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또 백지화 과제] 김해공항 확장 문제 없나

① 김해공항 확장 문제 없나

김해공항의 포화와 안전성 한계로 시작된 신공항 논의가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게 됐다.

동남권 신공항에 대한 사전타당성 연구용역을 벌여 온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과 국토교통부가 21일 ‘김해공항 확장’을 신공항의 최적안으로 내놓자 비판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확장안으로는 산악 지형으로 인한 위험성과 24시간 운영이 불가능한 탓에 ‘반쪽짜리 공항’ 오명을 쓰고 있는 김해공항의 한계를 완전히 극복할 수 없다는 문제 제기다.

국토교통부가 21일 발표한 동남권 신공항 사전 타당성 조사 용역 자료에 나타나 있는 김해공항 확장 개념도. 국토교통부 제공
국토교통부가 21일 발표한 동남권 신공항 사전 타당성 조사 용역 자료에 나타나 있는 김해공항 확장 개념도. 국토교통부 제공

 

‘반쪽짜리 공항’ 오명 유지 
기존 한계 극복할 수 없고 
수도권 논리로 평가 절하 
장기적 균형 발전에 ‘발목’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번 결정이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이대우 부산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확장안 자체는 10~15년 정도 단기간 대책은 되겠지만 김해공항이 가진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며 “확장을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설사 활주로 확장으로 안전성을 높인다 해도 주택가 소음 문제가 남아 24시간 공항 운영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산으로 둘러싸인 지형으로 김해공항 이·착륙이 조종사들에게 부담이 된다는 기존 지적도 완전히 해소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 공항 남쪽에서 바람이 불 경우 바람을 안고 착륙해야 하는 항공기 특성상 항공기는 북측 신어산 자락에서 착륙을 시도해야 한다. 국토부와 ADPi 측은 40도 가량 틀어진 새 활주로를 이륙이나 북쪽에서 착륙하는 비행기 전용으로 활용하도록 한다는 복안이지만 이마저도 험준한 산악지형 탓에 100% 계기착륙장치(ILS)를 사용한 자동비행이 가능할지 장담할 수 없다. 현재 북쪽에서 착륙 시에는 조종사가 육안으로 활주로를 확인하고 선회비행 뒤 착륙을 하고 있다.

또 김해공항의 경우 초속 10노트 이상의 바람이 불 경우 일부 항공기 이·착륙 자체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 중형기들은 10노트의 배풍(항공기 뒤에서 부는 바람)에도 안전에 위협을 받는다. 10노트의 바람에 운항이 어려운 곳은 국내에서는 김해공항이 유일하다.

부산시 관계자는 “정부가 말하는 확장안을 면밀히 검토해 봐야겠지만 단순히 활주로를 하나 더 만드는 것 정도로는 해결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사실 김해공항 확장은 그동안 인천공항 세력과 수도권 언론들이 동남권 신공항의 의미를 평가 절하하며 틈만 나면 펴왔던 논리 중의 하나다. 좁은 나라에 허브공항이 뭐하러 둘씩이나 필요하냐는 식의 수도권 중심주의에서 비롯된 시각이다.

여호근 동의대 호텔컨벤션경영학과 교수는 “공항을 확장해도 24시간 운영이 안 되면 미래 먹거리 산업인 관광·마이스의 필수 인프라로서의 허브공항은 될 수 없다”며 “공항이 확장되면 의료관광이나 포상관광단 유치에는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이겠지만 김해공항 확장만으로는 장기적인 지역 발전이나 균형 발전을 도모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윤·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김해공항 확장 사업 일정
김해공항 확장 사업 일정

 

 

② ‘확장안’ 추진 땐 난제 산적… 실효성 의문

김해공항 확장안은 난제가 산적한 안으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김해공항이 산악지형이라는 태생적 한계와 더불어 민가, 군 시설 등의 주변 환경도 확장에 큰 걸림돌이다. 과거 6차례의 용역 검토 이후 확장 불가로 결론을 내린 점이 이를 증명한다.

김해공항 확장안에 대해서는 국토부와 부산시 등이 2002년부터 2009년까지 6차례에 걸쳐 용역을 진행했다. 하지만 답은 모두 ‘실효성 없다’였다. 향후 김해공항 확장에 대한 연구 용역 진행에 많은 난관이 있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부산시와 국토부가 용역을 실시했던 확장안들은 모두 소음, 비용 등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과거 6차례 용역 실시
남해고속도로 지하화
숙제 남기고 확장안 포기

부산 김해공항 (부산일보DB)
부산 김해공항 (부산일보DB)

국토부는 2002년 기존의 활주로 2본 중 1본을 남쪽으로 1㎞가량 연장하는 안을 검토했다. 북쪽의 돗대산과 신어산을 이·착륙 과정에서 피해 보겠다는 의도에서였다. 하지만 이 방안은 남쪽에 있는 남해고속도로가 난관으로 작용했다. 활주로 연장을 위해서는 남해고속도로를 지하화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배보다 배꼽이 큰 확장 용역’이라는 비아냥 속에 확장안은 무산됐다.

이후 2005년, 2007년 용역에서는 기존 2본의 활주로 방향을 좌우로 틀거나 김해공항과 낙동강 하류 사이에 활주로를 신설하자는 안도 나왔다. 하지만 이 안에는 보안이 중요한 군공항인 김해공항의 특성과 안전한 착륙을 위해서는 북쪽 산악 지형에서 선회 비행을 해 안전성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부각됐다. 일각에서는 군 공항을 없애고 김해공항을 증설하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다. 당장 군 비행장 대체부지가 없다. 소음, 안전 등의 문제로 혐오시설로 인식되는 군 공항을 받아 줄 지역을 찾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부산 김해공항 연합뉴스 (부산일보DB)
부산 김해공항 연합뉴스 (부산일보DB)

전문가들은 향후 진행될 확장 논의가 기존 용역보다 더 큰 어려움에 부딪힐 것으로 전망한다. 이후 에코델타시티, 명지국제신도시 등 공항 인근 지역에 인구가 새롭게 유입되고 있는 점은 김해공항의 확장을 더 어렵게 하는 요소다.

김해공항 소음대책위원회 백남기 위원장은 “김해공항 확장은 소음권 확대를 의미한다”며 “공항에 바로 인접한 1천여 가구를 넘어 소음권역에 인구가 급증한 상황에서 주민 소음 문제를 생각하지 않는 얼토당토않은 결론은 과거에도 실패한 결론”이라고 밝혔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

 

③ ‘물류허브·지역경제 대도약’ 부산시 꿈 사실상 물거품

가덕 신공항의 무산으로 이를 발판으로 지역 경제를 한 차원 업그레이드하겠다는 부산의 비전도 물거품이 됐다.

24시간 운항할 수 없는 데다, 안전성 문제 등 기존에 김해국제공항이 안고 있는 문제를 확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어 신공항을 바탕으로 물류, 관광, 금융산업을 키우겠다는 부산시의 전략에 차질이 빚어졌다.

신공항 유치 기원 1인 릴레이 캠페인을 기획한 강진수(왼쪽에서 3번째) 일품한우 사장과 부산 자갈치시장 상인들이 21일 정부의 신공항 결과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강원태 기자 wkang@
신공항 유치 기원 1인 릴레이 캠페인을 기획한 강진수(왼쪽에서 3번째) 일품한우 사장과 부산 자갈치시장 상인들이 21일 정부의 신공항 결과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강원태 기자 wkang@

물류·관광·금융산업 육성
김해공항 확장만으론 한계
마이스산업·건설업도 타격

그동안 부산시와 지역 경제계는 신공항을 건설해 항만, 철도를 연결하는 물류 트라이포트(Triport)를 구축, 부산을 환동해권 물류중심도시로 도약시키겠다는 비전을 추진해왔다. 실제 많은 세계 주요 물류중심 국가는 20㎞ 이내에 허브항만과 허브공항을 구축, 이를 통해 물류강국으로 발돋움했다. 이 때문에 가덕 신공항이 들어설 경우, 선박-선박 간 물동량이 선박-항공으로 확대돼 부산이 상하이, 홍콩 등과 아시아 물류중심도시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이는 국가적 차원에서도 남북통일시대에 대비해 유라시아 대륙을 잇는 열차인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와 북극항로 가시화에 따른 선제적 대응의 의미도 가질 수 있다.

