은 부산이 1위로 가장 다이나믹한 수입차 시장”이라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

②마린시티 주민 “내 주위에 국산차 타는 사람은 나밖에 없어”

 

“요새는 외제차 국산차 분간하기도 어렵다카니까. 진짜 부딪히면 돈 백만 원 순식간에 깨지니까 운전하기도 심장 떨린다카이~.”

30년째 개인택시 기사를 하고 있는 김중호(62) 씨가 최근 느끼는 부산의 도로 상황이다. 특히 거리에 다니는 차 중 익숙한 국산 브랜드를 찾기가 쉽지 않다. 부산의 도로가 다국적 외제차 전시장으로 변모한 것이다. 외제차들이 상대적으로 진입 문턱을 낮췄고, 이에 부산시민들이 국산차 대신 외제차를 부담 없이 구매하면서 부산은 외제차 전성시대의 주요 무대가 되고 있다.

부산 해운대의 도로에서는 국산차보다 외제차가 더 많이 목격된다. 사진은 18일 오후 해운대구의 한 도로에서 3대 외제차 브랜드인 아우디, 벤츠, BMW 승용차가 카퍼레이드를 하듯이 줄지어 달리는 모습. 이 도로 옆으로는 수입차 전시장이 즐비하다. 강선배 기자 ksun@
부산 해운대의 도로에서는 국산차보다 외제차가 더 많이 목격된다. 사진은 18일 오후 해운대구의 한 도로에서 3대 외제차 브랜드인 아우디, 벤츠, BMW 승용차가 카퍼레이드를 하듯이 줄지어 달리는 모습. 이 도로 옆으로는 수입차 전시장이 즐비하다. 강선배 기자 ksun@

 

운대·수영 줄줄이 외제차

낮아진 가격대 확산 주원인
모터쇼 통해 ‘거부감’ 줄고
업체 적극적 마케팅도 한몫 

유지에 여전히 많이 들어
일부선 ‘과시 소비’ 경고도

■해운대는 외제차 전시장

지난 18일 찾은 해운대구 우동의 한 상가 주차장. 출근 시간이 지나 차량이 많이 나갔음에도 주차된 차 5대 중 3대꼴로 외제차가 주차돼 있었다. 벤츠·BMW·아우디는 물론 벤틀리·포르쉐 같은 초고가의 외제차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한 특급호텔의 주차장은 외제차 전시장을 방불케 했다. 특급호텔에 주차된 차량 30대중 19대가 외제차였다.

이로 인해 국산차를 타고 있는 운전자들이 위축되는 웃지 못할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국산차를 10년째 타고 다니는 김영진(42·해운대구 우동) 씨는 “해운대, 수영에 워낙 외제차가 많다 보니 주차장이나 옆에 다니는 차들을 보면 위축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며 “외제차가 없으면 괜히 이 동네에 살면 안 되나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부촌인 해운대구 마린시티에 사는 이상철(38) 씨는 “집사람이 ‘이 동네 아줌마 중에 외제차 안 타는 사람이 나밖에 없다’며 외제차를 사 달라고 조르고 있어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외제차 편견 없는 부산

부산의 도로에 수입차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는 것을 두고 자동차 업계는 확연히 낮아진 외제차의 가격대를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또한 외제차의 대수가 점차 증가하면서 외제차에 대한 편견, 거부감이 옅어진 점도 외제차의 관심이 구매로 이어졌다고 말한다. 동일모터스 허철 대리는 “특히 2000만~4000만 원대의 가격 경쟁력을 갖춘 수입차가 대거 들어오면서 국산 중형차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며 “결국 필수 구매층에서는 외제차에 대한 거부감은 현재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부산에서 잦은 외제차 관련 노출 빈도도 외제차의 진입 장벽을 낮췄다. 매년 6월 개최되는 부산 국제모터쇼 등으로 실제 구매층인 40~50대들이 외제차를 부산에서 쉽게 접하고 있다. 수년 전부터 부산이 외제차 마케팅의 격전지가 된 것도 구매자들에게 마음을 움직였다. 외제차를 타면 애국자가 아니라는 소리를 듣던 시절은 이제 완전히 끝났다.

