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혐오하고 계십니까?

①지금, 혐오(嫌惡 : 미워하고 싫어함)하고 계십니까?

 

“여성 혐오? 내가 얼마나 여자를 좋아하는데. 여성 혐오라니?”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산입니다. 여자를 좋아하는 것과 여성 혐오는 관련이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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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요즘 같은 여성 상위 시대가 어디 있어? 지하철에 여성 전용칸이 생긴 것만 봐도 오히려 남성 혐오 시대 아니야?”라고 말하는 당신, 여성 혐오를 하셨네요.

‘여성 혐오가 어쨌다구?'(2015, 현실문화)라는 책에서 여성학자 정희진 씨는 “자본과 노동이 같은 대우를 받지 않듯, 인종 차별이 백인에 대한 차별을 의미하지 않듯 여성 혐오와 남성 혐오는 반대말이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강남역 10번 출구 살인 사건은 조현병을 앓고 있는 정신병 환자의 ‘묻지마 살인’이냐고요? ‘묻지마 살인’이라면 앞서 화장실을 찾은 7명의 남자를 그냥 돌려보내지 않았겠죠. 피의자는 가장 만만한 스물셋 여성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그래서 수많은 여성은 이 사건을 여성혐오로 인한 여성 살해(femicide·페미사이드)로 받아들입니다. “나는 우연히 살아남았습니다.” 사람들은 이 때문에 강남역, 부산 서면, 대구 동성로 등지에 자발적으로 모여 포스트잇을 붙이고 추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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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여성 혐오는 한국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지난 16일 영국의 EU 탈퇴 반대파인 조 콕스 의원이 총격을 당하고 또 수차례 흉기에 찔렸습니다. 미국 신생 매체 복스(vox.com)는 이 사건에 힘 있는 자리에서 일하는 여성에 대한 혐오가 깔려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콕스 의원이 숨지기 3개월 전부터 증오의 내용이 담긴 메일을 받는 등 살해 위협을 받았던 것이 그 예입니다. 같은 영국 노동당 소속 여성 의원인 제스 필립스 의원 역시 하룻밤 사이 트위터에서 600여 건의 강간 살해 위협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다른 방향으로도 한 번 생각해보죠. TV 드라마, 영화에서 사투리를 쓰는 캐릭터가 보통 어떤지 떠올려 보세요. 사회적 약자이거나 무식하거나, 혹은 가장 폭력적인 사람인 경우가 많지 않나요. 한국 영화에 묘사된 조직 폭력배는 십중팔구 경상도 아니면 전라도 사투리를 씁니다. 표준어를 쓰는 조폭은 찾기 어렵습니다. 일종의 지역 혐오입니다.

최근 수도권에서 영남의 가장 큰 이슈인 신공항에 대해 가지는 ‘지역에 왜 허브 공항이 필요한가’라는 논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를 두고 지역 혐오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성 소수자들은 어떤가요. 미국 올랜도 유명 게이 클럽에서 49명이 총격을 받아 숨지고 53명이 부상했습니다. 피의자 오마르 마틴(29)이 IS 추종자였다, 테러다, 성 소수자들을 증오해 일어난 증오 범죄다 등의 말이 많습니다. 그가 IS 대원이든 아니든 하고많은 장소 중 게이 클럽을 선택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전 세계 성 소수자들은 이를 명백한 성 소수자 증오 범죄로 규정하고 세계 곳곳에서 추모식을 거행했습니다. 지난 23일 부산에서도 성소수자 인권동아리가 남포동에서 올랜도 총기 난사 사건 추모제를 열었습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혐오(嫌惡)’를 검색해 봤습니다. ‘싫어하고 미워함’이라는 뜻입니다. 앞서 살펴봤던 혐오의 대상은 모두 우리 사회에서 약자로 여겨지는 집단입니다.

과연 우리에게 나와 다르거나 나보다 약하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혐오할 권리가 있는 걸까요? 지금 한국 사회에서 발생하는 혐오의 양상은 모두 약자를 대상으로, 싫어하고 미워함을 표출하는 데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입장 바꿔 생각해 보면 우리는 누구나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정희진 씨는 위의 책에 쓴 ‘언어가 성별을 만든다’라는 글에서 말했습니다.

“지구상에는 남성과 여성, 두 개의 성이 아니라 남성과 ‘그 밖의 성'(성 소수자, 아줌마, 가난한 남성, 노인, 제3세계 사람…)이 살고 있다.”

과연 나는 나 이외의 대상을 무의식적으로 혐오하고 있지는 않은지, 한번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② 여성 혐오,  젠더 폭력 더 이상 침묵은 없다

 

강남역 10번 출구 살인 사건을 계기로 부산에서도 여성 혐오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강연과 집담회가 연속으로 개최됐다. 한국 사회에 만연한 여성 혐오에 대해 더 지켜보지만은 않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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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강남역 사건 대응 부산 모임
‘당신의 그 행동은 여성 혐오’
문제 정확히 지적해야 ‘변화’
약자에 대한 공감이 필요해

■여성 혐오, 어떻게 보고 대응할 것인가?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손희정 연구원은 지난 18일 동아대에서 ‘여성혐오, 어떻게 보고 대응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강남역 살인 사건 이후 부산에서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5·17 여성 혐오 대응 부산 모임'(페이스북 ‘강남역 10번 출구 in 부산’)이 만든 자리였다.

부산 서면 추모제를 처음 제안하고 강연회를 기획한 서나래(24) 씨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람들이 일상에서 겪었던 차별과 폭력을 떠올리며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로 공감했다고 생각한다”며 “단순히 추모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여성 혐오에 대해 강력히 대응하자는 차원에서 강연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강연은 여성 혐오가 과연 무엇이냐는 데서 출발했다. 여성 혐오는 영어 미소지니(misogyny)의 번역으로, 가부장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모든 차별적 문화를 아우르는 개념이다. 하지만 여성 혐오라는 말로 번역됨으로써 여성 혐오에 대한 반대급부로 남성 혐오가 가능한 것처럼 갈등 구조가 불거졌다.

손 연구원은 이에 대해 “남성 혐오는 우리 사회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개별 여성이 다른 남성을 혐오하는 감정을 느낄 수는 있지만, 개인적 차원에서 그치기 때문에 여성 혐오처럼 사회적으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손 연구원은 강남역 살인 사건을 기점으로 여성을 대상으로 한 사건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강남역 사건 이전에는 가해자의 좌절과 고통에 관해 이야기하고 피해자의 행동에 관해 관심을 기울였다면, 강남역 사건을 계기로 여성이 ‘더는 나의 잘못이 아니다’고 자각하기 시작한 전환점이 됐다”고 진단했다. 이전에는 성폭력 사건이 일어나면 여성 스스로가 가해자를 비판하기보다 자신의 몸가짐을 돌아보곤 했다. 강남역 살인 사건 이후 여성들이 여성 혐오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이 메커니즘이 멈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부장 사회 아래서 뿌리 깊은 여성 혐오 문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손 연구원은 “여성 혐오적 행위에 대해 ‘그것은 여성 혐오다!’라고 말해야 한다”면서 “정확하게 행위를 지적해 상대방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손희정 연구원이 지난 18일 동아대에서 여성 혐오 대응 방안에 관해 강의하고 있다. 부산일보DB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손희정 연구원이 지난 18일 동아대에서 여성 혐오 대응 방안에 관해 강의하고 있다. 부산일보DB

 

■한국 사회 젠더 폭력의 현실

지난 21일 부산여성단체연합은 ‘한국 사회 젠더 폭력의 현실’이라는 주제로 젠더 폭력 집담회를 열었다. 유엔마약범죄사무국(UNODC)의 2008년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살인 사건 피해자 중 여성 비율이 51%로 G20 국가 중 1위이고, 강력범죄 피해자 중 여성 비율이 90.2%(경찰청, 2013)에 이를 정도로 여성의 안전이 취약하다.

부산대 김수진 법 여성학 강사는 “과연 누가 누구를 혐오할 권리가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면 답은 간단하다”면서 “다른 삶의 방식에 대해 함께 즐거워해 줄 수 없다면 적어도 아픔을 공감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여성 혐오라는 용어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자는 의견도 있었다. 부산대 오정진 법학과 교수는 “일반화할 수 없는 ‘여성’과 ‘혐오’라는 날 선 단어가 부당하게 결부됐다”며 “다른 성별을 가졌다는 이유로 범죄 표적이 됐다는 점에서 강남역 살인 사건은 젠더 권력 차이에서 비롯된 ‘젠더 폭력'”이라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또 어떤 범죄자도 아무나 범행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여자가 제일 만만해 보이기 때문에 화풀이 대상이 됐다”면서 “육체적인 능력의 차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거구의 힘센 여자가 있어도 여성 전체가 권력을 갖지 않는 한 언제나 여성은 가장 만만한 상대가 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측면에서 젠더 폭력을 살펴보는 시간이 있었다. 부산 여성의전화 배정애 사무국장은 “피해자가 너무 민감해서 혹은 바보 같아서가 아니라 가해자가 잘못해서 가정 폭력, 데이트 폭력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당당하게 말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의 변정희 부소장은 “가부장제 질서 아래서 여성은 보호할 가치가 있는 여성과 없는 여성이라는 이중적인 잣대로 나뉘어 왔다”며 “이 같은 이중적 잣대 탓에 성매매 여성은 자기 몸을 혐오하고 불안, 우울, 자살 충동을 겪기 쉽다”고 밝혔다.

패널로 참석한 대학생 김혜연 씨는 “강남역 살인 사건은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한 사건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 늘 있었던 사건인데 갑자기 소비되기 시작했다”면서 “결국 해결법은 여성, 성 소수자를 포함한 약자에 대한 공감에 있지 않겠느냐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영미·이혜미 기자 mia3@busan.com

 

③’페미니스트’ 박조건형 씨 “강남역 살인 사건은 명백한 여성 혐오”

 

정유회사 생산직 노동자, 드로잉 작가, 일상 기록가, 페미니스트…. 자신을 설명하는 많은 말 중 ‘일상 기록가’가 가장 마음에 든다는 박조건형(40·오른쪽 드로잉 자화상) 씨를 경남 양산에서 만났다.

 

부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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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기자와 만나기 전 자신이 읽었던 페미니즘에 관한 약 100권의 책 목록을 공유했다. 박조 씨는 “10년 전 페미니즘을 접하게 됐는데, 당신 존재 자체로 괜찮다는 페미니즘의 철학에 위로 받았다”며 “한때 남자가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했는데 지금은 남자도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나는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10년 전 부모 양쪽의 성(姓)을 다 넣어 개명했다. 다만 ‘남자 페미니스트’라서 주목 받는 일은 경계한다고 했다.

누구나 한 가지는 소수자 지위
내 문제로 인식해야 해법 나와

그는 “당사자가 할 수 있는 발언이 있지만,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할 수 있는 발언도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여성이 용기를 내서 힘겹게 한 발언에 대해 남성도 지지하고 발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강남역 10번 출구 살인 사건에 대해 명백한 여성 혐오 살인 사건이라고 봤다. 그는 “많은 남성이 이번 사건을 여성 대상의 여성 혐오 범죄라는 사실에 공감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언제나 여성의 문제는 사소한 것으로 치부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한 연예인의 성폭력 사건을 두고도 성매매 여성은 성폭력 피해자가 될 수 없다는 빈약한 논리를 보고 아연실색했다고 했다.