김규옥 부산시 경제부시장은 “낙동강 하구 서부산은 바다와 공중, 육상교통이 만나는 트라이포트의 전형인데 이 꿈이 무산됐다”며 “한국을 동북아 최고의 물류대국으로 우뚝 서게 하는 주역이자 통일시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묘책이 허망하게 사라졌다”고 강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가덕신공항추진 범시민운동본부에 참여한 부산지역 경제·시민단체 관계자와 조성제 부산상의 회장 등이 21일 오후 부산상공회의소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정부의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김경현 기자 view@
가덕신공항추진 범시민운동본부에 참여한 부산지역 경제·시민단체 관계자와 조성제 부산상의 회장 등이 21일 오후 부산상공회의소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정부의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김경현 기자 view@

 

가덕 신공항은 부산의 핵심 산업인 관광·마이스(MICE) 분야에서도 ‘발등의 불’이었다.

김해공항의 슬롯(SLOT·시간당 항공기 이착륙 횟수) 부족, 커퓨(Curfew·항공기 운항 제한 시간) 운영으로 인한 접근성의 제한은 부산 관광에 실질적인 손해를 끼치고 있다. 21일 한국공항공사와 국방부 등에 따르면 김해공항 슬롯은 지난해 하계 기준으로 하루 최대 운항 가능 편수(285편)의 94%인 268편이 이용되는 등 ‘극 포화’ 상태다. 이 때문에 김해공항 신규 취항을 희망하는 항공사 운항 신청 82편이 지난해 불허됐고, 이로 인한 지역 관광수입 손실액은 1천638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부산 관광업계 관계자는 “중국 등 해외 기업 인센티브 관광 등을 유치하려 할 때도 1천 명 이상이 넘어가면 공항 수용 능력의 한계 때문에 무산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24시간 운영이 가능한 신공항은 부산 관광의 가장 시급하면서도 핵심적인 과제인데 또다시 수포로 돌아갔다”며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5년 새 관급공사가 반 토막 나 불황의 늪에 빠진 부산 건설업계도 가덕 신공항 유치 실패로 충격에 휩싸였다. 사업비만 수조 원대에 달할 가덕 신공항 건설로 업황 반등을 기대했던 염원이 무산돼서다.

대한건설협회 부산시회와 대한전문건설협회 부산시회는 “국가 백년대계 사업이 정부의 눈치 보기와 보신주의의 희생양이 됐다”며 “침체된 부산 건설경기 회생의 꿈도 날아갔다”고 한목소리로 성토했다.

부산일보DB
부산일보DB

지역 금융계에서도 가덕 신공항을 부산이 글로벌 금융중심지로 도약하기 위한 필수 요건으로 인식해왔다. 런던, 싱가포르, 프랑크푸르트 등 글로벌 금융중심지와 연결성이 확보돼야 전 세계 우수한 금융 인력을 부산으로 끌어들일 수 있어서다.

이런 이유로 부산상공회의소 조성제 회장은 이날 정부 발표에 대해 “김해공항 확장안은 본말이 전도된 것으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지역 경제계와 함께 가덕 신공항 건설을 계속 추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임태섭·박진국·전창훈 기자 jch@busan.com

‘목숨 건 탐험의 놀라운 기록’ 부산 홀리다.

4년 만에 다시 부산을 찾은 ‘내셔널 지오그래픽’전은 기대 이상이었다.

17일 영화의전당 비프힐 1층 특별전시실에서 개막한 전시는 문명과 오지, 우주, 해양에 이르기까지 목숨을 건 탐험과 탐사에 관한 다양한 기록이다. 사진과 영상, 탐사 장비와 카메라, 탐사 잠수정까지 200여 점의 전시품도 위대한 인류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베일 벗은 ‘내셔널 지오그래픽’전의 매력 속으로 들어가 보자.

부산일보DB
부산일보DB

영화의전당 6개 전시관 알찬 구성
자연에 인간 이야기 더해 감동

1관 탐험가·과학자 발자취 한눈에
2~5관 우주·문명·수중 주제 전시

■인류의 도전, 그 뭉클한 감동의 역사

전시는 5개의 본관과 1개의 특별관으로 구성돼 있다. 오랫동안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함께했던 탐험가, 과학자의 발자취를 만나는 1관을 비롯해 2관에서부터 5관까지 문명, 우주, 탐험, 수중에 관한 탐험과 발견을 주제로 다양한 전시품이 펼쳐져 있다. 1888년 창립 이래 127년 동안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지구의 모든 것을 담겠다’는 포부를 실현해 왔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역사를 만나는 1관은 그래서 전시에서 가장 돋보인다. 1900년대 초반 잉카, 마야 문명의 놀라운 발견을 담은 사진과 남극, 북극, 에베레스트 등 오지와 야생 동물의 생생한 삶, 1800년대 후반 아프리카 원주민의 모습은 무척 흥미롭다.

 

한국에서 세 번째 전시를 선보이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그동안 경이로운 자연의 모습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번 전시에선 자연뿐만 아니라 인간의 이야기를 더해 진솔한 감동을 전한다. 문명과 우주, 수중 사진과 함께 이를 기록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탐사했던 탐험가들의 이야기가 보태져 작품은 한층 애틋해졌다. 전시 작품들은 기록적인 측면을 넘어 사진 예술 그 자체로도 대단한 가치를 지닌다.

■탐험가의 숨결이 느껴지는 전시

이번 전시에선 1관의 한 면을 내셔널 지오그래픽 탐험가들을 위해 할애했다. 역사상 최대의 유적지 마추픽추를 발견한 미국 예일대 하이럼 빙엄 교수를 비롯해 1920년대 산적이 출몰하는 티베트와 중국 고산지대를 종횡무진 누빈 조셉 록, 50여 년 동안 탄자니아에서 영장류를 연구한 제인 구달, 고아 고릴라를 돌보던 제인 포시 등의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다. 전시를 기획한 ENV커뮤니케이션 박기덕 대표는 “전시 사진과 영상들은 내셔널 지오그래픽 탐험가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목숨을 걸고 작업한 결과물”이라며 “그 뜨거운 열정이 관람객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5관엔 ‘바다의 백작마님’이란 별명의 내셔널 지오그래픽 협회 전속 탐험가 실비아 얼 박사가 탐사에 사용한 잠수정 1구를 포함한 내셔널 지오그래픽 뮤지엄에 있던 잠수정이 전시돼 있다. 공식 포토존으로도 인기가 높다. 특별관에는 ‘타이타닉’ ‘아바타’를 제작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마리아나 해구 탐험 영상이 벽면에 투영된다. 세계에서 가장 깊은 바다 마리아나 해구의 영상은 관객을 순식간에 아찔한 바닷속으로 끌고 들어간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산복도로서 희망 캐는 청년 창업 ‘한 지붕 두 가족’

20160619000063_0

▶’평등한밥상’ 이현아 대표

부산 동구 증산동로 72-1(범일동). 청년 기업 ‘평등한밥상’과 ‘청춘일터’의 보금자리다. 두 회사는 위아래 이웃이다. 이중섭 전망대를 지나 굽이굽이 길을 올라야 비로소 도착하는 산복도로 위에서 청년들은 꿈을 공유한다. ‘평등한밥상’은 저소득층이 좋은 식재료를 저렴한 가격에 소비할 수 있도록 농산물을 산지 직송하는 유통 기업이다. ‘평등한밥상’에서 일하던 이기용 대표는 ‘청춘일터’를 창업했다. ‘청춘일터’는 산복도로 지역 주민과 함께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원도심 관광코스 체험 상품을 개발한다. 서로가 있어 든든하다는 두 청년 기업과 만났다.