한 수입차 딜러는 “주변에 수입차가 늘어나면서 더 이상 불편한 시선이 없어졌다”며 “국산 중형차에 옵션 넣고 하면 대부분의 경우가 외제차 가격을 훌쩍 뛰어넘는 상황에서 합리적인 소비자들이 외제차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2대 중 1대는 외제차, 시간문제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은 향후 길거리를 누비는 신차 2대 중 1대는 외제차인 시대가 올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다만 이처럼 폭증하는 외제차량들이 과시 소비, 유행 소비 등의 풍조 속에서 이뤄져서는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차량 구입 시 할부 제도 등이 잘돼 있어 고가의 차량도 손쉽게 살 수 있지만 그만큼 합리적인 소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부산의 한 대학 경영학과 교수는 “더 이상 국산차, 외제차로 나누는 것이 무의미해지는 시대가 온 것 같다”며 “다만 아직도 수리비와 유지비 부담이 큰 만큼 외제차라고 해서 무조건 구매하는 것은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고, 국내 소비자들이 외제차를 거리낌 없이 선택하게 된 점에 대해 국내 자동차 업계도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부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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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부산은 외제차 브랜드의 천국?

 

부산이 수입차 브랜드의 천국으로 변모하고 있다. 해운대구, 수영구 등의 간선도로는 물론 고급 주택가 주차장은 모터쇼 전시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없는 브랜드가 없다.

1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수입차량전시장앞 도로에 외제차량이 지나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1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수입차량전시장앞 도로에 외제차량이 지나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2016년 상반기 현재 부산에는 벤츠, BMW, 아우디, 렉서스, 포르쉐, 재규어, 링컨 등 14개의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가 해운대구, 수영구, 남구 등지에 전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토요타, 포드, 폭스바겐, 혼다, 닛산, 푸조, 시트로엥 등 9개의 ‘논럭셔리’ 브랜드도 전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23개 외제차 전시장 운영
‘회장님 차’ 삼총사도 가세

거의 모든 브랜드 부산行
외제차 새 격전지로 부상

최근에는 BMW와 벤츠, 폭스바겐 등 일부 인기 브랜드가 서부산까지 진출하면서 부산에만 2~3곳의 전시장을 운영하는 상황이다. 람보르기니나 페라리 등 일부 슈퍼 스포츠카 브랜드를 제외하고 한국에 수입되고 있는 모든 차종의 전시장이 부산에 진출해 있다.

수입차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롤스로이스, 마이바흐, 벤틀리 등 세계 3대 슈퍼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도 부산에 경쟁적으로 진출했다. 포문은 벤틀리가 열었다. 2013년 3월 벤틀리가 해운대구에 전시장을 열고 롤스로이스와 벤츠 마이바흐 사이의 고객들을 겨냥해 성업하고 있다. 지금까지 3억~4억 원 안팎 대 차량을 요구하는 부유층 고객들의 사랑을 바탕으로 탄탄한 인지도를 형성했다.

지난 4월 말에는 ‘회장님’ 차의 대명사로 불리며 대당 4억~6억 원을 넘는 롤스로이스가 부산 해운대구에 전시장을 열기도 했다. 벤틀리가 선전하면서 슈퍼 럭셔리카 시장 확대 가능성을 보인데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 지난해 국내 롤스로이스 신차 등록 대수는 전년 대비 40% 증가해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고, 이중 상당수가 부산, 경남 등 영남권 고객이 구매한 것으로 분석된다.