 

따라서 그는 “여성 혐오 문제에 있어 여성들의 목소리가 더 필요하고, 또 누군가가 어렵게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면 그 얘기를 경청하고 공감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며 “그런 분위기가 형성돼야 남성들이 여성 문제를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할 거라고 본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박조 씨는 “누구나 이 사회 안에서 한 가지 정도는 소수자의 지위에 있다”면서 “지방 사람과 서울 사람, 비정규직과 정규직, 비장애인과 장애인, 여성과 남성 등 때로는 가해자가 되고 때로는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7년간의 연애 끝에 오는 12월 소설가 김비 씨와 결혼을 앞두고 있다. 그는 김 씨를 ‘짝지’라고 불렀다. 지팡이를 뜻하는 ‘짝지’처럼 서로 지탱하면서 지낸다는 뜻에서다. 김 씨는 소설을 쓰는 작업을 꾸준히 하면서 최근 탈성매매한 여성을 대상으로 글쓰기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때로는 성 소수자 인권에 관한 강의를 하기도 한다.

박조 씨는 말했다. “일상 속에서 남녀 구별 없이 젠더 문제를 사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자신의 일상을 돌아보면 누구나 모멸, 폭력을 경험한 일이 있을 것이다. 결국 내 문제와 연결되었다고 생각하는 지점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조영미 기자

④성 소수자 혐오 “여성이면서 동성애자는 이중·삼중으로 고통 겪습니다”

 

미국 올랜도 총기 난사 사건에서 보듯 전 세계적으로 성 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만연해 있다. 한국에서는 지난달 11일 서울에서 ‘2016 한국 퀴어 퍼레이드’가 개최됐고, 지난 24일부터 열흘 일정으로 제8회 대구퀴어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그런데 이곳에는 성 소수자 혐오 단체가 찾아와 혐오 발언을 쏟아낸다.

2014년 부산대 성 소수자 인권동아리(QIP, Queer in PNU)로 출발해 부산 성소수자 인권 동아리로 탈바꿈을 준비 중인 QIP 사람들을 만나, 최근의 성 소수자 혐오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QIP 회원 4명과 익명을 전제로 대담을 진행했다.
 
성 소수자는 어디에나 있다
말하지 않고 드러내지 않을 뿐!

한국 사회의 성 소수자 혐오와 여성 혐오에 대해 대담하는 장면. 부산일보DB
한국 사회의 성 소수자 혐오와 여성 혐오에 대해 대담하는 장면. 부산일보DB

-QIP는 어떤 단체인가.

△꿩발바닥(기획부장)=2013년 10월 부산대 축제 때 김조광수 감독님의 강연에 참석해 “부산은 성 소수자 관련 단체가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고 물었다가 “직접 만들면 되지 않냐”는 얘기를 들었다. 그해 11월 4명이 모였고, 2014년 3월 정식으로 발족했다. 당시 국립국어원에서 ‘사랑’이라는 단어의 정의를 사람이 아니라 ‘남녀 간의 애틋한 감정’으로 한정한 것이 가장 큰 계기가 됐다. 전체 회원은 130명이고, 그중 매달 회비를 내고 활동하는 정회원은 70명이다.

△차악어(공동대표)=부산대 학생들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19세 이상이고 성 소수자 당사자면 가입할 수 있다. 여름 총회 때 단체 명칭도 ‘부산 성 소수자 인권 동아리(퀴어 인 부산)’로 바꿀 예정이다.

-성 소수자라서 혐오의 대상이 된 적이 있나.

△지읏(서기부장)=혐오는 늘 겪고 있다. 특히 여성이면서 성 소수자이기 때문에 일상에서 이중으로 혐오와 마주한다.

△꿩발바닥=학교에서 다른 단체의 대자보는 멀쩡한데 우리 단체의 대자보만 찢기는 일이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연말 파티에 호모포비아들이 와서 사진을 찍고 일베 사이트에 올린 적도 있다. 신입으로 가입하고 싶다고 연락을 했다가, 나중에 성 소수자 혐오 발언을 한 사람도 있었다.

△차악어=학교를 벗어나 행사를 열면 성 소수자 혐오 단체의 표적이 되기가 더 쉽다. 그래서 지난 2월 짹짹 파티를 열었을 때 블로그에 활동을 규탄한다는 글이 계속 올라와서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행사 내내 경찰이 주변 순찰을 했다. 행사 장소에 혐오 단체에서 찾아와 항의하는 경우는 허다하다.

부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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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소수자 내부에서도 겪게 되는 혐오와 폭력이 있는지.

△꿩발바닥=성 소수자 11명이 있으면 11명이 모두 성적 지향이 다르다. 때로는 그 안에서 역할 구분을 하지 않느냐는 생각이 든다. 남성 동성애자의 경우 계집애 같다고 ‘끼순이’라고 부르며 깎아내리는 등 같은 성 소수자 사이에서도 “난 남자고 넌 여자다”라는 이분법적인 시각이 있다. 성 소수자 안에서의 트렌스젠더 혐오도 무시할 수 없다. 바이섹슈얼(양성애자)에게 “성적 지향에 대해 고민을 충분히 하지 않은 것 아니냐”라고 말하는 것 역시 성 소수자 안에서의 폭력이라고 본다.

△차악어=사회 속에서 젠더는 딱 두 가지로만 나뉜다. 남성 아니면 여성이다. 문제는 남성을 위해서만 젠더가 작동한다는 데 있다. 거기다 성 소수자로서의 젠더는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여성 동성애자의 경우 성 소수자 혐오와 여성 혐오를 이중으로 겪게 된다.

-성 소수자가 겪는 여성 혐오는 어떤 것인가.

△지읏=전에는 밤길을 다닐 때 전혀 무섭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누가 내 뒷모습을 보고 여자라고 생각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남역 10번 출구 살인 사건을 계기로 여성 혐오 폭력이 이슈화되면서 내가 나를 여성으로 인지하기 시작하니까 밤에 골목길을 걷는 것이 무서워졌다.

-미국 올랜도 총기 난사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차악어=사건이 발생하고 혼자서 육하원칙으로 정리를 해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범인이 왜 총기 난사를 저질렀는지 한 가지 답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 장소는 게이 클럽이고 안에는 대부분 성 소수자가 있었다. 그렇다면 성 소수자 혐오로 인한 사건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지 않나.

△꿩발바닥=사람들은 범인에게 IS 대원의 테러, 동성애자 등 여러 가지 프레임을 씌우려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확실한 건 이 사건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건 성 소수자다. 결국, 성 소수자 혐오일 수밖에 없다. IS의 사주를 받은 테러일 수도 있다. 하지만 IS 역시 성 소수자를 혐오하기 때문에 결국 같은 거다. 강남역 사건과도 맞닿아 있다. 올랜도 총기 난사자가 IS 대원이냐 아니냐에 초점이 맞춰진 것처럼, 강남역 피의자가 조현병이냐 아니냐에 묻힌 것 같다.

QIP 소속 회원들이 연대하겠다는 의미로 손을 뻗고 있다. 조영미 기자
QIP 소속 회원들이 연대하겠다는 의미로 손을 뻗고 있다. 조영미 기자

 

-혐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차악어=혐오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다. 개인에게 문제가 있다고 프레임을 씌워버리면 쉽다. 가해자가 조현병이라고 규정해버리면 개인의 일탈로 끝난다.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손희정 연구원의 강연에 갔을 때 이렇게 말하더라. 소수자가 힘을 가지게 되면 다수자가 위협을 느끼고 권력을 빼앗긴다고 생각한다. 사실은 위협이 아닌데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혐오가 만들어진다는 거다.

△꿩발바닥=사회에서 남녀 권력 구조가 99 대 1이었는데, 여성 운동을 통해 97 대 3이 됐다. 결국, 2를 빼앗긴 것에 대해 “요즘 여자 권리가 남자보다 더 크지 않나?”, “성 소수자 이제 결혼할 수 있게 됐다. 너네 너무 많이 가진 것 아니냐”는 논리가 탄생한다.

△차악어=퀴어 퍼레이드를 대하는 자세도 마찬가지다. 어디 감히 성 소수자가 공공장소에서 춤추고 권리를 얘기하냐는 거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는 누구나 혐오의 대상이다. 지역에 살아서, 이주민이라서, 장애인이라서 혐오를 당하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쌜리(공동대표)=페이스북에 내 여자 친구라고 사진을 올리면 여자 친구로 받아들이지 않고 “엄청 친한가 보다”라고 말한다. 그 자체가 나에 대한 혐오이고 폭력이다. 대학 익명 게시판에 성 소수자 관련한 글이 뜨면 꼭 태그해서 “이거 너냐?”는 식의 일을 많이 당했다. 부산에 성 소수자가 있을 거라고 생각을 아예 못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꿩발바닥=내 주변에 성 소수자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도 혐오다. 말을 하지 않았을 뿐이지 성 소수자는 어디에나 있다.

정리=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신고리 5·6호기 허가 파장] 원전 10기 몰려 있는 곳, 지구 어디에도 이런 곳 없다!

①”신공항 달랬더니 원전 주나”

 

정부의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승인(본보 24일 자 1면 보도)으로 부산·울산 지역이 세계 최초이자 최대인 원전 10기 밀집 단지가 될 위험에 처했다. 특히 정부가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를 선언한 지 불과 며칠 만에 원전을 졸속으로 떠넘겨 시민 반발이 더 커지고 있다.

24일 부산시청 광장에서 열린 신고리원전 5,6회기 승인 무효 기자회견에서 탈핵부산시민연대 회원들이 원자력 안전위의 5,6회기 건설허가를 철회하라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회원들은 '세계적으로 10기의 원전이 한 지역에 들어선 곳은 없다'며 '인근에 활성단층이 지나가는 위험지역임을 아는 정부가 시민 안전을 볼모로 원전을 건설하려 한다'고 맹비난했다. 김병집 기자 bjk@
24일 부산시청 광장에서 열린 신고리원전 5,6회기 승인 무효 기자회견에서 탈핵부산시민연대 회원들이 원자력 안전위의 5,6회기 건설허가를 철회하라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회원들은 ‘세계적으로 10기의 원전이 한 지역에 들어선 곳은 없다’며 ‘인근에 활성단층이 지나가는 위험지역임을 아는 정부가 시민 안전을 볼모로 원전을 건설하려 한다’고 맹비난했다. 김병집 기자 bjk@

 

환경단체는 이번 신고리 5·6호기 승인이 부실, 위법 허가라며 무효를 주장하고 나섰다. 탈핵부산시민연대는 “설계수명만 60년에 이르는 신고리 5·6호기는 현재를 살아가는 부·울·경 주민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의 삶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건설 과정에 부산시민의 의사는 반영되지 않았다”며 “부산시는 시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지역 국회의원들은 신고리 5·6호기 재검토 방안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도 신고리 5·6호기 건설 결정 철회와 함께 주민투표를 요구하고 있다.

신고리 5·6호기 졸속 승인
부산·울산 시민 반발 확산

직장인 이주진(45·부산 기장군) 씨는 “지역에 꼭 필요한 시설 유치를 주장하면 지역 이기주의로 내몰고, 혐오시설은 군사작전 하듯 밀어붙이는 정부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면서 “신고리 5·6호기를 수도권에 지으라”고 말했다.