‘평등한밥상’ 이현아(24) 대표는 청소년 시절 그룹홈(요보호아동 공동생활가정)에서 자란 경험을 바탕으로 식재료 유통 회사를 창업했다. 이 대표는 동생 둘과 함께, 많을 때는 15명과 같이 그룹홈에서 지낸 경험이 있다. 그는 “키워주신 그룹홈 할머니께서 빠듯한 살림이긴 하지만 콩나물 한 봉지를 사 와도 정성껏 요리해주셔서 크게 부족함 없이 자랐다”며 “하지만 성인이 되어 전국 그룹홈 출신 네트워킹 모임에 갔더니 서로 ‘얼마나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먹어봤느냐’고 비교하길래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소득의 양극화가 ‘밥상의 양극화’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소득과 관계없이 양질의 식재료를 먹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룹홈 생활 외에도 이 대표의 파란만장한 인생 경험 역시 ‘평등한밥상(010-2223-7976)’에 녹아있다.

 

11243992_1850531638506006_1234187000723574943_n

‘밥상의 양극화’ 해소 위해 식재료 회사 차려
중간 유통 수수료 없애 양파 저렴하게 공급
저소득 아동 대상 ‘푸드 스토리텔링’ 교육도

 

이 대표는 비행 청소년은 아니었지만, 중학생 시절 왜 학교를 가야 하는지 몰라 결석을 일삼았다. “현아는 꿈이 뭐냐”는 선생님의 질문을 받고 처음으로 꿈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겨우 출석 일수를 맞추고 졸업한 뒤 부산 영도의 특성화 고등학교인 부산보건고에 진학했다. 그때부터 꿈을 이루기 위해 대외 활동에 매진하기 시작했고, 고등학교 3학년 때는 봉사 활동으로 대통령상까지 받았다.

 

하지만 그는 꿈꾸던 대학의 경영학과 원서를 쓰기도 전에 집안 사정으로 취직을 해야 했다. 은행 텔러, 보험회사 사무직으로 일하면서 야간대학을 다니는 생활이 계속됐다. 이 대표는 “일하고 학교에 다니면서도 대외 활동을 한 번에 6개까지 하기도 했다”면서 “어쩌다 아무 활동이 없는 토요일이 있으면 불안할 정도였다”고 웃었다.

 

20160619000064_0 (1)

지금은 직원 2명을 둔 ‘평등한밥상’의 어엿한 대표이자, 후배들의 든든한 멘토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매일 오전, 모교에서 6개 반 후배들에게 회계 과목을 가르치는 산학겸임교사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돌아보니 필요 없는 시간이 하나도 없었다”며 “부산시도시재생지원센터의 ‘마실지기’ 서포터즈 활동을 하면서 이기용 대표를 소개받았고, 지금 거래처인 경남 합천 농부들도 대외 활동을 하다 만난 지인을 통해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평등한밥상’은 중간 유통 수수료를 없애 부산 지역 음식점 등에 저렴한 가격으로 양파를 공급하고 있다. 양파 망당 200~300원씩 마일리지를 적립, 그 마일리지를 봉사 활동을 할 때 사용한다. 이 대표의 넓은 인맥과 성실한 일 처리 덕분인지 ‘평등한밥상’은 창업한 지 1년 남짓이지만, 식재료 유통업체로 자리를 잡았다. 농산물 유통뿐만 아니라 저소득층 아동을 대상으로 ‘푸드 스토리텔링’ 교육을 하는 등 외연을 확장하는 중이다.

이 대표는 요즘 어느 때 보다 행복하다고 말했다. “고민 상담을 하는 후배들에게 항상 말한다. ‘나는 못 해’라고 스스로 한계를 정하지 말라고. 창업할 때 ‘밥상의 양극화 해소’라는 목표를 세웠던 만큼 목표를 이룰 때까지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일할 생각이다”.

 

 

20160619000066_0

 

▶’청춘일터’ 이기용 대표

 

‘청춘일터’는 ‘평등한밥상’에서 출발했다. 이기용(26) 대표는 ‘평등한밥상’의 일원으로 산복도로에서 일하면서 저평가된 지역 자원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미 있는 좋은 콘텐츠를 활용해 주민도 좋고 관광객도 끌어들일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다가 ‘청춘일터'(http://youngwp.modoo.at)를 창업했다. 관광객은 넘치지만 수익이 주민에게 돌아가지 않는 감천문화마을의 상황을 반면교사 삼아 지역 자원을 콘텐츠화하고 체험할 수 있는 코스를 만들기로 했다.

 

원도심 저평가 자원 콘텐츠 개발 목표로 창업
옥상에 허브 정원 가꿔 체험 공간으로 활용
‘부산포 개항가도 축제’ 기획에도 동참

 

사회적기업가 육성 사업에도 선정됐다. 이 대표는 “산복도로에서 지내보니 길에서 젊은 사람 한 명 보기도 힘들 정도로 고령화돼 있더라”면서 “우리가 개발한 콘텐츠와 체험 활동을 통해 젊은 사람이 마을에 찾아오고 활기가 도는 것만으로도 마을을 바꿀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11907190_1876864082539428_5158890581452377881_n

그런 이 대표를 믿고 안재욱(25), 김효경(25) 씨가 합류했다. 안 씨는 지난해 부산발전연구원 청년 프런티어 활동을 하면서 겪은 씁쓸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엔 제대로 해보자”고 생각했다.

안 씨는 “다문화 가정 구성원이 즐길 콘텐츠를 만드는 것을 목표를 세웠다. 그들을 위해 파티를 열었는데 막상 참여가 저조하고 결국 우리만의 파티가 돼버려서 반성했다”면서 “‘청춘일터’에서는 마을 구성원과 함께 성장하고 싶다”고 전했다. ☞ 3주만의 놀라운 변신 체험
김 씨는 경찰무도학과 출신이다. 선배와 동기들처럼 경찰은 되고 싶지 않았단다. ‘나는 뭘 하고 싶은 걸까’ 고민하다 취업보다 창업을 택했다. 그는 “방학 때 지역아동센터에서 돌봄 봉사 활동을 하면서 큰 보람을 느꼈다”며 “‘청춘일터’라면 당장 큰돈은 못 벌어도 봉사 활동을 할 때처럼 적어도 재밌고 뿌듯하게 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합류했다”고 말했다.

20대 청년 셋이 만나 ‘청춘일터’가 됐고, ‘어떻게’ 꿈꾸는 회사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다. 산복도로 주민의 삶을 관찰하다가 ‘청춘일터’ 옥상에 허브 정원을 만들었다. 대부분 주민의 취미가 작은 텃밭 가꾸기였다. 지대가 높은 곳에 살다 보니 날씨에 따라 외출이 제한돼 집 근처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선호했다. 그래서 옥상에 정원을 만들어 블루베리, 로즈메리 등 관리가 비교적 쉬운 작물을 심고 주민의 도움을 받았다. 지금은 옥상 허브 체험을 하러 다른 지역 학생들이 찾아올 정도가 됐다. ☞ 올여름이 가까워졌는데 어쩌지

‘청춘일터’는 10월에 열 ‘부산포 개항가도 축제’의 콘텐츠를 만드는 데 힘을 쏟고 있다. SNS 활동과 기발한 콘텐츠로 유명해진 한국민속촌과 수원 화성을 방문한 것도 그래서다. 이를 통해 대학생 청춘일터 기획단과 함께 톡톡 튀는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20160619000065_0

이 대표는 “원도심의 콘텐츠는 무궁무진하다. ‘청춘일터’라는 이름에 걸맞게 청년들이 산복도로에 모여서 하나의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꿈을 꾼다”면서 “그냥 두기엔 아까운 부산의 콘텐츠를 개발하는 청년 회사를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글·사진=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박유천 성추문 사태’ 총정리

‘박유천(30) 성폭행 의혹’이 지난 1주일 사이 고소 여성이 네 명으로 늘면서 한류 스타 초대형 스캔들로 확대됐다. ‘유흥업소’ ‘화장실 성폭행’ 등 자극적 요소가 많아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다 일본과 중국, 동남아시아를 아우르는 한류 스타이다 보니 해외에서도 큰 주목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거물급 한류 스타 스캔들에 충격

13일 박 씨 성폭행 혐의 고소 사실이 처음 알려진 뒤 그동안 네 명이 박 씨를 고소하는 사태로 발전했다. 지난 10일 고소장을 낸 첫 번째 여성 A 씨가 15일 돌연 고소를 취하하면서 논란이 주춤했으나 16~17일 이틀간 다른 여성 세 명이 박 씨를 고소하고 나섰다.