해운대구와 금정구에 전시장을 둔 벤츠 역시 마이바흐를 선보이고 있다. 다임러 그룹의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 마이바흐는 원래 독립 수제차 브랜드로 7억 원이 넘었으나, 4년 전부터 벤츠 최상위 모델에 마이바흐라는 이름을 붙인다. 2억 3000만~2억 9100만 원에 가격이 형성돼 있다.

한 수입차 딜러는 “부산은 항구를 낀 개방적 도시여서 외제 차에 대한 거부감이 덜한 데다 수도권의 수입차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수년 전부터 부산이 수입차 브랜드들의 새로운 격전지가 됐다”고 말했다.

박진국 기자 gook72@

‘포켓몬 GO’와 헬조선의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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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켓몬 GO’와 헬조선의 청년]

 

1980년대에 태어났고, 1990년대에 초등학교를 다녔다.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은 단연 만화영화 시리즈 ‘포켓몬스터’의 시대였다. 공책·필통 따위의 필기구와 운동화에는 캐릭터인 ‘피카츄’와 ‘꼬부기’가 어김없이 그려져 있었다. 뭐니 뭐니 해도 그 시대 초등학생들의 ‘필수 굿즈(관련 상품)’는 포켓몬 빵을 먹으면 봉지 안에 들어있는 포켓몬 스티커였다. 누구는 책받침에, 누구는 자기 방 가구에 스티커를 붙여서 온갖 포켓몬들을 모았다. 포켓볼 모양의 공을 던져 귀여운 캐릭터를 잡는다는 원작은 실제로 구현할 수 없는 판타지였지만. 포켓몬 스티커를 나만의 장소에 모은다는 정도로 그 시대 아이들은 포켓몬 마스터가 된 기분을 만끽했다.

 

극장판 포켓몬스터
극장판 포켓몬스터

그 시대의 아이들은 어른이 됐다. 포켓몬 마스터를 꿈꾸던 아이들은 분야와 업종만 달리한 채 한껏 빳빳하게 다린 정장을 입고 다니는 회사원이 됐을 테다. 혹은 기약 없는 취업 준비 기간에 ‘장기 백수’라는 이름표를 달고 구직 시장을 떠돌고 있을지도 모른다. 꿈과 희망이 가득한 포켓몬 세계에 푹 빠져 성장했지만, 막상 어른이 된 후 이 세상은 ‘헬조선’으로 대변되는 절망의 정서가 가득하다.

통계청이 13일 발표한 ‘6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 실업률은 10.3%로, 17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취업준비생, 공무원 시험 준비생 등 실질적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들을 고려하면 체감 청년실업률은 34.2%에 이른다.청년 셋 중 한 명은 구직자인 셈이다. 한국은행은 14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8%에서 2.7%로 0.1%포인트 내렸다. 세계 불황과 저성장의 그늘 속에서 지금의 청년세대는 ‘부모세대보다 가난한 첫 번째 세대’라는 불명예를 떠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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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판 포켓몬스터

 

불황 아래 주눅 든 젊은이들에게 그 시절 아련한 향수를 느끼게 한 게임이 등장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나이앤틱이 개발한 모바일 게임 ‘포켓몬 GO’다. 증강현실(AR) 기술과 위치정보시스템(GPS)을 활용한 이 게임은 미국, 호주 등지에서 먼저 출시됐다. 게임이 출시된 지역의 시내와 공원 곳곳에서 포켓몬을 잡기 위해 스마트폰을 꺼내 배회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국내에서는 구글 지도 규제로 플레이를 할 수 없는데, 속초·고성·울릉도는 이 기술적으로 사각지대로 구분되어 우리나라에서 포켓몬을 잡을 수 있는 핫스팟으로 떠올랐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많은 젊은이들이 어린 시절 스티커를 모으는 마음으로 속초행 버스를 예매했고, 일부 지역의 속초행 버스 표가 매진되기도 했다.