이 같은 여론에 힘입어 지역 정치권도 ‘반값 전기료’와 원자력안전위윈회(이하 원안위) 부산 이전에 다시 한 번 불을 붙이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최인호(부산 사하갑) 의원은 “수도권의 주장에 따르면 원전을 이렇게 많이 끌어안은 동남권에 신공항을 주는 것이 맞다”면서 “신공항이 백지화한 뒤 동남권에 원전을 더 짓겠다면 최소한 차등 전기료 같은 실질적인 혜택을 줘야 하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누리당 배덕광(부산 해운대을) 의원은 “원안위 이전 없는 신고리 5·6호기 건설에 반대한다”며 “세계 최대 원전 밀집지역인 고리 인근으로 원안위가 이전해야 원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실질적인 안전을 확보할 수 있을 것”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소속 김종훈(울산 동구), 윤종오(울산 북구) 의원도 “탈핵에 공감하는 의원들과 함께 반드시 책임을 묻고 필요한 법적, 절차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상윤·이자영·황석하 기자 2young@

23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열린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 신고리 5,6호기 건설 반대 신규핵발전소 확대 중단 1000인 선언에서 한 어린이가 피켓을 들고 있다. 이날 세종문화회관 맞은편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는 신고리 5,6호기 원전 관련 건설허가안 승인을 논의하기 위한 전체회의가 열렸다. 박희만 기자 phman@
23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열린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 신고리 5,6호기 건설 반대 신규핵발전소 확대 중단 1000인 선언에서 한 어린이가 피켓을 들고 있다. 이날 세종문화회관 맞은편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는 신고리 5,6호기 원전 관련 건설허가안 승인을 논의하기 위한 전체회의가 열렸다. 박희만 기자 phman@

②원전 10기 몰려 있는 곳, 지구 어디에도 이런 곳 없다

 

부산·울산지역의 9~10번째 원전이 될 신고리 5·6호기(울산 울주군 서생면 신암리) 건설이 허가돼 이 일대에 원전 10기가 밀집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환경단체는 지난 23일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가 신고리 5·6호기 건설 허가를 표결에 붙여 통과시킨 것과 관련해 ‘졸속 심의’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역에서는 원안위 부산 이전의 필요성과 함께 ‘반값 전기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인구밀집지 제한 법 위반
졸속심의 무효, 법적대응”

연쇄 사고 대재앙 위험
환경단체·정치권 나서
안전 감독 원안위 부산 이전
반값 전기료 목소리 고조 

 신고리 5·6호기 건설 규탄하는 탈핵단체 (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24일 오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 회원들이 신고리 원자력 발전소 5·6호기 건설 결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6.6.24 yongtae@yna.co.kr/2016-06-24 11:21:41/
신고리 5·6호기 건설 규탄하는 탈핵단체
(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24일 오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 회원들이 신고리 원자력 발전소 5·6호기 건설 결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6.6.24

 

■원전 리스크, 차등 전기료 필요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원안위의 신고리 5·6호기 심의가 이렇게 빨리 끝날 줄 몰랐다”며 “신고리 3·4호기 때만 해도 허가가 날 때까지 7개월여가 걸렸는데, 이번에는 세 차례 회의, 1개월 반 만에 급히 통과를 시킨 부실 심의였다”고 지적했다.

다수 호기 부지(2기 이상의 원자로가 위치한 원전 부지)의 위험성이 제대로 평가되지 않은 부분도 논란이다. 원안위는 “신고리 5·6호기는 호기별로 대체교류전원이 설계되어 다수 호기의 동시 사고에 대비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외부 재해 발생 때 다수 호기 동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장다울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선임 캠페이너는 “10기 원전이 한 부지에 몰려 있어 1기의 원전 사고가 다른 호기의 연쇄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부지에 임시 저장된 고준위핵폐기물로 인한 사고 가중 우려와 함께 방사성 물질 누출 양도 많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위험을 의식해서인지 원안위는 “다수 호기 리스크에 대한 연구 수준은 연구 방향에 대해서 논의가 진행되는 수준이므로 중장기적으로 다수 호기 리스크 평가 방법론 개발, 안전 목표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환경운동연합 측은 위치 제한 규정 위반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신고리 5·6호기는 최소 인구 2만 5천 명인 인구밀집지역으로부터 32~43㎞가량 떨어져 있어야 하는데, 한국수력원자력 측이 자의적으로 제한 거리를 4㎞로 정한 것으로 확인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수원은 최근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규정이 바뀌어 원자로로부터 4㎞ 안에만 인구밀집지역이 없으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바뀐 NRC 규정에 따른 우리 법 규정 수정이 없었고, 4㎞ 거리 제한 규정은 NRC의 최신 규정도 아니다”며 “이런 식의 법을 적용하면 인구가 밀집된 수도권에도 얼마든지 신고리 5·6호기를 지어도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는 현재 행정소송을 비롯한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부산·울산 지역에 10기 원전 밀집의 위험을 떠안기면서 전기료 인하 같은 혜택이 전혀 없는 데 대해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이 때문에 ‘반값 전기료’를 비롯한 차등 전기요금제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역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에서 주로 소비하면서도 사회적 갈등이나 위험 비용 등은 지역에서 분담하고 있는 불합리를 바로잡자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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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안위 부산 이전, 독립 기구로

원안위의 변화와 부산 이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회의원 배덕광 의원실 관계자는 “세계 최대 원전 밀집지인 기장군 장안읍 고리 일대의 특수성을 고려해 원전을 규제·감독하는 원안위를 이 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환경단체에서는 현재 9명인 원안위 위원 수가 여론을 반영하기엔 턱없이 적고, 위원 구성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핵없는사회를 위한 공동행동 측은 “이번 2기 위원 절반 이상의 임기 마감을 한 달 앞두고 밀어붙인 건설 허가는 무효”라며 “미국 NRC는 위원이 3천~4천 명이고, 독일도 2천 명의 위원이 활동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총리실 산하에 있는 원안위를 독립된 기구로 만들어 원전 안전과 관련된 문제에 정치적인 입김이 최소화 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신고리 5·6호기 허가 과정에서 원안위가 원전 안전보다는 한수원을 비롯한 업계 이익을 더 대변했다는 비판과 함께 “이럴 거면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아닌 원자력건설위원회로 이름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년 폐로를 앞두고 있는 고리 1호기의 해체기술을 연구할 원전해체센터도 최근 백지화 되면서 정부가 지역의 필요나 요구는 무시한 채 원전 밀집의 위험만 떠안긴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이상윤·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③부울경 분노하는 민심에 기름 끼얹는 수도권 언론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허가하자 수도권 언론들은 기다렸다는 듯 ‘지역경제 활성화론’을 쏟아내며 신공항 백지화로 가뜩이나 악화된 민심에 기름을 끼얹고 있다.

수도권의 한 일간지는 지난 24일 ‘신고리 5·6호기, 동남권 경제 활성화 구원투수?’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하고 신고리 5·6호기 건설에 따른 경제적 파급 효과를 설명했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신고리 5·6호기 건설은 총공사비가 8조 6천억 원에 이르는 대형 국책 사업”이라며 “하루 평균 적게는 1천500명서 많게는 5천 명의 근로자가 건설에 투입되고, 총 800만 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따를 것”이라는 고리원자력본부의 일방적 홍보 내용을 받아 적었다.

신고리 5·6호 허가나자
“일자리 창출” 일방 호도

어이없는 궤변에 분노 폭발
“도움되면 수도권에 지어라”

수도권의 또 다른 일간지도 24일 게재한 ‘신고리 5·6호기, 울산 경제 구원투수’라는 비슷한 제목의 기사에서 “이번 원전 조성 사업은 조선업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울산지역 경제에도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신고리 5·6호기 건설 현장에 7년 동안 연인원 600만 명의 건설인력이 투입되기 때문에 조선업체 근로자들의 새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한국수력원자력 측의 분석 내용을 보도했다.

지역 민심과 동떨어진 수도권 언론의 기사에 부·울·경 주민들은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을 넘어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원전 반경 50㎞ 이내 500만 명의 목숨은 안중에도 없이 일부에게만 돌아갈 경제적 이익을 과대 포장했기 때문이다.

국책사업을 놓고 수도권 언론이 지역민들에게 대못을 박는 행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발표 전에도 수도권의 한 경제지는 사설에서 “신공항 유치 지역에 방폐장도 같이 유치해야 한다”는 궤변을 주장하기도 했다.

직장인 곽도윤(43·울산 울주군) 씨는 “원전 10개를 욱여넣는 사상 초유의 일을 두고 지역경제 활성화 운운하는 수도권 언론의 행태에 기가 찬다”며 “일자리 창출 많이 하고 경제에도 도움 되는 원전을 수도권에도 꼭 짓기 바란다”고 꼬집었다.

자영업자 이주호(57·부산 해운대구) 씨는 “고리원전에는 이미 사용후핵연료 5천 다발 이상 보관돼 있기 때문에 사실상 고준위방폐장이나 다름없다”면서 “지방에서 필요한 시설을 유치하려면 ‘핌피(PIMFY·수익성 높은 국책사업 유치를 위한 지역이기주의)’로 몰고, 혐오시설 지방 떠넘기기는 경제 활성화로 포장하는 수도권 언론의 태도는 지역민을 ‘2등 시민’ 정도로 보고 있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황석하 기자 hsh03@

ADPi 신공항 용역 책임자 장 마리 슈발리에 인터뷰

동남권 신공항 용역과 관련해 본보는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강홍수통제소에서 파리공항공단(ADPi)의 장 마리 슈발리에 용역책임자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슈발리에 씨는 “가덕이 항공기 운영에 있어 매우 유리하지만 매립에 따른 비용이 많이 든다”며 “다만 비용적인 측면을 고려했을 때 반값에 할 수 있는 김해공항 확장건설이 더 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 장 마리 슈발리에 _ 연합뉴스DB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 장 마리 슈발리에 _ 연합뉴스DB

이어 그는 “김해공항의 경우 V자형 활주로를 건설하면 이착륙에 따른 안전이 보장되고 승객수도 크게 늘릴 수 있다”며 “활주로 1곳을 공군이 쓴다고 했을 때 3천800만 명이 연간 사용할 수 있고 북풍이 불 때는 시간당 80대 운항을 처리할 수 있고 남풍이 부는 경우 시간당 60대를 운항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슈발리에는 정치적인 고려를 했다고도 털어놨다. 그는 “일반적인 정치적 요소를 고려했다”며 “공사가 연기가 된다는 등의 가능성을 얘기를 한 것이지 다른 얘기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덕도에 지으면 대구 시민들이 문제를 제기할 것이고 밀양이 선정이 되면 부산이 문제를 제기했을 것”이라며 “김해에 지으면 부산 분들은 만족할 것이고 대구가 반론을 하지만 상대적으로 김해에 하는 게 최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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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자 활주로 안에 대해서 발상의 전환을 한 것으로 높이 평가한다. 그리고 이 대안이 김해공항의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가. 즉 하나는 이륙만 하고 하나는 착륙만 하는데 여객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지 않으냐.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고 본다. 해결할 수 있다. 최근에 방문했던 터키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공항이 김해 공항 활주로와 같은 상황이다. 물론 정확히 똑같을 수는 없지만 매우 유사하다. 터키의 공항도 V자 모양이다. 지난해에 6천100만 명 수용할 수 있는 규모였다. 아타튀르크는 24시간 운영 공항이다. 김해공항도 제시된 활주로도 연간 3천800만 명을 처리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현재 활주로 2개 중 하나는 군에서 쓰는 것이다.