고소인 4명으로 늘어나  
팬 등 돌리고 지지 철회  
도덕성 질타 목소리 가세  

警, 전담팀 구성 수사 박차  
성폭행 강제성 여부 조사 

사건 초반만 해도 선한 인상의 박 씨가 건전한 연예계 생활을 해 왔다는 점에서 팬들은 물론 대중도 우호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지금은 박 씨 팬들조차도 지지를 철회하는 지경이 됐다. 온라인에서는 미국 코미디 배우 빌 코스비의 성폭행 사건이나 골프 스타 타이거 우즈의 불륜 파문 등과 유사하다며 온갖 억측과 설들이 나돈다. ‘화장실’ ‘유흥업소’ 등 자극적 요소들 때문에 박 씨를 향한 대중의 낙인이 더 선명하게 찍히는 분위기다. 결론이 어떻게 나든 박 씨는 재기가 어려운 지경으로 내몰리고 있다.

일본과 중국 매체들은 실시간으로 사건 소식을 전하고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박 씨에게 부정적 보도가 늘어나는 추세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연예인들 도덕성 또 도마에

연예계의 도덕적 해이를 질타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박 씨를 고소한 네 사람 모두 만남 장소로 유흥업소를 지목했고, 박 씨가 강남 유흥업소인 ‘텐카페’에 출입한 일이 일부 사실로 드러나면서 팬들조차 인간적 실망감을 느끼고 있다. 한 연예계 전문가는 “연예인들이 남들의 눈을 피해 엽기적인 짓을 저지른다는 인식을 갖게 할 상징적인 일로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씨 사건에 앞서 개그맨 유상무 씨가 최근 20대 여성을 성폭행하려 했다는 의혹에 휩싸여 경찰 조사를 받고 있고, 가수 고영욱도 미성년자들을 성폭행 및 강제 추행했다는 혐의로 실형을 사는 등 연예인 성추문 사건이 잇따랐다. 전문가들은 요즘 연예인들은 어린 나이에 기획사에 소속돼 연예계 진출을 위한 훈련을 받는 데 반해 인성 교육은 전혀 받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활동 초반에는 기획사의 엄격한 관리를 받지만 스타가 되고 나서는 ‘모든 게 가능하다’는 그릇된 사고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부산일보DB
부산일보DB

■수사 초점은 성폭행 강제성 여부

사안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자 서울 강남경찰서는 박유천 사건 전담팀을 구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 시점에서 주목되는 점은 첫 번째 고소 여성 A 씨가 성폭행당했다고 주장한 당시 속옷에서 남성 정액 양성 반응이 나왔다는 사실. 다른 구체적 증거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피해자들과 당시 술자리 동석자 등 참고인 조사를 진행한 뒤 가해자로 지목된 박 씨를 불러 조사를 하고, 박 씨에 대한 DNA 검사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DNA 검사 결과는 일주일 정도면 받아볼 수 있다.

성관계 여부도 중요하지만 쟁점은 강제성 여부에 있다. 특히 A 씨는 “강제성이 없었다”고 한 차례 고소를 취하한 바 있어 참고인 증언 등이 있어야 강제성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박 씨 측은 혐의가 인정되면 연예계를 은퇴하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20일 고소 여성들을 무고와 공갈 혐의로 고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영한 기자 kim01@

꽃중년, 열정과 도전으로 만들어진다

20160619000049_0

① 부경대학교 장영수 교수

젊게 살고 싶다면? ‘쪽팔린다’는 생각 버려야죠!

그를 처음 만난 건 1년 전의 봄이었다. 50대의 대학교수라고 들었는데, 첫 만남에 잠깐 눈을 의심했다. ‘군화 같은’ 신발에, 쫙 붙는 바지, 화려한 색상의 티셔츠와 재킷. 그리고 헤어젤을 발라 삐죽 세운 헤어스타일과 선크림을 바른 듯한 얼굴. ‘뭐 이런 교수가 다 있나.’ 속으로 내뱉었다. 그리고 이어진 1시간 동안의 대화. 학문에 대한 식견과 열정. 그에게 매료됐다.
1년이 지나 다시 그를 만났다. 여전히 매력적인, 그것도 치명적인 매력을 내뿜고 있다. 부경대 해양수산경영학과 장영수 교수. 우리 나이로 53세다. 물론 호적상 나이가 그렇다는 거다. 아주 젊어 보인다. 패션, 몸매, 얼굴 피부를 고려하면 ‘생물학적’ 나이는 암만 많이 쳐도 40대 중반이다. 그는 사실 40대 중반이라는 말도 좋아하지 않을 것 같다. 대학생인 아들들과 함께 다니면 형 같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고 자랑한다.

 

 

신세대 꽃중년, 아재 파탈의 전형을 보여 주는 이가 바로 장 교수다. 트렌디한 패션 감각, 운동·식사량 조절 등 철저한 자기관리, 젊은 마인드. 웬만한 20~30대보다 훨씬 낫다.

20160619000051_0

그의 젊은 감각은 어릴 때부터 단련돼 왔다. 신사였던 부친의 영향이었다. 부친의 말씀은 ‘항상 깨끗하게 입고 다녀라’였다. 그리고 그의 일본 유학 시절. 자유로운 사상과 패션 감각을 가진 일본 문화를 접하면서 패션에 눈을 떴단다.

 

장 교수의 패션 감각은 많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1995년 부경대 교수로 발령 받고 첫 강의 때 청바지를 입고 강의했다. 더 나아갔다. 반바지를 입고 강의하기도 했다. 급기야 학장이 불렀다. ‘교수가 옷차림이 그게 뭐냐. 회색이나 검은색 정장을 입어라. 그리고 동그란 안경도 벗고, 교수다운 안경을 써라’는 게 학장의 주문이었다.

“힘없는 조교수 시절이라 당장 옷 사러 갔죠. 하하.” 지난날을 회상하는 그의 얼굴에는 그래도 그 시절의 ‘객기’를 자랑스러워하는 표정이 선했다. 물론 지금은 힘 있는(?) 정교수가 되었지만 반바지는 입지 않는다.

 

그가 생각하는 패션은 ‘열정’이다. 또 ‘젊음’이다. “젊어지려면 패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패션에 관심을 가지면, 자연스럽게 젊음을 유지하려는 모든 노력을 하게 된다. 생각도 당연히 젊어진다. 패션에 관심이 없는 순간, ‘아저씨’가 된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의 열정은 일상생활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오전 6시에 일어나 영어공부를 하고, 이어 신문 2~3개를 읽는다. 학교에 가서는 강의와 강의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고, 저녁 약속이 없는 날에는 운동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한시도 허투루 쓰지 않는다. 장 교수의 패션은, 열정은, 젊음은, 그의 학문적 성과로도 나타나고 있다.

젊음을 유지하는 그만의 비결을 물었다. 15년째 헬스클럽을 빠지지 않고 간다. 과하게 먹지 않고, 샐러드를 많이 먹는다. 스킨, 로션 등 화장품을 피부톤에 맞게 신중하게 고른다. 마스크팩을 자주 하고, 외출 시에는 선크림을 바른다. 패션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중년남성을 위한 패션 잡지를 읽는다. 젊은 세대와 자주 어울리고, 젊은 층이 좋아하는 음식을 먹는다. 참, 부지런한 사람이다.