유례없는 게임 열풍에 국내의 한 대기업은 국내 증강현실 기술을 이용해 ‘한국형 포켓몬 GO’를 만들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증강현실 기술이 아니라, ‘포켓몬스터’다. 세기말 퇴근하는 부모님을 기다리며 TV에서 흘러나온 포켓몬스터의 희망 서사에 대한 추억이, 그리고 가상의 만화 세계에 뛰어들더라도 현실의 권태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욕망이 오늘날의 어른 ‘한지우(포켓몬스터 주인공)’를 만들어냈다.

청년들은 오늘도 도서관에서, 공무원 학원에서, 아르바이트 같은 생활 전선에서 각개 전투를 벌이고 있겠지만, 포켓몬스터 주제곡의 한 소절만 부르더라도 숙였던 고개를 들고 귀를 쫑긋 세울 테다. 다음 가사가 바로 ‘포켓몬 GO’가 흥행한 이유다.

“언제나 어디서나 피카츄가 옆에 있어. 약할 때나 강할 때나 피카츄가 옆에 있어. 너와 나 함께라면 우린 최고야.”

이혜미 기자 fact@

 

[2030세대 나홀로 라이프]

①”나홀로족은 시대 흐름 꼭 하고 싶은 건 여행”

 

나홀로족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조사 대상의 86.9%가 “나홀로족이 많아지고 있는 사회 현상은 당연한 시대 흐름”이라고 답했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마이크로밀 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나홀로족 관련 인식 조사’를 한 결과다.

부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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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20대 여성층에서 이 같은 반응이 두드러졌다. 전체 72.4%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다”고 답했다. 여성(77.6%), 20대(81.2%), 미혼자(82.5%), 1인 가구(83%)일수록 이 같은 대답을 한 비율이 높았다.

나홀로족의 증가 이유로 1인 가구의 증가, 서로의 생활이 바빠 시간 맞추기가 어려워서,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져서 등의 순으로 꼽았다. 또 밖에서 혼자 꼭 해보고 싶은 활동은 여행으로 나타났고, 제일 꺼려지는 활동은 ‘혼술(혼자 술 마시기)’이었다. 1박 이상의 국내 여행이 39.1%(이하 중복 응답), 해외여행이 33.1%, 드라이브 가기 21.5% 등이었고, 혼자 하기 꺼려지는 활동은 술 마시기 44.8%, 놀이공원 가기 44.1%, 노래방 가기 36.9%, 스포츠 경기 관람 32.4%, 해외여행 28.8% 등의 순이었다.

밖에서 혼자 가장 많이 해본 활동은 밥 먹기(69.1%)였고 그 다음이 운동(68.4%), 쇼핑(65.7%) 등으로 나타났다.

나 홀로 해외여행을 즐기는 직장인 서정희(31·부산 수영구) 씨는 “여행가서 동행과 의견 차이로 하고 싶은 것을 못 하고 돌아오느니 하고 싶은대로 할 수 있는 혼자 여행이 좋다”면서 “SNS의 발달로 혼자 여행을 가도 얼마든지 가족, 친구와 대화하면서 다닐 수 있어서 외로움도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조영미 기자

②”자유롭고 당당하게 혼자 밥 먹고 영화 보고 여행 갑니다”

 

‘나홀로족.’ 이야기를 꺼내기가 식상할 만큼 그야말로 대세다. 중·장년층에게 혼자 밥을 먹고, 술을 마시는 나홀로족이 어딘가 외로워 보이고 친구가 없을 것 같은 이미지였다면, 20~30대에게 혼자 밥 먹기, 영화 보기, 공연 보기, 여행 가기는 그야말로 일상이다. 한 리서치 회사에서 나홀로족 관련 인식 조사를 했더니, 나이가 젊을수록, 남성보다는 여성이 나홀로족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 홀로 라이프를 즐기는 영 세대와 나홀로족이 즐겨 찾는 장소를 찾아 그 이유를 알아봤다.