“이스탄불의 경우도 3개가 활주로 있지만 하나는 사용하지 않는다. 김해도 한쪽을 공군이 쓴다고 했을 때 3천800만 명 연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용량을 두 배로 늘릴 수 있나. 활주로를 이륙과 착륙 전용으로 쓴다고 하지 않았느냐.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보통 북풍이 통상적으로 불고 있다. 남풍일 경우는 착륙과 이륙이 반대다.”

-그 말이 아니라 착륙과 이륙 전용으로 활주로를 쓰면 승객을 늘리는 데 제약이 없냐는 말이다.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한쪽으로 이착륙을 하던 양방향으로 이착륙을 하던 큰 차이가 없다. 상식적으로는 왕복이 더 좋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다만 차이는 있다. 항공 접근이 실패했을 경우 또 다른 대응을 하는 코디네이션이 필요한데 그걸 제외하고는 큰 문제는 없다. 북풍일 경우 시간당 80대 운항을 처리할 수 있고 남풍이 부는 경우 시간당 60대를 운항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풍, 북풍 불 때 유기적으로 바꿀 수 있나

(국토부 관계자) “관제사가 지시를 미리 하고 있으니깐 큰 문제는 없다.”

-밀양의 경우 산 2개, 1천만㎥만 절개하는 것으로 돼 있다. 이는 2011년에 우리나라 정부가 추정한 산 27개 절개, 1억7천만㎥를 절개하는 것보다 훨씬 적다. 왜 이렇게 많은 차이가 나나.

“뭐냐하면 그 당시와 지금 운영 가정이 다르다. 우리는 밀양에서 최고 관제시스템을 사용해서 항공기를 운항한다는 가정을 세웠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자동계기착륙(ILS)을 사용했는데 오늘날에는 여기에 위성항법장치(GPS)를 기반으로 하는 항법을 사용하기에 기술 발전으로 개선했기 때문에 차이가 많이 난다.”

-그럼 ILS를 사용할 수 없을 때는 어떤가.

“악천후나 계기비행을 할 때도 큰 문제가 없다. 대응할 수 있다. 관제 절차를 통해서 대응할 수 있다.”

-조종사들이 산을 두려워하고 있다. 조종사들은 가덕으로 와야 한다고 했는데. 현장과 감이 다른데.

“평가 항목에서도 운항에서는 가덕이 유리하다고 나와 있긴 하다. 조종사들의 의견에 동의한다. 가덕이 비행을 하는데 있어서는 유리하다는 것은 인정한다.”

-산을 두개 깎는다는 것이 공사비에 엄청난 영향을 준다. 과연 산을 2개만 깎아서 공사를 한다고 가정을 해서 밀양을 평가한 것이 타당한가.

“우리는 2개 이상 절토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산 2개 이상 절토할 필요가 없다고 해서 쓴 것이다. 2개를 자르기 때문에 공사비가 낮춰지고 가중치가 다른 곳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사실 2개 이상을 자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항법이나 항로 디자인을 우리 전문가가 확인을 했기 때문이 분석에서는 타당하다고 생각을 했다. 항로라는 규정이 모든 규정이 한국 항공법 규정과 일치한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새로운 추가적인 장비가 탑재가 돼야 한다. 항공사에 그런 추가적인 장비 구축도 필요가 없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2011년에 이런 절차가 생각 못 했냐고 반문한다면 관제 기술이 5~6년 전에는 없었던 실행되지 않았던 기술이었다.”

-현장에서 ILS와 GPS를 모두 사용하고 있나.

“GPS를 통해서 하강을 하고 랜딩은 ILS를 통해서 하는 방식이 진행되고 있다.”

-접근성 평가항목 가중치는 어떻게 책정됐나.

“평균적으로 가중치를 낼 때 공항까지 접근을 평균 60분을 잡았다. 160분이 되면 가중치 0점을 줬다.”

-접근성에 있어서 가덕의 가중치는.

“가덕은 끝에 있어서 오랜 시간이 걸린다. 가덕과 밀양이 차이가 50점 정도가 되는데. 이 시간표는 도로와 철도를 합친 거리다. 도로와 철도. 부산 인근의 계신 분들은 가깝지만 포항이나 대구 멀리 계신 분들한테는 접근성이 떨어졌다.”

-접근성은 얼마든지 가능한데.

“거리는 짧아질 수 없다. 거리를 단축시키기 위해 건설되는 고속도로 등은 건설 비용이 매우 높다.”

-산을 2개 깎을 때는 최고 관제시스템을 적용하고, 접근성은 개선 가능성을 적용하지 않고 불공정한 것 아닌가

“가덕도 최고의 관제 시스템을 적용하는 것으로 적용됐다. 우리의 역할은 새로운 고속도로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있는 공항이나 새롭게 만들어지는 공항의 접근성을 어떻게 평가하는 가 그 역할이다. 고속도로 몇 ㎞ 짓는다는 것은 고속도로 프로젝트다. 공항 프로젝트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가덕의 접근성을 위해서 고속도로를 짓는다고 했을 때 미화로 15억달러 추가가 된다. 결국에는 접근성은 개선이 되지만 프로젝트 전체를 보면 건설 비용이 커진다.”

-고정 장애물 들어봤나. 장애물 항목이 없다. 여기서는 왜 빠졌나.  

“평가 안에 있다.”

-어느 부문에 포함됐나.

“장애물 평가는 운영안에 들어가 있다. 고정장애물 평가를 할 때 두 가지로 나눴다. 한 분야는 건설 비용에 포함됐다. 산을 절토해야 해서 건설비용에 들어갔고, 두 번째는 절토를 하지 않아도 되는 건설비용이 아닌 부분은 운영 부문에 들어갔다. 환경 부분에도 조금 포함돼 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기준에 보면 장애물이 독립항목으로 돼 있는데 이건 왜 독립으로 되지 않았나.

“결국에는 ICAO 기준은 가이드라인이다. 그건 50년 동안 똑같이 해왔다. 근래에 와서는 항로를 만들 때 절토를 많이 하지 않아도 된다. 항로 기술도 발전을 했다. 결국 ICAO 기준은 참고 사항(가이드라인)일 뿐 의무는 아니다.”

-과업지시서에는 ICAO 기준에 따라서 해달라고 했는데 왜 그렇게 안됐나. 

“다 고려했다. 가이드라인이라서 다 따랐다. 안 한 게 없다.”

-가이드라인에서 조금씩 변경이 가능하다는 얘기인가.

“ICAO에는 세 가지 사안이 있다. 스탠다드가 있다. 따라야 한다. 그다음에는 권고사항이다. 그 아래는 가이드라인이 있다. 내가 얘기하는 것은 가이드라인에 있다는 것이다.”

-김해공항 연약지반이라고 하는데 상관없는 것인지.

“김해공항 지질과 관련해서 우리가 지질검사를 했는데 약하다는 것을 파악을 했다. 그래서 건설비용에 약한 지반을 안정시키기 위한 비용을 포함시켰다. 우리가 제안한 활주로는 돗대산으로 가지 않기 때문에 건드릴 필요가 없다.”

-비용을 들이면 연약지반 문제는 해결이 되는 것인가. 

“지금 지반이 약하다는 부분이 현재 김해공항 지반과 똑같다. 그래서 안전에 보완을 하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입지를 놓고 경쟁을 하는 상황에서는 고정장애물과 같은 기준을 독립적으로 해야 하는 것 아니냐. 경쟁을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모든 후보지에 공정하게 돼 있기 때문에 따로 했다고 해도 문제는 되지 않는다. 우리는 ICAO와 한국 규정을 다 따랐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과업지시서에 보면 현장에서 시뮬레이션 시추, 등을 하라고 하는데 지켰나.

“다 했다. 시뮬레이션 등 다 진행했다. 다만 본인들이 시간이 모자라서 직접 시추작업을 못해 기존 자료를 활용했고 우리는 해양 음파만 했다.”

-소음부분은 가덕이 밀양에 비해서 많이 앞서지는 않는다. 별로 유리하지가 않다.

“소음이 사회경제 분야에 소음만 들어간 것이 아니고 이주도 들어가고 여러가지가 들어간다. 여러가지 분석을해서 차이가 많이 나지 않을 수 있다. 가덕이 소음에도 점수가 50% 더 높이 나왔다.”

-브리핑에서 가덕 매립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말했는데 매립이 어려운 것인지. 홍콩 싱가포르 공항 등은 다 매립이다.

“맞다. 전세계 매립을 통해 만든 공항이 있는데 대안이 없을 경우 다른 공항을 만들 수 없는 경우에만 선택을 하는데 예를 들면 홍콩은 그 당시 독립국이었는데 공항을 짓다 보니 땅이 없어서 최후의 보루로 매립을 해서 공항을 지은 경우가 있다. 홍콩 공항의 경우 섬이 있으면 섬 위에다 터미널을 짓고 매립지에 활주로를 지었다. 가덕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 걸쳐있는 매립지라서 땅이 가라앉을 가능성이 있다. 부동침하가 발생할 수 있다.”

-그 기술도 다 개발됐다. 한국의 동아지질에서 부동침하 안 일어나는 기술을 만들었다.

“또 다른 예를 들겠다. 간사이 공항 같은 경우에도 일본 건설 업체들이 부동침하 막는 기술이 있다고 지었는데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간사이는 수심이 매우 깊다고 하던데.

“우리 평가는 가덕도가 타당성이 있다고 본다. 다만 건설비용이 많이 든다. 건설 이후 유지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건설하면서 딜레이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안이 없을 경우만 선택한다고 했는데. 우리도 산이 많고 좁은 국토에 다 살고 있다.

“한국은 홍콩의 100배이다. 한국땅이 개발이 많이 됐다고 하는데 지을 땅이 없다고 하는데 제가 볼 때는 있다.”

-정치적인 고려를 반영했다고 했다. 어떤 것을 말하나

“일반적인 정치적 고려 요소다. 예를 들면 방콕 서완나폼 국제공항은 1960년에 착공을 해서 완공까지 40년이 걸렸다. 그 이유가 태국에 정권이 자주 바꾸기 때문이다. 각 정부마다 생각이 다른 것이다. 이런 얘기가 많았기 때문에 실현가능성을 고려했다. 공사가 연기가 된다든가 이런 가능성을 얘기를 한 것이지 다른 얘기를 한 것은 아니다. 독일 뮌헨 공항도 건설에 30년이 걸렸다. 공항 주변 주민들이 정부를 대상으로 소송을 걸었기 때문에 법률적인 문제를 해결하느라 30년이 걸렸다. 다른 정치적인 문제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김해공항을 확장할 경우 가덕이나 밀양 신공항을 하는 것보다 다른 지역에 비해 정치적 리스크가 적다고 판단했나

“김해 신공항을 세우는 게 더 위험이 조금 덜하다는 분석을 했다. 가덕도에 지으면 대구 시민들이 문제를 제기할 것이고 밀양이 선정이 되면 부산이 문제를 제기할 것이다. 김해에 지으면 부산 분들은 만족을 할 것이고 대구가 반론을 하지만 상대적으로 김해에 하는 게 최소화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기존 공항과 새로 지을 공항을 평가하면 기존 공항에 유리한 것이 아닌가. 세 곳을 동일선상에 놓고 경쟁하는 것이 공정한 룰인가

“먼저 가덕과 밀양, 김해는 경쟁을 하는 게 아니다. 우리는 이 3곳을 평가한 것이다. 그리고 ICAO와 미국 연방 항공청 가이드라인을 보면 신공항 건설에 있어 제일 먼저 기존 공항을 활용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고 확장할 수 있을 지 확인하고 그게 안 될 경우 신공항을 짓는 것으로 나와 있다. 우리가 평가를 했을 때는 가덕도보다 김해에 지으면 반값으로 짓는 것이라 판단했다. 가덕도에 공항이 들어가면 24시간 운영된다는 장점은 있다.