 

20160619000053_0

장 교수는 주위로부터 ‘교수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다. 교수가 가지는 고리타분하고 보수적인 이미지가 싫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도 교수다. 정말 ‘교수다운’ 멘트를 했다. “젊어지려면 ‘쪽팔린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생각을 바꿔라. 손가락질을 받을 일이 아니고, 칭찬을 받을 일이다. ‘나이가 들었는데, 뭐 저래? 나잇값을 해야지’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나이가 들면, 나잇값을 해야 하는 사회는 개성이 없다. 사회가 성숙하려면 다양성이 있어야 한다. “앞으로도 계속 ‘깔롱거리는’ 교수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죠. 철들지 않는 중년이 되고 싶어요.” ‘아재 파탈’ 장 교수의 매력은 계속된다. 최세헌 기자 cornie@busan.com

 

 

②누네빛안과 박효순 원장

의사가 연예인 같다고? 패션은 신뢰이자 의무 같은 것!

20160619000050_0

“무슨 의사가 연예인 같냐?” 동행한 50대 사진 기자의 푸념(?)이다. 파란색 계열의 정장, 강렬한 빨간색 넥타이. 사진 찍는 포즈를 보고 있자니, 한마디로 눈부셨다. 연예인 못지않은 모습에 부러웠다. 부러우면 지는 건데, 사실 처음부터 지고 들어갔다.

 

누네빛안과 박효순 원장. 52세다. 그의 ‘아재 파탈’의 매력은 단정함이다. 역설적이게도 ‘착한 옴파탈’이다. 박 원장 자신은 모범생이 아니라고 계속 항변하지만, 기자가 보기에는 전형적인 ‘FM(표준)’이다.

 

그가 말하는 패션 철학은 신뢰이고, 의무다. 의사라는 직업인으로서 환자에게 신뢰를 보여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깨끗하고, 젊게 보여야 한다. 지저분하고, 나이 들어 힘이 없는 듯한 의사를 좋아할 환자는 없을 테니까.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한 방법이다. 일하는 장소에서 그의 패션은 신뢰다.

20160619000052_0

집에서 그의 패션은 의무다. 가족에 대한 의무. 산뜻하면서도 맵시 있게 입는 캐주얼 복장은 멋진 아빠이자 남편으로 보이기 위함이다(그의 아내는 한국 쇼트트랙계의 살아있는 전설 전이경 씨다).

 

그는 아직 중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기 최면을 걸고 있다. 나이를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늙어 보인다는 말이 그렇게 싫단다. 왜? 아직까지 가야할 길이 멀다는 답이 돌아왔다. 일이든 가정이든. “노인성 질환이 많은 안과의 특성상 어르신 환자가 자주 찾습니다. 할머니 환자가 ‘또 봅시다’ 하고 가셨어요. 그분이 다시 오셨을 때 저의 늙은 모습을 보면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며 슬퍼하시지 않겠어요?” 그렇게 그는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애쓴다.

 

의사라고 해서, 명품 옷으로 패션 감각을 뽐낸다고 생각하는 건 오해다. 그는 주로 아웃렛 매장을 찾아 저렴한 옷을 구입한다. 패션에는 가격이 중요하지 않다고 여긴다. 가격보다는 단정함으로 신사의 품격을 중시한다.

 

대신 그는 건강하게 보이기 위해 노력한다. 남자는 화장을 하지 않기 때문에 바로 얼굴과 몸으로 나이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피곤하게 보인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잠도 푹 자고, 항상 웃는다. 비타민C는 꼭 챙겨 먹고, 요즘은 블루베리도 잊지 않는다. 담배는 오래전에 끊었고, 술보다는 차를 마신다. 두피 마사지도, 가끔 피부 시술도 받는다. 헬스, 수영 등 운동으로 다져진 탄탄한 몸매는 또한 그의 자랑이다.

 

“올해 초 병원 직원들과 약속을 했어요. 1년에 하나씩 약속을 정해서 실천을 하자고요. 저의 올해 목표는 허리 사이즈를 1인치 줄이는 거예요. 현재 32인치인데, 31인치로 줄인다고 직원들에게 말했어요.” 아, 욕심도 참 많다.

 

자상하고 차분한 성격. 목소리의 톤은 낮다. 외모는 ‘시크’한데, 아주 친절하다. 슬픈 영화를 볼 때면 아직도 자주 운다는, 여전히 소년의 감성을 품고 있는 그다.

20160619000054_0

패션은 유쾌한 도전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변신도 꾀해 볼 생각이란다. “넥타이도 노란색으로 해 보고, 의사 가운도 전형적인 틀에서 벗어나 ‘차이나 칼라’로 해 보고 싶어요. 환자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주기 위한 방법이죠.”

 

박 원장은 “인생에서 많은 도전을 하고 싶어요. 사실, 패션의 변화는 제가 아직 젊다는 걸 일깨워주고, 자신감을 심어주죠. 젊다는 생각이 들면 무엇이든 도전할 수 있는 힘을 주잖아요. 그래서 ‘젊은 패션’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앞으로는 지금보다 더 과감한 패션을 보여 줄 겁니다. 계속해서 유쾌한 도전을 이어갈 겁니다”라고 덧붙였다.

 

중후한 멋보다는 20대의 젊은 스타일이 되도록 노력한다. 하지만 그는 누가 뭐래도 반듯한 남자다. 찢어진 청바지는 입을 수 없을 것 같지만, 또 다른 ‘아재 파탈’의 모습을 보여 준다.

 

최세헌 기자 / 사진=강원태 기자 wkang@

‘그것은 여성혐오다!’ 말하는 용기가 큰 변화를…

‘강남역 살인사건’이 우리 사회에 던진 최대의 화두 ‘여성혐오’. 한국 사회에 여성혐오는 과연 실재하는지, 그렇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논의하는 장(場)이 부산에 마련됐다.

18일 부산 서구 동아대학교에서 열린 '여성혐오, 어떻게 보고 대응할 것인가' 강연에서 강연자인 손희정 연구원이 대중문화에서 볼 수 있는 여성혐오의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이혜미 기자 fact@
18일 부산 서구 동아대학교에서 열린 ‘여성혐오, 어떻게 보고 대응할 것인가’ 강연에서 강연자인 손희정 연구원이 대중문화에서 볼 수 있는 여성혐오의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이혜미 기자 fact@

 

18일 오후 4시, ‘여성혐오, 어떻게 보고 대응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강연이 부산 서구 동아대 부민캠퍼스에서 열렸다. 강연자인 여성문화이론연구소의 손희정 연구원이 연단에 올랐다.

강연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작은 강의실은 40명은 족히 넘는 인원으로 북적거렸다. 대부분은 여성이었지만, 네 명 걸러 한 명 꼴로 남성도 찾을 수 있었다. 여성혐오에 대한 고민이 당사자인 여성뿐만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남성들에게도 중요한 이슈가 되었음을 엿볼 수 있었다.

강연은 발랄하고도 즐거운 방식으로 진행됐다. ‘혐오’는 딱딱하고 무거운 이슈라는 고정관념을 불식시키며 손 연구원은 일상생활과 대중문화 콘텐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성혐오의 예를 들며 논의를 이어 나갔다. 연단 앞 스크린에 여성혐오적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개그맨 장동민의 얼굴이 커다랗게 등장하자 강연을 듣던 이들도 한바탕 웃음을 터트렸다.

부산일보DB
부산일보DB

손 연구원은 “강남역 살인사건은 지금까지 사회에 작동하던 여성혐오 작동원리가 잠시 멈추고, 여성들이 ‘더는 나의 잘못이 아니다’라는 것을 자각하기 시작한 터닝포인트”라고 규정했다. 연원이 오래된 가부장제로부터 최근 된장녀, 김치녀 따위로 이어진 여성혐오 문화에 여성들이 자각하고 발언하기 시작했다는 것.