부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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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1인 가구 33.2%로 급증

부산시의회는 최근 2016년 4월 기준 부산의 1인 가구가 47만 가구로 전체 144만 가구의 33.2%라고 밝혔다. 전체 가구 유형 중 1인 가구가 가장 많은 시대가 왔다. 2000년 부산 1인 가구는 13.8%에 불과했다.

부산 1인 가구 47만, 33% 차지

벡스코 ‘싱글라이프페어’
소품·키덜트 제품 등 선보여
1인 가구 산업적 측면 부각

‘자유로운’ ‘즐길 줄 아는’…
20대 여성들 인식 긍정적

전국적으로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맞벌이 가구 및 1인 가구 고용 현황’에 따르면 2015년 10월 기준 1인 가구는 511만 가구로 2014년 10월 대비 17만 1000가구가 증가했다. 1인 가구 비율은 27.2%로 2014년보다 0.5% 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또 여성이 56.5%로 남성 43.5% 비해 1인 가구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30 영 세대일수록 나홀로족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마이크로밀 엠브레인의 ‘나홀로족 관련 인식 조사’에서 한국 사회 내 ‘자발적 나홀로족’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20대가 68.1%, 30대가 78.6%, 40대 20.5%로 70대(4.2%)에 비해 나홀로족에 대해 개인의 선택 측면을 강조해서 보는 경향이 있었다.

또 20대 여성일수록 나홀로족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았다. 나홀로족이라는 키워드에 대해 ‘자유로운’, ‘즐길 줄 아는’, ‘당당한’, ‘여유로운’, ‘자립심이 강한’ 사람이라고 봤다. 반면 나홀로족에 대해 ‘외로워 보이는’, ‘안타까운’ 등의 이미지를 가장 많이 떠올리는 세대는 50대 남성이었다.

'2016 싱글라이프페어'에서 솔로웨딩 이벤트에 참가한 관람객. ㈜루덴스컨벤션 제공
‘2016 싱글라이프페어’에서 솔로웨딩 이벤트에 참가한 관람객. ㈜루덴스컨벤션 제공

 

■산업으로 조명되는 나홀로족

나홀로족의 급증으로 1인 가구를 산업적 측면에서 바라보기 시작했다. 부산에서는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벡스코에서 ‘2016 싱글라이프페어’가 처음 개최됐다. 1인 가구를 위한 가구, 소품, 키덜트 제품, 1인 가구가 선호하는 운동, 문화 콘텐츠 등을 소개하는 전시였다.

1인 가구 중 비혼(非婚) 가구가 늘어나는 현실을 반영해 웨딩드레스를 입고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솔로웨딩 이벤트도 개최됐다. ‘2016 싱글라이프페어’를 주최한 ㈜루덴스컨벤션 허빈 차장은 “젊은 사람부터 나이 많은 사람까지 싱글라이프페어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며 “아직 시장이 성숙하지는 않았지만, 산업으로서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매년 개최를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체 인구의 4분의 1 이상인 1인 가구는 이제 명확한 하나의 시장이 됐다. 혼자 밥을 먹는 ‘혼밥’ 문화가 확산되면서 식당은 혼자 가서 먹어도 부담 없는 ‘바’ 형식의 인테리어를 채택하는 곳이 많아졌다.

또 영화는 연인이나 가족과 함께 보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과거에 비해 최근에는 나 홀로 관객이 증가 추세다. 국내 최대 영화 멀티플렉스 체인 CJ CGV는 지난해 관객 중 10.1%가 나 홀로 예매를 했다고 밝혔다. 나 홀로 관객 중 20대 여성 비율이 가장 높았고, 20대 남성까지 포함해 나 홀로 관객의 37%가 20대였다. 직장인 임재윤(28·부산 해운대구) 씨는 “동행이 있으면 아무래도 상대를 배려해야 하는데, 혼자 보면 내 취향에 맞는 영화를 온전히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원전 10기 밀집, 부울경이 위험하다] 느슨한 ‘위치 제한’