-다시 고정 장애물 질문이다. 고정 장애물이 중간평가에서는 독립 기준이었는데 기준에서 빠진 이유는

“뭘 숨기려고 그랬던 것이 아니다. 우리의 항로 전문가가 장애물 평가를 운영 부문 쪽에 포함하자고 전문적인 의견을 내부적으로 내 그렇게 됐다. 장애물은 비행 안전에 위협이 될 때 제거하기 때문에 그래서 운영 쪽에 포함을 시켰다. 비행 항로에 문제가 없다면 장애물을 제거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밀양에 점수를 너무 후하게 준 것 같다

“그렇지 않다.”

가덕도와 밀양, 김해공항 확장을 비용을 제외하고 생각하면 어디다 짓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가

“우리는 공항을 운영하고 디자인도 하는 회사다. 건설비용을 무시하고 가정하는 것은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번에 ADPi가 평가한 기준이 과거 다른 평가에서도 사용된 기준인가

“각 프로젝트마다 조금씩 상황에 따라 기준이 달라진다. 이번 과제를 진행할 때도 중간보고회를 통해 지자체와 같이 기준을 공유했다. 그리고 우리가 과거에 진행한 6개 과제를 벤치마킹해서 기준을 삼았다.”

-가덕도와 밀양을 비교할 경우 접근성에 가장 큰 차이가 난다. 비용에서도 큰 차이가 난다. 운영에서는 차이가 크지 않다. 밀양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 아닌가.

“대구 시민에게 물으면 다르게 생각할 것이다.”

-앞으로 김해공항 확장에도 참여할 생각이 있나

“물론이다. 우리 회사에서 관심이 있을 것이다.”

-연구용역 발표 이후에 인터뷰를 진행했다. 과업지시서에 인터뷰도 의무사항인가

“그렇다.(웃음) 우리가 제안한 해결책에 대해 언론을 통해서 대화를 하는 것은 과업에 일부라고 생각한다.”

-한국을 방문해 느낀 소감은

“내가 생방송에 자주 가는 사람이 아닌데 발표 다음날 신문 1면에 내 사진이 많이 나와서 내가 나온 신문들을 기념으로 프랑스에 가지고 가려고 한다. 내가 한국을 첫 방문한 것은 1980년도다. 그 때 인천공항의 부지 선정과 기본계획에 참여했다. 그리고 작년에는 제주 공항 건설에 대한 자문 역할을 했다. 그래서 한국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해달라

“이번 평가를 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 우리는 부산과 대구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한 과제를 보고 그 노력에 굉장히 감동을 받았다. 과제 자체도 훌륭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선정이 경쟁이라고 하지만 우리 관점은 다르다. 평가하는 입장이라 최고의 입지를 선정하는 책임을 가지고 진행했다. 우리는 김해에 새로운 공항시설을 짓는 것이 가장 좋다고 믿고 있다. 김해가 가덕도보다 훨씬 싸고 기간이 필요하다. 똑같은 서비스를 할 수 있는데 훨씬 싸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해의 안전 문제도 새로운 활주로를 건설하기 때문에 해결할 수 있다. 여객 수용 문제도 더 많은 용량을 수용하게 됐다. 세 번째 소음 결과를 분석했을 때 물론 소음은 있다. 현재 김해공항의 경우 700가구가 소음의 영향을 받는다. 김해공항을 확장하면 소음에 영향을 받는 가구가 700가구의 2배인 1천400가구가 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김해공항에 신공항을 짓는 게 훨씬 더 좋다고 생각했다.”

김덕준·민지형 기자 oasis@

[동남권 신공항의 미래] 독자 추진 가능한가?

동남권 신공항 건설 논의가 ‘김해공항 확장’으로 가닥을 잡자 부산에서 신공항 독자 추진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확장만으로는 김해공항이 가진 기존 한계를 극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김해공항 확장'을 신공항의 최적안으로 내놓으면서 부산시와 정치권, 상공계를 중심으로 동남권 신공항 재추진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22일 오후 김해공항으로 항공기가 착륙하고 있다. 김경현 기자 view@
정부가 ‘김해공항 확장’을 신공항의 최적안으로 내놓으면서 부산시와 정치권, 상공계를 중심으로 동남권 신공항 재추진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22일 오후 김해공항으로 항공기가 착륙하고 있다. 김경현 기자 view@

 

■가덕 신공항 재추진 의지 봇물

김해공항 확장을 골자로 한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ADPi)의 용역 결과가 발표되자 서병수 부산시장은 곧바로 “안전하고 24시간 운영 가능한 제2 허브공항으로 가덕 신공항을 만들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며 신공항 재추진 의사를 피력했다.

부산시·상공계·정치권
독자 추진안 ‘한목소리’
“현실성 낮다” 지적 불구
가장 현실적 방안으로 떠올라

김해공항 승객 급증으로
‘민자 유치’ 긍정적 시각도
수익형 민자방식 등 거론돼

가덕 신공항 유치를 사실상 이끌어 온 부산상공회의소 조성제 회장도 “김해공항 확장안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가덕 신공항을 계속 추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정치권도 가세했다. 새누리당 김정훈 의원은 “중장거리 국제노선 화물선을 위해 가덕 신공항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부산권 의원들은 더 강경하다. 김영춘 등 더민주 소속 부산 의원 5명은 21일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가덕도 신공항을 재추진하겠다”고 나섰다.
민·관·정이 상당수가 가덕 신공항 재추진 의사를 밝히고 있다. 김해공항에 활주로를 1본 더 놓고 공항 시설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24시간 운영이 가능한 안전한 공항’이라는 부산의 요구를 만족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덕도 신공항 조감도 _ 부산일보DB
가덕도 신공항 조감도 _ 부산일보DB

■독자 추진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가덕 신공항을 독자 추진하겠다는 주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1년 국토교통부의 동남권 신공항 타당성 용역 결과 가덕 신공항이 무산되자 당시 허남식 시장도 가덕 신공항 독자 추진을 천명했었다. 그러나, 최소 6조 원에 달하는 사업비를 투자하겠다는 투자자가 없어 말잔치에 그치고 말았다.

이 때문에 부산이 지금 당장 반발하고 있지만, 결국은 김해공항 확장안을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그러나, 부산이 차기 대선 정국에서 가덕 신공항 공약을 관철시킨다는 대안도 제기되고 있다. 대권 후보 누구도 가덕 신공항에 대한 부산의 여망을 무시하고 승리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의 신공항 재추진은 밀양을 지지하는 대구 등 다른 지자체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특히 가덕이 2011년 국토부 용역에 이어 이번 ADPi 용역에서도 밀양보다 입지 여건이 불리한 것으로 평가돼 가덕 신공항 추진을 정치적으로 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가덕도   김경현 기자 view@
가덕도 김경현 기자 view@

■주목받는 민자 추진 방안

이런 난관 때문에 민자 유치를 통해 가덕 신공항을 재추진하는 방안이 힘을 얻고 있다. 부산시가 민자를 유치해 신공항을 짓겠다는 데 반대할 명분이 누구에게도 없기 때문이다.

김해공항 이용객이 급증해 민자 추진도 쉬워졌다. 지난해 10월 낭트 국제공항 등 25개 공항을 운영하는 프랑스 빈치 사의 프로젝트 담당 이사가 서병수 시장에게 가덕 신공항 개발 및 김해공항 운영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가덕 신공항 건설에 민간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수익형 민자사업(BTO) 방식이 적합하다는 구체적인 민자 유치 방식도 나오고 있다.

황우곤 파인스트리트자산운용 대표는 “공항은 높은 개발 비용과 사회적 비용으로 인해 진입장벽이 있고, 신뢰성 있는 수입 흐름 예측이 가능해 영업이익률이 40∼50%에 달하는 등 민간 투자에 적합한 사회간접시설”이라면서 “각종 시설 임대 수입, 물류·급유 수입, 항공 부대사업 서비스 등 투자 기회가 많고 공항배후도시 개발에도 참여할 수 있어 투자 매력이 높다”고 밝혔다.

박진국 기자 gook72@busan.com

김해공항 확장에 들어갈 사업비, 적게 잡아도 4조 원

김해공항 활주로 1본 신설, 인천 절반 규모로 증설

국토교통부가 21일 발표한 동남권 신공항 사전 타당성 조사 용역 자료에 나타나 있는 김해공항 확장 개념도. 국토교통부 제공
국토교통부가 21일 발표한 동남권 신공항 사전 타당성 조사 용역 자료에 나타나 있는 김해공항 확장 개념도. 국토교통부 제공

 

김해공항 확장안은 3천200m 길이의 새 활주로 1본과 터미널, 관제탑을 신설해 현재 김해공항을 인천공항의 절반에 이하 규모로 증설하는 내용이다.

새 활주로가 건설되면 김해공항은 군 활주로를 포함해 기존 2본의 활주로가 3본으로 늘어난다.

3천200m 길이 새 활주로
서쪽 40도 방향 틀어 건설
북쪽 이착륙용으로 사용

새 터미널·접근도로 건설

 

새 활주로는 남풍이 불 때 북쪽 돗대산과 신어산을 선회해 착륙해야 하는 항공기의 충돌 위험을 해결하기 위해 기존 활주로 서쪽으로 약 40도 방향으로 틀어서 건설한다. 북쪽에서 착륙하거나 이륙하는 용도로 활용할 방침이다. 기존의 활주로는 남쪽에서 신어산 방면으로 착륙하는 비행기의 착륙 전용으로 사용하게 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남풍이 불 때 김해공항 북쪽에서 착륙하는 부분에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새로운 활주로에 비행기가 서로 잘못 접근하는 문제만 해소하면 안전 문제는 해결된다”고 말했다.

김해공항이 확장되면 항공수요 처리 인원은 현재 연간 1천733만 명(국내선 1천269만 명·국제선 464만 명)에서 4천만 명(국내선 1천200만 명·국제선 2천800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확장된 수용능력도 인천공항보다 1천만 명 정도 적다. 활주로 수용능력은 현재 연간 15만 2천 회에서 29만 9천 회로 올라간다.

국토부는 기존 공항에 활주로 하나만 추가하는 것이어서 안전에 문제가 없고 소음 피해도 비교적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ADPi 장 마리 슈발리에 수석엔지니어는 “신설되는 활주로로 인한 소음 피해 가구는 1천 가구 미만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앞으로 김해공항에 새 활주로와 더불어 새로운 국제선터미널과 신규 접근도로·철도도 건설한다.