뿌리 깊은 여성혐오 문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많은 해결 방안이 있겠지만, 손 연구원은 무엇보다 여성혐오적 행위에 대해 “그것은 여성혐오다!”라고 발언하는 것을 처방으로 내놓았다. 정확하게 행위를 지적해 상대방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큰 용기를 낸 것이며,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끈다는 뜻에서다. 객석에서는 의외로 단순한 해결법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부산에서 여성혐오에 대한 강연이 열린다는 소식을 들은 김지예(24·여) 씨는 한 살 터울의 여동생과 함께 강연을 들었다. 김 씨는 “가부장적인 문화가 여전히 많이 남아있는 부산에서 여성으로 태어나고 자라면서 많은 성차별을 경험해왔다”며 “여성혐오의 기제와 역사, 대응하는 운동에 대해 배우고 싶어서 강연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부산일보DB
부산일보DB

 

남성 참가자인 배성민(31) 씨는 처음엔 여성들의 일상적인 공포에 공감하지 못 했다. 하지만 강남역 사건 이후로도 동래구의 한 길가에서 여성이 묻지마 폭행을 당하는 것을 보고,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게 됐다. 배 씨는 “일련의 사건을 보고 이 사회가 여성들이 살기에 안전하지 않은 불평등한 사회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남성들도 사회를 바꾸는 움직임에 동참해 ‘함께 잘살았으면’ 한다”고 강연장으로 오게 된 동기를 밝혔다.

이번 행사는 지난달 서울의 한 번화가 화장실에서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대상으로 발생한 ‘강남역 살인사건’을 추모하고, 우리 사회의 여성혐오를 고민하는 ‘5.17 여성혐오 대응 부산모임’의 주최로 열렸다. 지난 2일 부산 동래역에서 “성폭행은 옷차림과 무관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남성들도 치마를 입고 걸었던 ‘그림자 행진’도 이들의 퍼포먼스였다.

강남역 살인 사건은 경찰 수사 결과 ‘조현증 환자에 의한 묻지마 살인 사건’으로 매듭지어졌다. 하지만 범행 직후 피의자가 “여자들이 평소에 무시했다”고 발언을 한 점과 여성이 화장실에 들어올 때까지 기다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는 특정 성별만을 대상으로 한 ‘여성혐오 범죄’라는 문제의식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주최 측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일어난 뒤 단순히 추모를 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의제에 대해 대응하자는 차원에서 강연을 마련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여성혐오적 행위에 적극적으로 행동하겠다”고 말했다.

이혜미 기자 fact@

“업무 마비” 볼멘 롯데

 

檢 칼날에 부산롯데 애간장

 

 검찰 수사에 호텔롯데 상장 연기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호텔롯데가 13일 금융위원회에 상장 철회 신고서를 제출하고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밝혔다.     롯데 그룹과 오너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상장 일정이 연기된 것이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2016.6.13     hama@yna.co.kr/2016-06-13 17:07:58/
(서울=연합뉴스) 

부산 지역 롯데 계열사들이 14일 검찰의 추가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는 소식에 한때 ‘패닉’에 빠졌다.

이 소식에 부산롯데호텔과 백화점 부산본점 직원들은 “부산 계열사까지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는 것이냐”며 초긴장 모드에 돌입했다.

 

부산롯데호텔·백화점 등
압수수색 소문은 해프닝

日 주주 이윤 극대화 논란
검찰 수사 대상으로 언급돼

 

호텔 측은 내부 CCTV를 총가동하고, 각 층과 엘리베이터에 직원을 추가로 배치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수도권 이외 백화점을 총괄하는 영업 2본부가 위치한 롯데백화점 부산본점도 임직원 대다수가 사무실에 대기하며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다. 언론사 취재진 10여 명도 이날 호텔 정문 앞에 진을 치며 취재 경쟁에 돌입했다.

 

그러나 오후 들어 검찰이 부산 쪽은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확인하면서 이날의 혼란은 해프닝으로 막을 내렸다. 부산 롯데 관계자는 “오전에 본사에서 부산 계열사도 포함된 것 같다고 전해왔다”고 말했다. 롯데 측이 검찰 동향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와전된 내용이 확대되면서 빚어진 촌극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부산롯데호텔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자꾸 언급되는 배경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핵심은 부산롯데호텔이 2014년 매입한 호텔롯데의 지분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롯데그룹이 2013년 롯데제주·부여 리조트를 헐값에 인수토록 하는 등 여러 계열사 자산을 상장을 앞둔 호텔롯데 쪽에 집중시킨 정황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배임 의혹이 제기된 이런 조치가 이 회사의 지분 99% 이상을 보유한 롯데홀딩스, 광윤사 등 일본 대주주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부산롯데호텔 역시 롯데홀딩스 등 일본 대주주들이 99% 이상 지분을 보유해 ‘국부 유출’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점도 검찰의 주목 대상에 떠오른 또 하나의 이유로 지목된다.

부산롯데호텔은 호텔롯데 외에도 롯데캐피탈 11.4%, 롯데리아 11.2%, 롯데렌탈 10.8%, 롯데손해보험 5.4% 등 10여 개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 호텔롯데와 함께 제2의 지주사 역할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부산롯데호텔은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빈 회장,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등 신 회장 일가가 여전히 이사로 등재돼 있고, 송용덕 호텔롯데 사장은 2012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부산롯데호텔 사장을 지냈다.

전창훈·최혜규 기자 jch@

 

 

“업무 마비” 볼멘 롯데

 

 롯데그룹 위기      (서울=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재계 5위의 롯데그룹이 사정당국의 강도 높은 비자금 수사로 창사 70여년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12일 서울 소공동 롯데그룹 본사 등에 등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2016.6.12     leesh@yna.co.kr/2016-06-12 14:46:27/ (서울=연합뉴스)

 

검찰의 강도 높은 압수수색을 당한 롯데그룹 정책본부에서 업무가 마비됐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다. 검찰이 이처럼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이 잡듯이 회사를 뒤진다면 ‘먼지 안 날’ 기업이 있겠느냐는 것이다.

14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그룹의 경영관리 전반을 담당하는 정책본부는 압수수색을 당한 지 나흘이 지난 지금까지 정상적인 업무를 보지 못하고 있다.

검찰이 방대한 분량의 문서와 컴퓨터 하드디스크는 물론 일부 임직원의 휴대전화까지 압수해 가는 바람에 간단한 문서 작업 외에는 본격적인 일 처리를 하기 어렵다는 것. 그룹 관계자는 “해외 사업과 관련된 사안 가운데 확인할 것이 있어 관련 부서에 요청했는데 담당자가 기억에 의존해 답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통상 압수 자료를 백업한 뒤 하드디스크와 문서 등을 돌려주지만, 압수물의 양이 워낙 많아서 이를 되돌려받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14일 검찰이 주요 계열사에 대한 2차 압수수색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들리자 지나친 ‘백화점식 수사’라는 불평이 흘러나왔다.

롯데 계열사 관계자는 “검찰이 기업의 경영활동은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표시했다.

이주환 기자 jhwan@

5분 빨리 가려고 안전 포기?

 

20160614000301_0

“5분 먼저 가려다 50년 먼저 간다.”

사고 위험이 높은 도로에 붙어있는 이 구호는 동남권 신공항 입지가 밀양으로 결정 날 경우 그대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대구·경북(TK)지역은 공항 입지의 가장 중요한 안전성과 직결된 ‘고정장애물’을 무시한 채 오로지 영남지역 등거리 접근성만 주장하고 있다. 과연 접근성은 밀양이 가덕도보다 그토록 뛰어난 것일까.

수요중심지까지 거리 분석
‘밀양 접근성’ 설득력 떨어져

■항공수요 배제한 등거리 접근성?