①느슨한 ‘위치 제한’

 

원전을 지을 때 인구중심지에서 일정한 거리를 두고 원자로를 설치하는 ‘원자로 위치 제한’이라는 개념이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신고리 5·6호기가 인구중심지로부터 4㎞ 이상 떨어져 있기 때문에 원전 건설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같은 잣대를 다른 곳에도 적용하면 수도권에도 얼마든지 원전을 지을 수 있게 된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신고리 5·6호기 건설 허가 과정에서 '원자로 위치 제한' 기준을 인구 중심지로부터 불과 4㎞를 적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원자로 위치 제한 기준으로 32~34㎞를 주장하고 있다. 사진은 부산 기장군의 신고리 1·2호기 모습. 부산일보DB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신고리 5·6호기 건설 허가 과정에서 ‘원자로 위치 제한’ 기준을 인구 중심지로부터 불과 4㎞를 적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원자로 위치 제한 기준으로 32~34㎞를 주장하고 있다. 사진은 부산 기장군의 신고리 1·2호기 모습. 부산일보DB

■서로 다른 잣대

원자로의 위치제한 관련 원자력안전법령인 ‘원자로시설 등의 기술기준에 관한 규칙 제5조’에 근거한 원안위 고시 ‘원자로시설의 위치에 관한 기술 기준’에 따르면 원자로 위치를 선정할 때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10CFR 100.11’을 준용하도록 명시돼 있다. 또 10CFR 100.11에는 원자로가 열출력에 따라 인구중심지(2만 5000명 기준)로부터 32~34㎞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TID 14844’를 제시한다.

美 NRC 기준 준용 땐
인구중심지서 32㎞ 떨어져야

신고리 5·6호기 4㎞ 기준 적용
인천공항 인근 용유도에도
부울경 잣대라면 원전 가능

환경단체 “명백한 고시 위반”
한수원 “수전전 국가계획 반영”

이렇게 따지면 신고리 5·6호기를 짓는 울산 울주군 서생면 신암리 부지와 가장 가까운 인구중심지인 부산 기장군 정관읍(7만 명)이 불과 11㎞ 떨어져 있기 때문에 신고리 5·6호기를 지을 수 없다. 기장읍(5만 5000명)과 해운대구(42만 명)도 최소 이격 거리인 32㎞ 안이다.

문제는 원안위는 신고리 5·6호기 건설 허가 과정에서 TID 14844보다 완화된 ‘Reg. Guide 1.195’를 적용해 환경단체와의 논쟁이 촉발됐다는 점이다. Reg. Guide 1.195에는 원자로가 인구중심지로부터 4㎞ 이상 떨어진 곳에 있으면 설치를 허용하기 때문에 신고리 5·6호기 건설도 가능해진다.

게다가 TID 14844가 기준으로 삼은 사고 시나리오는 ‘냉각제 상실에 따른 노심용융까지’로, 더 심각한 상황이지만 Reg. Guide 1.195는 ‘살수장치로 방사성 물질 대부분 제거되고 일부만 대기 중 방출’로만 규정하고 있다.

■인천공항에도 원전 가능?

환경단체들은 원안위가 신고리 5·6호기 원자로 위치 제한 기준으로 Reg. Guide 1.195을 적용한 것을 두고 명백한 고시 위반이라고 주장한다. 원자로 위치 제한 관련 현행 법령상 Reg. Guide 1.195를 준용해도 무방하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다. 또 원안위의 Reg. Guide 1.195 준용은 결국 좁은 국토에 인구가 밀집한 우리나라의 특성을 무시한 채 원전을 마구 짓겠다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원안위는 “10CFR 100.11에서 TID 14844를 참조(Note) 문서로 활용할 수 있음을 제시하고 있다”며 “미국 NRC는 원자로 위치 제한과 관련 필요한 구체적 요건들에 대해서는 Reg. Guide 1.195를 개발,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원안위가 적용한 Reg. Guide 1.195대로 원자로 위치를 규정한다면 수도권에도 얼마든지 원전을 지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일례로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용유도와 인천항 사이 거리가 18㎞이기 때문에 Reg. Guide 1.195의 ‘인구중심지 4㎞’ 기준에 부합, 용유도에 원전 건설이 가능해진다.