국토부 서훈택 항공실장은 “2011년 때와 달리 이번에는 김해공항 확장 방안까지 중요 대안으로 검토됐고 거의 신공항 수준으로 확장하게 된다”며 “김해공항 확장은 영남권 거점공항이 될 것이며 영남권에 새로 들어서는 신공항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김해공항에 새 활주로와 관제탑, 여객터미널이 들어서면 김해공항의 면적은 현재 651만㎡에서 965만㎡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인천공항(2천181만㎡)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국토부는 기획재정부에 예비 타당성 조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행정절차와 공사기간을 포함해 10년 정도가 소요될 예정이다.

 

[신공항 또 백지화 과제] 확장 비용은
4조 원 이상 사업비 소요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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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공항 확장에 드는 건설비용은 약 4조 3천664억 원으로 추산된다. 가덕도나 밀양 신공항 건설 비용보다는 적지만, 이 역시 만만치 않은 비용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최종 보고회에서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데 드는 정확한 건설 비용은 추산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약 4조 원 이상의 사업비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ADPi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사업비는 4조 3천664억 원으로 추산된다. 이 중 그동안 김해공항의 문제로 지적된 북측 착륙 시 안전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독립 활주로 1본을 신설하고, 수용능력 확대를 위해 2천800만 명 규모의 국제선터미널을 신축하는 데 드는 건설비는 3조 7천391억 원이 들 것으로 보인다. 건설비에는 공항 확장 때 소음 피해를 받는 1천 가구에 대한 보상비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활주로1본·터미널 신축
1천 가구 보상비 포함
진행 과정서 추가 가능성

 

하지만 이번 용역에 환경 훼손 비용 등이 구체적으로 반영되지 않아 향후 건설비는 이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ADPi 장 마리 슈발리에 수석 엔지니어는 “구체적인 자료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 정확한 숫자를 말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김해공항 확장 때에는 이 주변의 주민들의 농업 보상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설비용 이외에 김해공항을 연결하는 도로·철도 등 접근성 개선을 위한 공사비는 약 6천억 원가량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다. 대구~부산 고속도로와 남해 제2고속도로에서 국제선터미널로 직결되는 연결도로(7㎞) 신설 비용은 3천862억 원이 소요된다. 또 동대구~김해공항을 환승 없이 연결하는 철도 지선과 부전~마산선과 국제선터미널을 직결하는 지선 신설에 2천409억 원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전대식 기자 pro@

시민들 “편협한 수도권 논리” 반발

시민들 “편협한 수도권 논리” 반발

 

대한민국이 다시 한 번 도약할 계기를 마련하자는 취지로 시작된 동남권 신공항이 또다시 무산되자 부산시와 부산지역 시민단체, 시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특히 밀양 선정이라는 최악의 결론 대신 김해공항 확장안이 나왔지만 ‘미봉책’이라는 비판과 함께 독자적인 신공항 추진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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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병수 부산시장은 21일 정부 발표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김해공항 확장안은 눈앞에 닥친 지역 갈등을 피하고 보자는 미봉책”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서 시장은 “신공항 용역은 김해공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된 용역”이라며 “용역 취지에 명백히 어긋난 이번 결정은 360만 부산시민을 무시한 처사”라고 밝혔다.

서 시장, 발표 직후 기자회견
“확장해도 안전 문제는 여전”
상공회의소·시민단체 ‘비난’

 

이어 “이 같은 결정은 20년 넘는 시민 염원을 철저하게 외면하고 수도권의 편협한 논리를 따른 결정”이라며 “김해공항은 확장한다고 해도 24시간 운영은 여전히 불가능하며, 안전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서 시장은 “이번 결정으로 정부는 신공항 건설 의지가 없다는 점이 명백해졌다”며 “부산시는 시민들에게 약속한 안전하고 24시간 운영할 수 있는 공항을 만들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직 사퇴 문제와 관련해서는 “정부의 용역 결과 발표에 대한 세부 내용을 면밀해 검토한 뒤 부산시의 독자적 대응 방안을 포함해 추후 다시 입장을 정리해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조성제 부산상의회장도 “김포공항이 영종도로 간 이유를 생각해보면 답이 뻔한데도 무산된 데 대해 고통과 실망감을 금할 수 없다”면서 “김해공항 확장안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으며 가덕 신공항 건설을 계속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부산지역 시민단체들도 “신공항 문제를 핌피(수익성 높은 국책사업 유치를 위한 지역 이기주의)로 몰아간 수도권의 시각이 반영된 결과”라면서 “김해공항을 확장한다고 해서 24시간 운항이 가능한 안전한 공항을 만들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반발했다. 시민단체는 22일 독자적 대응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법적·정치적 후폭풍을 고려했다는 외국 용역사의 입장 발표에서 보듯이 결국 정치적인 결정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한 항공 전문가는 “김포공항 포화 문제가 발생했을 때 김포공항 확장이 아니라 인천국제공항을 만든 전례에 비춰볼 때 이번 김해공항 확장안은 결국 수도권 중심의 정치적인 결정 아니겠느냐”고 비판했다. 이상윤 기자 nurumi@

 

 

[신공항 또 백지화 침통] 상식 밖 결론 ‘들끓는 SNS’

“가장 어이없는 뉴스” ” PK, TK 민심 모두 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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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을 벗어난 신공항 입지 선정 결과가 발표되면서 21일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네티즌들의 성토가 쏟아졌다. 현 정부의 전통적 지지 기반인 PK(부산·경남)와 TK(대구·경북)를 의식한 정치적 결과물이지만, 결국엔 두 지역의 민심을 모두 잃게 될 것이라는 비판이 주를 이뤘다.

 

한 네티즌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김해공항 확장안이 발표되면서 PK와 TK의 지역민들을 모두 ‘닭 쫓던 개’로 만들어 버린 격”이라며 “여차하면 다음 대선 때 신공항 문제가 또다시 이슈로 부각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신공항 백지화는 최근 몇 년간 접한 뉴스 중 가장 어이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네티즌은 “처음부터 김해공항의 확장이 가능했더라면 이 문제가 이 정도로 공론화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최악의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산봉우리를 절단해야 신공항을 만들 수 있는 밀양 대신 김해공항 확장안이 발표된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네티즌들도 있었다. 자신을 밀양 주민이라 밝힌 한 네티즌은 “한국의 알프스라 불리는 밀양의 옥토가 훼손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전 11시께 경남의 한 지역 언론이 정부의 공식 발표에 앞서 ‘동남권 신공항 입지 밀양 확정’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하는 해프닝이 발생해 네티즌들이 항의 댓글을 달기도 했다. 이후 공식 발표가 진행되자 해당 언론사는 정정보도문과 사과문을 게재했다.

 

안준영·조소희 기자 jyoung@

[신공항 또 백지화 과제] 김해공항 확장 문제 없나

① 김해공항 확장 문제 없나

김해공항의 포화와 안전성 한계로 시작된 신공항 논의가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게 됐다.

동남권 신공항에 대한 사전타당성 연구용역을 벌여 온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과 국토교통부가 21일 ‘김해공항 확장’을 신공항의 최적안으로 내놓자 비판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확장안으로는 산악 지형으로 인한 위험성과 24시간 운영이 불가능한 탓에 ‘반쪽짜리 공항’ 오명을 쓰고 있는 김해공항의 한계를 완전히 극복할 수 없다는 문제 제기다.

국토교통부가 21일 발표한 동남권 신공항 사전 타당성 조사 용역 자료에 나타나 있는 김해공항 확장 개념도. 국토교통부 제공
국토교통부가 21일 발표한 동남권 신공항 사전 타당성 조사 용역 자료에 나타나 있는 김해공항 확장 개념도. 국토교통부 제공

 

‘반쪽짜리 공항’ 오명 유지 
기존 한계 극복할 수 없고 
수도권 논리로 평가 절하 
장기적 균형 발전에 ‘발목’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번 결정이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이대우 부산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확장안 자체는 10~15년 정도 단기간 대책은 되겠지만 김해공항이 가진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며 “확장을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설사 활주로 확장으로 안전성을 높인다 해도 주택가 소음 문제가 남아 24시간 공항 운영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산으로 둘러싸인 지형으로 김해공항 이·착륙이 조종사들에게 부담이 된다는 기존 지적도 완전히 해소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 공항 남쪽에서 바람이 불 경우 바람을 안고 착륙해야 하는 항공기 특성상 항공기는 북측 신어산 자락에서 착륙을 시도해야 한다. 국토부와 ADPi 측은 40도 가량 틀어진 새 활주로를 이륙이나 북쪽에서 착륙하는 비행기 전용으로 활용하도록 한다는 복안이지만 이마저도 험준한 산악지형 탓에 100% 계기착륙장치(ILS)를 사용한 자동비행이 가능할지 장담할 수 없다. 현재 북쪽에서 착륙 시에는 조종사가 육안으로 활주로를 확인하고 선회비행 뒤 착륙을 하고 있다.

또 김해공항의 경우 초속 10노트 이상의 바람이 불 경우 일부 항공기 이·착륙 자체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 중형기들은 10노트의 배풍(항공기 뒤에서 부는 바람)에도 안전에 위협을 받는다. 10노트의 바람에 운항이 어려운 곳은 국내에서는 김해공항이 유일하다.

부산시 관계자는 “정부가 말하는 확장안을 면밀히 검토해 봐야겠지만 단순히 활주로를 하나 더 만드는 것 정도로는 해결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사실 김해공항 확장은 그동안 인천공항 세력과 수도권 언론들이 동남권 신공항의 의미를 평가 절하하며 틈만 나면 펴왔던 논리 중의 하나다. 좁은 나라에 허브공항이 뭐하러 둘씩이나 필요하냐는 식의 수도권 중심주의에서 비롯된 시각이다.

여호근 동의대 호텔컨벤션경영학과 교수는 “공항을 확장해도 24시간 운영이 안 되면 미래 먹거리 산업인 관광·마이스의 필수 인프라로서의 허브공항은 될 수 없다”며 “공항이 확장되면 의료관광이나 포상관광단 유치에는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이겠지만 김해공항 확장만으로는 장기적인 지역 발전이나 균형 발전을 도모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윤·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김해공항 확장 사업 일정
김해공항 확장 사업 일정

 

 

② ‘확장안’ 추진 땐 난제 산적… 실효성 의문

김해공항 확장안은 난제가 산적한 안으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김해공항이 산악지형이라는 태생적 한계와 더불어 민가, 군 시설 등의 주변 환경도 확장에 큰 걸림돌이다. 과거 6차례의 용역 검토 이후 확장 불가로 결론을 내린 점이 이를 증명한다.

김해공항 확장안에 대해서는 국토부와 부산시 등이 2002년부터 2009년까지 6차례에 걸쳐 용역을 진행했다. 하지만 답은 모두 ‘실효성 없다’였다. 향후 김해공항 확장에 대한 연구 용역 진행에 많은 난관이 있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부산시와 국토부가 용역을 실시했던 확장안들은 모두 소음, 비용 등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과거 6차례 용역 실시
남해고속도로 지하화
숙제 남기고 확장안 포기

부산 김해공항 (부산일보DB)
부산 김해공항 (부산일보DB)

국토부는 2002년 기존의 활주로 2본 중 1본을 남쪽으로 1㎞가량 연장하는 안을 검토했다. 북쪽의 돗대산과 신어산을 이·착륙 과정에서 피해 보겠다는 의도에서였다. 하지만 이 방안은 남쪽에 있는 남해고속도로가 난관으로 작용했다. 활주로 연장을 위해서는 남해고속도로를 지하화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배보다 배꼽이 큰 확장 용역’이라는 비아냥 속에 확장안은 무산됐다.