공항에 대한 접근성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적용하고 있는 ‘수요중심지와 이용객 개념’을 도입해 산정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다. 수요도 없는 내륙에 공항을 지었다가 이용객이 없어 국고를 낭비하는 시행착오를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부산발전연구원은 ICAO 기준에 따라 인구밀도와 공항이용 분포비율, 통행수단별 평균 통행시간 분석 등을 통해 영남권 5개 지역의 수요중심지를 산출했다. 그 결과 부산지역 14개 구와 대구 6개 구, 울산 3개 구, 경남 창원시 1개 구 등 모두 24곳의 항공수요 중심지가 도출됐다. 이 24곳에서 가덕도 후보지와 밀양 후보지까지의 평균직선거리를 계산하자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가덕도 후보지까지의 거리가 49.77㎞, 밀양 후보지까지의 거리가 44.17㎞로 나타났다. 두 후보지의 거리 차이는 불과 5.6㎞에 불과했다.

현재 추진 중이거나 공항 조성과 함께 추가로 건설될 도로와 철도 등을 고려하면 가덕도 접근성은 현저히 향상되지만 이를 제외하고 현 상태를 놓고만 분석한 접근성이 이렇다. 밀양의 등거리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주장은 결국 설득력이 떨어지는 주장인 셈이다.

 

■국내 이용객 사망 대부분 산악충돌

 

5분 먼저 가기 위해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은 밀양을 공항 입지로 선택할 경우 참담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내 이용객의 피해가 컸던 항공기 사고의 대부분이 산악충돌 사고였기 때문이다.

국내 이용객 피해가 가장 컸던 항공기 사고는 1997년 괌에서 발생한 대한항공 항공기 추락사고다. 당시 항공기는 괌의 니미치힐이라는 산악에 랜딩기어가 충돌하면서 추락해 한국인 193명이 사망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다음으로는 2002년 발생한 중국민항기 김해 돗대산 추락사고. 111명의 한국인 승객이 목숨을 잃었다. 1993년에는 아시아나항공 국내선 항공기가 목포공항 인근 운거산에 충돌해 68명의 승객이 희생됐다.

가덕도신공항추진범시민운동본부 김희로 공동대표는 “고정장애물 평가항목을 제외하고 평면적인 등거리 접근성을 더 중시하는 입지 선정이 이뤄진다면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라며 “접근성 5분이 인생 50년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이상윤·이자영 기자 nurumi@







[가덕 신공항이 답이다] 신공항, 밀양에 가면 안전·수익 다 놓친다

 

항공 전문가들과 항공업계는 밀양에 신공항이 유치될 경우 안전성과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는 공항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기존의 한계를 보완하고 대체하기 위해 짓는 공항이 ‘애물단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아 정부 용역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밀양되면 김해공항 폐쇄 불가피

 

만약 신공항 입지로 밀양이 결정될 경우 향후 동남권 공항 운영 시나리오는 세 가지다. △김해공항 폐쇄 △국내선(김해)·국제선(밀양) 분리 △김해·밀양공항 ‘각자 도생안’ 등이다.

 

‘밀양 유치’ 시나리오에
전문가·항공업계 우려감

산악지형·소음 ‘한계’ 많아
김해 ‘쌍둥이 공항’ 짓는 꼴
항공사 “같은 조건이면 김해”

밀양, 죽은 공항 전락할 수도

 

우선 밀양에 신공항이 지어질 경우 김해공항 폐쇄를 전제조건으로 할 가능성이 높다. 당장은 김해공항을 존치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밀양으로 흡수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한국항공정책연구소 허종 고문은 “밀양에 공항이 들어서는 논리 자체가 하나의 통합된 공항이 필요하다는 주장인데 김해공항이 살아남기는 힘들 것”이라며 “밀양공항을 잘 되게 하기 위해서라도 김해공항을 없애려고 하는 것이 밀양공항 건설 확정 후 이어지는 정책 결정의 흐름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20160614000299_0

 

일각에서 제기되는 밀양공항이 건설됐을 때 김해공항과 공존할 수 있다는 가설은 항공의 운영 논리를 전혀 모르는 억측이라고 전문가들은 꼬집었다. 두 개의 내륙공항을 인접 지역에서 같이 운영하는 해외 사례를 찾을 수 없을 뿐더러 수익을 최우선하는 항공사들이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도 이어졌다.

B 항공사 고위 관계자는 “한 지역에서 두 개의 공항이 공존하기 위해서는 보완재 성격의 공항이 되어야 한다”며 “김포, 인천과 같이 최소한 공항 운영의 기능에서라도 분리가 돼야 하는데 밀양, 김해는 모두 산악 지형에 장거리 노선이 안 될 텐데 무슨 기준으로 분리를 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가 김해공항 폐쇄를 밀어붙일 수 있느냐는 점이다. 당장 부산시민들의 격렬한 저항이 예상되는데다 국내선 노선의 수익성이 김해보다 훨씬 떨어져 공항 안착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밀양 신공항 수요 창출은 오산

 

부산시민의 저항, 김해공항의 기존 수요 등을 고려해 김해공항과 밀양공항을 각각 국내, 국제선으로 나눠 운영하는 대안도 있지만 이는 동남권 항공 시장의 동반 몰락을 초래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밀양에 공항을 짓게 되면 산악지형으로 인해 대형기 이륙의 어려움, 중·장거리 노선 이착륙 안전성 문제 등이 발생해 노선 확보가 어렵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 사이에서는 김해공항의 한계를 그대로 떠안은 ‘쌍둥이 공항’을  하나 더 짓는 꼴이라는 조소도 나왔다.

 

부산의 한 대학 항공공학과 교수는 “김해공항의 한계를 넘고자 신공항을 짓는 건데 24시간 운항도 안 되고, 대형기 이착륙도 안 되는 밀양공항에 국제선을 맡기는 투 트랙 방안은 어불성설”이라며 “김해공항의 한계를 그대로 가진 밀양공항을 짓는다는 발상 자체가 정치 논리 아니면 나올 수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하나의 시나리오로 언급되는 김해, 밀양공항 모두 국내, 국제선을 운영한다는 ‘각자 도생안’에 대해 항공업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방안”이라고 잘라 말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만약 그렇게 한다면 그것은 국토교통부의 갑질”이고 “그야말로 밀양공항은 죽은 공항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A 항공사의 고위직 임원은 “항공사 입장에서 똑같은 조건을 가진 산악지형 공항에서 김해와 밀양 중 선택하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많이 착륙해보고 확실한 수요가 있는 김해를 선택할 것”이라며 “비행기 수급, 고객 수요 분포 등으로 볼 때 밀양공항은 1년 안에 빈 비행기가 뜰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종 고문은 “광주공항의 증가하는 수요를 보완하기 위해 10여 년 전 무안공항을 지었는데 아무도 이용하지 않는다”며 “밀양 신공항이 생길 경우의 3가지 시나리오에서 고려해야 할 것은 항공 수요가 단순히 공항을 짓는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고 강조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3인 3색 청춘 모여 “사람 냄새 나는 세상 만들어 보자”

 

20160612000076_0

부산의 대학원 졸업생, 광주에서 온 편집 디자이너, 부산의 대학생이 구성원이다. ‘청춘연소'(https://www.facebook.com/amazingyouth7) 얘기다. 최정원(28) ‘청춘연구소’ 대표는 “주위를 둘러봤을 때 청춘처럼 살아가는 청년이 거의 없다“며 “어떻게 하면 청년이 청춘답게 살아갈 수 있을까 연구해보자는 의미에서 ‘청춘연구소’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꼭 청년 한정은 아니다. 중장년과 노년이 어떻게 하면 청춘처럼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고민도 담았다고 한다. 개성이 뚜렷한 3명이 만나 ‘청춘연구소’를 청년답게 꾸려가는 중이다.

 

■같은 듯 다른 우리, ‘청춘연구소’

 

‘청춘연구소’의 출발은 2014년 3월이다. 6명이 의기투합해서 만들었는데 원년 구성원 중에선 최정원 대표만 남았다. 고민 끝에 나머지 사람은 각자의 길을 가기로 했고, 대신 뜻이 맞는 새 멤버 2명이 들어왔다. 최 대표는 “하고 싶은 일을 찾다 보니까 생각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일단 저질러놓고 보았다”며 “지난 2년 동안 ‘청춘연구소’라는 이름으로 문화 기획부터 시작해 홀몸 어르신 돕기, 가을독서문화축제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고 말했다.