■부·울·경 인구밀집은 밀집 아니다?

원안위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수도권 인구밀집만 인정하고 지역 인구밀집은 어떻든 상관없다는 식의 태도를 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종신 전 한수원 사장은 2012년 고리 1호기 사고 은폐 관련 기자회견에서 “수도권은 인구밀집 지역이라 원전 입지로 적합하지 않다”고 발언해 부·울·경 주민들의 공분을 샀다.

가뜩이나 동남권 신공항이 무산된 마당에 신고리 5·6호기까지 떠안은 부산 민심은 폭발 직전이다. 이뿐만 아니라 원전으로 오랜 피해를 봤던 기장 지역에 보상 성격으로 진행 중인 ‘의료용 중입자가속기’ 사업도 답보 상태다.

이에 대해 한수원 관계자는 “신고리 5·6호기는 수년 전부터 국가 계획에 반영됐고 한수원은 2012년 9월에 원안위에 건설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이자영·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부산일보
부산일보

②원전도 내수용-수출용 다르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전 세계의 원자력계는 중대사고 대처를 위한 안전장치를 설계에 반영하도록 안전기준을 상향 조정하고 있다.

일본 대지진, 후쿠시마 제1원전 3호기 외곽건물 폭발 _ 연합뉴스
일본 대지진, 후쿠시마 제1원전 3호기 외곽건물 폭발 _ 연합뉴스

그러나 신고리 5·6호기 원전에 사용될 일부 설비가 유럽연합(EU)에 수출하는 한국형 원전의 안전기준에 크게 못 미쳐 내수용과 수출용 원전에 ‘이중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코어캐처 전무·’단일격납’
신고리 5·6호기 안전성
이중격납 등 안전 강화한
수출용 원전에 크게 뒤져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신용현 국회의원은 “신고리 5·6호기는 안전계통 부분, 비상시 전원공급 부분, 격납물의 안전도, 항공기 충돌 항목 등에서 수출용 원전에 비해 안전성이 크게 떨어진다”면서 “이중 격납 구조인 수출용 원전에 비해 신고리 5·6호기는 벽체 보강에 그치고 있고, 격납 건물 안전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형 원전(EPR)은 사고 때 방사성 물질 방출을 최대한 저지하기 위한 이중 격납 건물을 채택하고 있다. 중국과 미국의 신규 원전도 EPR를 선택해 이중 격납 건물이 채택되고 있다.

신고리 5·6호기는 최근 신규 원전 중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단일 격납건물이다. 게다가 원자로 내 핵연료인 노심이 사고로 녹아내리는 것(노심용융)에 대비한 설비가 미흡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반면 한전은 EU-APR1400 모델로 핀란드 신규 원전 사업에 입찰하면서 ‘코어캐처(Core Catcher)’ 설비를 추가해 노심용융에 대비했다.

이에 대해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는 “EU-APR1400은 아직 개발 단계에 있다”면서 “코어캐처는 노심이 녹아내리는 상황을 가정한 것이지만, 신고리 5·6호기는 노심용융 자체가 일어나지 않도록 설계돼 있다”고 주장했다.

한수원은 또 “신고리 5·6호기는 후쿠시마 원전과 다른 미국 쓰리마일 원전 타입이기 때문에 훨씬 더 안전하다”면서 “쓰리마일 원전 사고 때는 후쿠시마 사고와는 달리 방사성 물질이 격납 건물 안에 다 갇혀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자영·황석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