이후 2005년, 2007년 용역에서는 기존 2본의 활주로 방향을 좌우로 틀거나 김해공항과 낙동강 하류 사이에 활주로를 신설하자는 안도 나왔다. 하지만 이 안에는 보안이 중요한 군공항인 김해공항의 특성과 안전한 착륙을 위해서는 북쪽 산악 지형에서 선회 비행을 해 안전성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부각됐다. 일각에서는 군 공항을 없애고 김해공항을 증설하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다. 당장 군 비행장 대체부지가 없다. 소음, 안전 등의 문제로 혐오시설로 인식되는 군 공항을 받아 줄 지역을 찾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부산 김해공항 연합뉴스 (부산일보DB)
부산 김해공항 연합뉴스 (부산일보DB)

전문가들은 향후 진행될 확장 논의가 기존 용역보다 더 큰 어려움에 부딪힐 것으로 전망한다. 이후 에코델타시티, 명지국제신도시 등 공항 인근 지역에 인구가 새롭게 유입되고 있는 점은 김해공항의 확장을 더 어렵게 하는 요소다.

김해공항 소음대책위원회 백남기 위원장은 “김해공항 확장은 소음권 확대를 의미한다”며 “공항에 바로 인접한 1천여 가구를 넘어 소음권역에 인구가 급증한 상황에서 주민 소음 문제를 생각하지 않는 얼토당토않은 결론은 과거에도 실패한 결론”이라고 밝혔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

 

③ ‘물류허브·지역경제 대도약’ 부산시 꿈 사실상 물거품

가덕 신공항의 무산으로 이를 발판으로 지역 경제를 한 차원 업그레이드하겠다는 부산의 비전도 물거품이 됐다.

24시간 운항할 수 없는 데다, 안전성 문제 등 기존에 김해국제공항이 안고 있는 문제를 확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어 신공항을 바탕으로 물류, 관광, 금융산업을 키우겠다는 부산시의 전략에 차질이 빚어졌다.

신공항 유치 기원 1인 릴레이 캠페인을 기획한 강진수(왼쪽에서 3번째) 일품한우 사장과 부산 자갈치시장 상인들이 21일 정부의 신공항 결과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강원태 기자 wkang@
신공항 유치 기원 1인 릴레이 캠페인을 기획한 강진수(왼쪽에서 3번째) 일품한우 사장과 부산 자갈치시장 상인들이 21일 정부의 신공항 결과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강원태 기자 wkang@

물류·관광·금융산업 육성
김해공항 확장만으론 한계
마이스산업·건설업도 타격

그동안 부산시와 지역 경제계는 신공항을 건설해 항만, 철도를 연결하는 물류 트라이포트(Triport)를 구축, 부산을 환동해권 물류중심도시로 도약시키겠다는 비전을 추진해왔다. 실제 많은 세계 주요 물류중심 국가는 20㎞ 이내에 허브항만과 허브공항을 구축, 이를 통해 물류강국으로 발돋움했다. 이 때문에 가덕 신공항이 들어설 경우, 선박-선박 간 물동량이 선박-항공으로 확대돼 부산이 상하이, 홍콩 등과 아시아 물류중심도시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이는 국가적 차원에서도 남북통일시대에 대비해 유라시아 대륙을 잇는 열차인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와 북극항로 가시화에 따른 선제적 대응의 의미도 가질 수 있다.

김규옥 부산시 경제부시장은 “낙동강 하구 서부산은 바다와 공중, 육상교통이 만나는 트라이포트의 전형인데 이 꿈이 무산됐다”며 “한국을 동북아 최고의 물류대국으로 우뚝 서게 하는 주역이자 통일시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묘책이 허망하게 사라졌다”고 강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가덕신공항추진 범시민운동본부에 참여한 부산지역 경제·시민단체 관계자와 조성제 부산상의 회장 등이 21일 오후 부산상공회의소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정부의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김경현 기자 view@
가덕신공항추진 범시민운동본부에 참여한 부산지역 경제·시민단체 관계자와 조성제 부산상의 회장 등이 21일 오후 부산상공회의소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정부의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김경현 기자 view@

 

가덕 신공항은 부산의 핵심 산업인 관광·마이스(MICE) 분야에서도 ‘발등의 불’이었다.

김해공항의 슬롯(SLOT·시간당 항공기 이착륙 횟수) 부족, 커퓨(Curfew·항공기 운항 제한 시간) 운영으로 인한 접근성의 제한은 부산 관광에 실질적인 손해를 끼치고 있다. 21일 한국공항공사와 국방부 등에 따르면 김해공항 슬롯은 지난해 하계 기준으로 하루 최대 운항 가능 편수(285편)의 94%인 268편이 이용되는 등 ‘극 포화’ 상태다. 이 때문에 김해공항 신규 취항을 희망하는 항공사 운항 신청 82편이 지난해 불허됐고, 이로 인한 지역 관광수입 손실액은 1천638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부산 관광업계 관계자는 “중국 등 해외 기업 인센티브 관광 등을 유치하려 할 때도 1천 명 이상이 넘어가면 공항 수용 능력의 한계 때문에 무산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24시간 운영이 가능한 신공항은 부산 관광의 가장 시급하면서도 핵심적인 과제인데 또다시 수포로 돌아갔다”며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5년 새 관급공사가 반 토막 나 불황의 늪에 빠진 부산 건설업계도 가덕 신공항 유치 실패로 충격에 휩싸였다. 사업비만 수조 원대에 달할 가덕 신공항 건설로 업황 반등을 기대했던 염원이 무산돼서다.

대한건설협회 부산시회와 대한전문건설협회 부산시회는 “국가 백년대계 사업이 정부의 눈치 보기와 보신주의의 희생양이 됐다”며 “침체된 부산 건설경기 회생의 꿈도 날아갔다”고 한목소리로 성토했다.

부산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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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금융계에서도 가덕 신공항을 부산이 글로벌 금융중심지로 도약하기 위한 필수 요건으로 인식해왔다. 런던, 싱가포르, 프랑크푸르트 등 글로벌 금융중심지와 연결성이 확보돼야 전 세계 우수한 금융 인력을 부산으로 끌어들일 수 있어서다.

이런 이유로 부산상공회의소 조성제 회장은 이날 정부 발표에 대해 “김해공항 확장안은 본말이 전도된 것으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지역 경제계와 함께 가덕 신공항 건설을 계속 추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임태섭·박진국·전창훈 기자 jch@busan.com

‘목숨 건 탐험의 놀라운 기록’ 부산 홀리다.

4년 만에 다시 부산을 찾은 ‘내셔널 지오그래픽’전은 기대 이상이었다.

17일 영화의전당 비프힐 1층 특별전시실에서 개막한 전시는 문명과 오지, 우주, 해양에 이르기까지 목숨을 건 탐험과 탐사에 관한 다양한 기록이다. 사진과 영상, 탐사 장비와 카메라, 탐사 잠수정까지 200여 점의 전시품도 위대한 인류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베일 벗은 ‘내셔널 지오그래픽’전의 매력 속으로 들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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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전당 6개 전시관 알찬 구성
자연에 인간 이야기 더해 감동

1관 탐험가·과학자 발자취 한눈에
2~5관 우주·문명·수중 주제 전시

■인류의 도전, 그 뭉클한 감동의 역사

전시는 5개의 본관과 1개의 특별관으로 구성돼 있다. 오랫동안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함께했던 탐험가, 과학자의 발자취를 만나는 1관을 비롯해 2관에서부터 5관까지 문명, 우주, 탐험, 수중에 관한 탐험과 발견을 주제로 다양한 전시품이 펼쳐져 있다. 1888년 창립 이래 127년 동안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지구의 모든 것을 담겠다’는 포부를 실현해 왔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역사를 만나는 1관은 그래서 전시에서 가장 돋보인다. 1900년대 초반 잉카, 마야 문명의 놀라운 발견을 담은 사진과 남극, 북극, 에베레스트 등 오지와 야생 동물의 생생한 삶, 1800년대 후반 아프리카 원주민의 모습은 무척 흥미롭다.

 

한국에서 세 번째 전시를 선보이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그동안 경이로운 자연의 모습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번 전시에선 자연뿐만 아니라 인간의 이야기를 더해 진솔한 감동을 전한다. 문명과 우주, 수중 사진과 함께 이를 기록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탐사했던 탐험가들의 이야기가 보태져 작품은 한층 애틋해졌다. 전시 작품들은 기록적인 측면을 넘어 사진 예술 그 자체로도 대단한 가치를 지닌다.

■탐험가의 숨결이 느껴지는 전시

이번 전시에선 1관의 한 면을 내셔널 지오그래픽 탐험가들을 위해 할애했다. 역사상 최대의 유적지 마추픽추를 발견한 미국 예일대 하이럼 빙엄 교수를 비롯해 1920년대 산적이 출몰하는 티베트와 중국 고산지대를 종횡무진 누빈 조셉 록, 50여 년 동안 탄자니아에서 영장류를 연구한 제인 구달, 고아 고릴라를 돌보던 제인 포시 등의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다. 전시를 기획한 ENV커뮤니케이션 박기덕 대표는 “전시 사진과 영상들은 내셔널 지오그래픽 탐험가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목숨을 걸고 작업한 결과물”이라며 “그 뜨거운 열정이 관람객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5관엔 ‘바다의 백작마님’이란 별명의 내셔널 지오그래픽 협회 전속 탐험가 실비아 얼 박사가 탐사에 사용한 잠수정 1구를 포함한 내셔널 지오그래픽 뮤지엄에 있던 잠수정이 전시돼 있다. 공식 포토존으로도 인기가 높다. 특별관에는 ‘타이타닉’ ‘아바타’를 제작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마리아나 해구 탐험 영상이 벽면에 투영된다. 세계에서 가장 깊은 바다 마리아나 해구의 영상은 관객을 순식간에 아찔한 바닷속으로 끌고 들어간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산복도로서 희망 캐는 청년 창업 ‘한 지붕 두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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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한밥상’ 이현아 대표

부산 동구 증산동로 72-1(범일동). 청년 기업 ‘평등한밥상’과 ‘청춘일터’의 보금자리다. 두 회사는 위아래 이웃이다. 이중섭 전망대를 지나 굽이굽이 길을 올라야 비로소 도착하는 산복도로 위에서 청년들은 꿈을 공유한다. ‘평등한밥상’은 저소득층이 좋은 식재료를 저렴한 가격에 소비할 수 있도록 농산물을 산지 직송하는 유통 기업이다. ‘평등한밥상’에서 일하던 이기용 대표는 ‘청춘일터’를 창업했다. ‘청춘일터’는 산복도로 지역 주민과 함께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원도심 관광코스 체험 상품을 개발한다. 서로가 있어 든든하다는 두 청년 기업과 만났다.