 

평생교육학 석사 최정원 대표
편집 디자이너인 임성은 홍보팀장
촬영·홍보 맡은 대학생 이예진 씨
토크 콘서트·’청춘기획단’ 교육

부산으로 청년들 몰려올 수 있게
성공한 청년단체 사례가 되고 싶어

 

최 대표는 대학에서 행정학과 평생교육학을 전공하고 평생교육학으로 대학원을 졸업했다. 지난해까지는 동의대 인문대학 부설 인문사회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일하면서 ‘평생교육’에 눈을 떴고 ‘청춘연구소’가 청춘에, 은 청춘처럼 살고 싶은 사람에게 끊임없이 배움을 제공할 수 있는 장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임성은(27) 홍보팀장은 전남 해남 출신으로 광주에서 조각설치미디어 전공으로 대학을 졸업했다. 이후 편집 디자이너로 5년쯤 회사에 다녔지만 항상 ‘어떤 일을 하고 살면 좋을까?’ 같은 의문을 품었다. 임 팀장은 “광주에서 문화 활성화 사업단 일을 한 적이 있었는데 꿈을 찾아 일하는 청년들을 보면서 많이 부러웠다”며 “지난해 5·18 기념 프로그램에서 최 대표를 만나 뜻이 맞았고, 아예 직장을 때려치우고 부산에 왔다”며 웃었다.

 

연구소의 막내이자 영상디자이너인 이예진(21) 영상팀장은 현재 대학에 다니면서 일을 병행하고 있다. 대학에선 디지털콘텐츠공학을 전공하고, 영상 촬영과 홍보를 맡고 있다.

 

이 씨는 “지난해 가을독서문화축제 영상팀으로 일하면서 ‘청춘연구소’와 인연이 생겼다”면서 “예전엔 취직을 생각했지만, 지금은 이 일에 전념해도 괜찮겠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전했다.



20160612000077_0

■왜 ‘청춘연구소’인가

 

‘청춘연구소’ 3인은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 ‘우리 또래는 쉴 새 없이 교육을 받고 있는데, 막상 무엇을 하면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는 점이다. 혼자만의 생각인 줄 알았는데 주변 청년과 대화를 해보니 대부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탄생한 첫 프로그램이 청년이 고민과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대화가 필요해’다. 마치 셋방 놓는 전단을 붙이듯 부산 지역 대학 캠퍼스를 돌아다니며 모집 홍보지를 붙였다.

 

막무가내 식 모집이었지만 뜻밖에 많은 청년이 모여들었다. 비밀서약서를 쓰고 진솔한 대화가 오갔다. 50회 이상 진행했다. 최 대표는 “역시 청년의 대표적인 고민은 꿈이 없거나, 현실 앞에서 꿈을 위해 사는 게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더라“며 “실제로 대학에 갔더니 교수님들이 ‘토익 공부부터 해라. 토익 점수를 만들어놓고 학과 공부를 해도 늦지 않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던 일이 떠올랐다”고 전했다.

 

지난해 말 매주 목요일 진행됐던 ‘토닥토닥 수고했어 오늘도(토수오)’ 프로그램에서도 청년들이 비슷한 고민을 털어놨다. ‘토수오’는 ‘청춘연구소’뿐만 아니라 부산 청년 문화기획자들이 ‘프로젝트 THE 놀다’를 결성해 만든 토크 콘서트다. 15회 동안 300명이 넘는 청년이 참가했다.

 

이외에도 ‘청춘연구소’는 위안부 할머니 돕기 프로젝트, 홀몸 어르신의 버킷 리스트를 함께해주는 ‘하루를 선물해드립니다’, ‘문화기획학교 청춘기획단’을 비롯해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특히 ‘문화기획학교 청춘기획단’의 경우 지난달 부산 송정해수욕장에서 1기 수료식을 했다. 현재 2기 수강생을 모집 중이고, 앞으로 5기까지 탄생하면 회원 축제를 할 생각이다.

 

20160612000078_0

■부산 청년이 잘됐으면

 

‘토수오’를 하면서 ‘청춘연구소’는 느낀 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임 팀장은 “대학생뿐만 아니라 새내기 직장인, 고등학생까지 찾아와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놨다”며 “내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그만한 공간이 없지 않나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6번 진행한 ‘비정상파티’에는 부산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청년까지 몰렸다. 하고 싶은 일을 꿈꾸는데 ‘비정상’ 취급을 받는 청년들과 모여 네트워킹하는 파티였다.

이런 일련의 행사를 진행하면서 ‘청춘연구소’는 결국 부산 청년이 잘돼야 한다는 생각을 공유했다. 최 대표는 “서울로 떠나서 공부하고 일하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고 남아있는 부산토박이로서 ‘청춘연구소’가 부산으로 청년들이 몰려올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른 멤버들도 비슷하게 생각한다. 임 팀장은 “‘청춘연구소’가 실질적으로 성공한 청년단체의 사례가 됐으면 좋겠다”며 “하고 싶은 걸 해도 성공할 수 있다고 많은 청년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전했다. 이 팀장 역시 “셋의 꿈은 조금씩 다를지 몰라도 ‘사람 냄새 나는 세상을 기획하자’는 ‘청춘연구소’의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며 “올해는 ‘문화기획학교 청춘기획단’을 비롯한 여러 활동을 통해 수익 모델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할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20160612000079_0

부산 청년과 부산 청년 단체가 살아남을 수 있게 응원하는 일, 그것이 청춘을 대하는 어른들의 자세가 아닐까.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문학으로 채운 집, 감성의 바다에 빠져 볼까

풋풋하고 순수했던 문학 소년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문학관 산책. 초여름 따가운 햇볕 아래 마음의 쉼터를 찾아가는 발걸음은 가볍다. 솔 내음보다 진하게 다가오는 문학의 향기를 따라 작가들이 살다간 흔적을 되짚어 보는 일정. 이번 주말에는 부산·울산·경남지역 문학관을 찾아가 감성의 바다에 빠져 보는 것은 어떨까.

추리문학관
창작교실 등 문화 행사 다양

오영수문학관
관람객 낭송 체험공간 이색

요산문학관
작가의 시대정신 새록새록

이주홍문학관
직접 삽화 그린 잡지도 전시

■추리문학관

추리문학관
추리문학관

미스터리 세계로의 초대. 추리소설 작가 김성종이 1992년 3월에 문을 연 사설 문학관이다. 푸른 해운대를 향해 열린 추리문학관 2층 세미나실에서는 매주 목요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김성종 작가가 직접 강의하는 추리 문학 창작 교실이 개최된다. 매월 첫째·셋째 수요일 오후 7시에는 독서클럽이 모임을 갖는다. 가끔 돌아오는 다섯째 수요일 오후 7시에는 영화감상회가 개최된다. 1층 북카페에서는 문학관을 찾는 모든 사람에게 차와 커피를 대접한다. 하지만 문학관 입장료가 5천 원(학생은 4천 원)이라 북카페에서 마신 찻값으로 입장료를 대신한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3층 열람실로 올라가면 무려 4만 7천 권에 달하는 각종 문학 도서가 비치되어 있다. 김성종 작가가 이곳을 ‘추리문학 전문도서관’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4층 집필실과 5층 서재는 김성종 작가가 창작 활동을 하는 공간이다.

교통편:도시철도 2호선 장산역에 내려서 마을버스 2, 7, 10번으로 갈아타면 된다.

관람 시간:오전 9시~오후 6시(설, 추석, 1월 1일 외에는 항상 개관).

부산 해운대구 달맞이길 117번 나길 111.

051-743-0480.

문학으로 채운 집, 감성의 바다에 빠져 볼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