‘평등한밥상’ 이현아(24) 대표는 청소년 시절 그룹홈(요보호아동 공동생활가정)에서 자란 경험을 바탕으로 식재료 유통 회사를 창업했다. 이 대표는 동생 둘과 함께, 많을 때는 15명과 같이 그룹홈에서 지낸 경험이 있다. 그는 “키워주신 그룹홈 할머니께서 빠듯한 살림이긴 하지만 콩나물 한 봉지를 사 와도 정성껏 요리해주셔서 크게 부족함 없이 자랐다”며 “하지만 성인이 되어 전국 그룹홈 출신 네트워킹 모임에 갔더니 서로 ‘얼마나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먹어봤느냐’고 비교하길래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소득의 양극화가 ‘밥상의 양극화’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소득과 관계없이 양질의 식재료를 먹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룹홈 생활 외에도 이 대표의 파란만장한 인생 경험 역시 ‘평등한밥상(010-2223-7976)’에 녹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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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의 양극화’ 해소 위해 식재료 회사 차려
중간 유통 수수료 없애 양파 저렴하게 공급
저소득 아동 대상 ‘푸드 스토리텔링’ 교육도

 

이 대표는 비행 청소년은 아니었지만, 중학생 시절 왜 학교를 가야 하는지 몰라 결석을 일삼았다. “현아는 꿈이 뭐냐”는 선생님의 질문을 받고 처음으로 꿈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겨우 출석 일수를 맞추고 졸업한 뒤 부산 영도의 특성화 고등학교인 부산보건고에 진학했다. 그때부터 꿈을 이루기 위해 대외 활동에 매진하기 시작했고, 고등학교 3학년 때는 봉사 활동으로 대통령상까지 받았다.

 

하지만 그는 꿈꾸던 대학의 경영학과 원서를 쓰기도 전에 집안 사정으로 취직을 해야 했다. 은행 텔러, 보험회사 사무직으로 일하면서 야간대학을 다니는 생활이 계속됐다. 이 대표는 “일하고 학교에 다니면서도 대외 활동을 한 번에 6개까지 하기도 했다”면서 “어쩌다 아무 활동이 없는 토요일이 있으면 불안할 정도였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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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직원 2명을 둔 ‘평등한밥상’의 어엿한 대표이자, 후배들의 든든한 멘토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매일 오전, 모교에서 6개 반 후배들에게 회계 과목을 가르치는 산학겸임교사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돌아보니 필요 없는 시간이 하나도 없었다”며 “부산시도시재생지원센터의 ‘마실지기’ 서포터즈 활동을 하면서 이기용 대표를 소개받았고, 지금 거래처인 경남 합천 농부들도 대외 활동을 하다 만난 지인을 통해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평등한밥상’은 중간 유통 수수료를 없애 부산 지역 음식점 등에 저렴한 가격으로 양파를 공급하고 있다. 양파 망당 200~300원씩 마일리지를 적립, 그 마일리지를 봉사 활동을 할 때 사용한다. 이 대표의 넓은 인맥과 성실한 일 처리 덕분인지 ‘평등한밥상’은 창업한 지 1년 남짓이지만, 식재료 유통업체로 자리를 잡았다. 농산물 유통뿐만 아니라 저소득층 아동을 대상으로 ‘푸드 스토리텔링’ 교육을 하는 등 외연을 확장하는 중이다.

이 대표는 요즘 어느 때 보다 행복하다고 말했다. “고민 상담을 하는 후배들에게 항상 말한다. ‘나는 못 해’라고 스스로 한계를 정하지 말라고. 창업할 때 ‘밥상의 양극화 해소’라는 목표를 세웠던 만큼 목표를 이룰 때까지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일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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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일터’ 이기용 대표

 

‘청춘일터’는 ‘평등한밥상’에서 출발했다. 이기용(26) 대표는 ‘평등한밥상’의 일원으로 산복도로에서 일하면서 저평가된 지역 자원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미 있는 좋은 콘텐츠를 활용해 주민도 좋고 관광객도 끌어들일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다가 ‘청춘일터'(http://youngwp.modoo.at)를 창업했다. 관광객은 넘치지만 수익이 주민에게 돌아가지 않는 감천문화마을의 상황을 반면교사 삼아 지역 자원을 콘텐츠화하고 체험할 수 있는 코스를 만들기로 했다.

 

원도심 저평가 자원 콘텐츠 개발 목표로 창업
옥상에 허브 정원 가꿔 체험 공간으로 활용
‘부산포 개항가도 축제’ 기획에도 동참

 

사회적기업가 육성 사업에도 선정됐다. 이 대표는 “산복도로에서 지내보니 길에서 젊은 사람 한 명 보기도 힘들 정도로 고령화돼 있더라”면서 “우리가 개발한 콘텐츠와 체험 활동을 통해 젊은 사람이 마을에 찾아오고 활기가 도는 것만으로도 마을을 바꿀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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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이 대표를 믿고 안재욱(25), 김효경(25) 씨가 합류했다. 안 씨는 지난해 부산발전연구원 청년 프런티어 활동을 하면서 겪은 씁쓸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엔 제대로 해보자”고 생각했다.

안 씨는 “다문화 가정 구성원이 즐길 콘텐츠를 만드는 것을 목표를 세웠다. 그들을 위해 파티를 열었는데 막상 참여가 저조하고 결국 우리만의 파티가 돼버려서 반성했다”면서 “‘청춘일터’에서는 마을 구성원과 함께 성장하고 싶다”고 전했다. ☞ 3주만의 놀라운 변신 체험
김 씨는 경찰무도학과 출신이다. 선배와 동기들처럼 경찰은 되고 싶지 않았단다. ‘나는 뭘 하고 싶은 걸까’ 고민하다 취업보다 창업을 택했다. 그는 “방학 때 지역아동센터에서 돌봄 봉사 활동을 하면서 큰 보람을 느꼈다”며 “‘청춘일터’라면 당장 큰돈은 못 벌어도 봉사 활동을 할 때처럼 적어도 재밌고 뿌듯하게 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합류했다”고 말했다.

20대 청년 셋이 만나 ‘청춘일터’가 됐고, ‘어떻게’ 꿈꾸는 회사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다. 산복도로 주민의 삶을 관찰하다가 ‘청춘일터’ 옥상에 허브 정원을 만들었다. 대부분 주민의 취미가 작은 텃밭 가꾸기였다. 지대가 높은 곳에 살다 보니 날씨에 따라 외출이 제한돼 집 근처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선호했다. 그래서 옥상에 정원을 만들어 블루베리, 로즈메리 등 관리가 비교적 쉬운 작물을 심고 주민의 도움을 받았다. 지금은 옥상 허브 체험을 하러 다른 지역 학생들이 찾아올 정도가 됐다. ☞ 올여름이 가까워졌는데 어쩌지

‘청춘일터’는 10월에 열 ‘부산포 개항가도 축제’의 콘텐츠를 만드는 데 힘을 쏟고 있다. SNS 활동과 기발한 콘텐츠로 유명해진 한국민속촌과 수원 화성을 방문한 것도 그래서다. 이를 통해 대학생 청춘일터 기획단과 함께 톡톡 튀는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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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원도심의 콘텐츠는 무궁무진하다. ‘청춘일터’라는 이름에 걸맞게 청년들이 산복도로에 모여서 하나의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꿈을 꾼다”면서 “그냥 두기엔 아까운 부산의 콘텐츠를 개발하는 청년 회사를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글·사진=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박유천 성추문 사태’ 총정리

‘박유천(30) 성폭행 의혹’이 지난 1주일 사이 고소 여성이 네 명으로 늘면서 한류 스타 초대형 스캔들로 확대됐다. ‘유흥업소’ ‘화장실 성폭행’ 등 자극적 요소가 많아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다 일본과 중국, 동남아시아를 아우르는 한류 스타이다 보니 해외에서도 큰 주목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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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물급 한류 스타 스캔들에 충격

13일 박 씨 성폭행 혐의 고소 사실이 처음 알려진 뒤 그동안 네 명이 박 씨를 고소하는 사태로 발전했다. 지난 10일 고소장을 낸 첫 번째 여성 A 씨가 15일 돌연 고소를 취하하면서 논란이 주춤했으나 16~17일 이틀간 다른 여성 세 명이 박 씨를 고소하고 나섰다.

고소인 4명으로 늘어나  
팬 등 돌리고 지지 철회  
도덕성 질타 목소리 가세  

警, 전담팀 구성 수사 박차  
성폭행 강제성 여부 조사 

사건 초반만 해도 선한 인상의 박 씨가 건전한 연예계 생활을 해 왔다는 점에서 팬들은 물론 대중도 우호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지금은 박 씨 팬들조차도 지지를 철회하는 지경이 됐다. 온라인에서는 미국 코미디 배우 빌 코스비의 성폭행 사건이나 골프 스타 타이거 우즈의 불륜 파문 등과 유사하다며 온갖 억측과 설들이 나돈다. ‘화장실’ ‘유흥업소’ 등 자극적 요소들 때문에 박 씨를 향한 대중의 낙인이 더 선명하게 찍히는 분위기다. 결론이 어떻게 나든 박 씨는 재기가 어려운 지경으로 내몰리고 있다.

일본과 중국 매체들은 실시간으로 사건 소식을 전하고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박 씨에게 부정적 보도가 늘어나는 추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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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들 도덕성 또 도마에

연예계의 도덕적 해이를 질타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박 씨를 고소한 네 사람 모두 만남 장소로 유흥업소를 지목했고, 박 씨가 강남 유흥업소인 ‘텐카페’에 출입한 일이 일부 사실로 드러나면서 팬들조차 인간적 실망감을 느끼고 있다. 한 연예계 전문가는 “연예인들이 남들의 눈을 피해 엽기적인 짓을 저지른다는 인식을 갖게 할 상징적인 일로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씨 사건에 앞서 개그맨 유상무 씨가 최근 20대 여성을 성폭행하려 했다는 의혹에 휩싸여 경찰 조사를 받고 있고, 가수 고영욱도 미성년자들을 성폭행 및 강제 추행했다는 혐의로 실형을 사는 등 연예인 성추문 사건이 잇따랐다. 전문가들은 요즘 연예인들은 어린 나이에 기획사에 소속돼 연예계 진출을 위한 훈련을 받는 데 반해 인성 교육은 전혀 받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활동 초반에는 기획사의 엄격한 관리를 받지만 스타가 되고 나서는 ‘모든 게 가능하다’는 그릇된 사고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부산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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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초점은 성폭행 강제성 여부

사안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자 서울 강남경찰서는 박유천 사건 전담팀을 구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 시점에서 주목되는 점은 첫 번째 고소 여성 A 씨가 성폭행당했다고 주장한 당시 속옷에서 남성 정액 양성 반응이 나왔다는 사실. 다른 구체적 증거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피해자들과 당시 술자리 동석자 등 참고인 조사를 진행한 뒤 가해자로 지목된 박 씨를 불러 조사를 하고, 박 씨에 대한 DNA 검사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DNA 검사 결과는 일주일 정도면 받아볼 수 있다.

성관계 여부도 중요하지만 쟁점은 강제성 여부에 있다. 특히 A 씨는 “강제성이 없었다”고 한 차례 고소를 취하한 바 있어 참고인 증언 등이 있어야 강제성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박 씨 측은 혐의가 인정되면 연예계를 은퇴하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20일 고소 여성들을 무고와 공갈 혐의로 고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영한 기자 kim01@